지평 양순경이 중을 사역시켜 도첩승의 수를 늘리는 일이 부당함을 아뢰다
사헌부 지평(司憲府持平) 양순경(梁舜卿)이 와서 아뢰기를,
"우리 나라 방어(防禦)가 매우 긴요한데, 군액(軍額)이 부족합니다. 지난해의 도첩승(度牒僧)이 3천여 명이고 이제 또 5백 명을 모집해 부역시켜서 일체 도첩을 받게 하여 영구히 한민(閑民)을 만드는 것은 매우 적당하지 못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이제 부역하는 중은 바로 지난해에 부역을 하다가 기한을 채우지 못한 자와 적(籍)에 기록되었는데 날씨가 추운 까닭에 부역하지 못한 자이니, 이제 다시 모집하여 부역시키는 것이 아니다."
하였다. 양순경이 아뢰기를,
"승도(僧徒)는 부역(賦役)을 도피하므로 비록 과조(科條)를 세워서 중이 되는 것을 금할지라도 오히려 또 백가지 계책으로 하는데, 하물며 그 길을 열어서 인도하는 것이겠습니까? 이제 도감(都監)의 군인도 많은데 하필 중을 사역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상앙(商鞅)137) 도 사람들에게 신의를 잃지 아니하였다. 지난 해에 부역을 마치지 못한 자와 이름만 기록하고 부역에 나오지 아니한 자를 금년 봄에 다시 와서 부역하도록 허락하였는데, 어찌 신의를 잃을 수 있겠는가? 도감(都監)에서 그 인공(人功)과 사역하는 군정(軍丁)의 수를 헤아려서 여러 도(道)에 나누어 정하였는데 승군(僧軍) 천 명도 그 수(數) 안에 있다. 또 이 역사는 요컨대 속히 마치는 데 있을 뿐이다. 가령 그대들이 감독한다면 또한 오래 지체하여 10년에 이르고자 하겠는가? 만약 그대들의 벼슬을 바꾸어서 수리(修理)하는 일을 감독하게 한다면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162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6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역(軍役) / 재정-역(役) / 역사-고사(故事)
- [註 137]상앙(商鞅) : 전국 시대 진(秦)나라 정치가.
○丁巳/司憲府持平梁舜卿來啓曰: "我國防禦甚緊, 軍額不敷。 前年度僧, 三千餘人, 今又募役五百, 一受度牒, 永爲閒民, 甚未便。" 傳曰: "今所役僧, 乃前年立役, 而未準限錄籍, 而因日寒未赴者也。 非今更募役也。" 舜卿曰: "僧徒逃避賦役, 雖嚴立科條, 禁其爲, 僧猶且百計爲之, 況開其路, 而導之乎? 今都監軍人亦多, 何必役僧?" 傳曰: "商鞅, 尙不失信於人。 前年不準役者、錄名未赴者, 許令今春, 更來赴役, 其可失信乎? 都監量其人功與所役軍數, 而分定諸道, 僧軍千名, 亦在數內。 且此役要在速畢耳。 假使爾等監督, 亦欲淹留, 至十年之久乎? 若遞爾等之職, 使董修理之役, 則何以處之?"
- 【태백산사고본】 24책 162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6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상-불교(佛敎) / 군사-군역(軍役) / 재정-역(役)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