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거정의 《동국통감》 편찬을 허락하고 중국에 별헌(別獻)하는 문제를 논의하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지사(知事) 서거정(徐居正)이 아뢰기를,
"신이 바야흐로 문신(文臣) 두어 사람과 더불어 《연주시격(聯珠詩格)》을 주해(註解)하니, 청컨대 겸하여 《동국통감(東國通鑑)》을 찬(撰)하게 하소서. 우리 나라 사람이 비록 유사(儒士)라고 일컬을지라도 본국의 사적(事蹟)에는 아득하게 알지 못하니, 만약 《동국통감》을 편찬해서 완성하면 사람들이 모두 알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게 하라."
하였다. 도승지 이세좌(李世佐)가 아뢰기를,
"정동(鄭同)이 만약 죽으면 별헌(別獻)하는 물건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전일에 바친 물건은 모두 동화문(東華門)으로 가만히 바쳤는데, 이제 한씨(韓氏)가 이미 죽었고, 정동이 만약 죽으면 공공연히 들어가서 바칠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별헌하는 물건은 모두 칙서(勅書)에 실려 있는 것이므로, 바치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 정동을 통해서 공물(貢物)을 없애기를 청한 것도 오히려 온당하지 못한데, 이제 다른 환관(宦官)에게 청하는 것은 부끄러움이 없겠는가? 그러나 강옥(姜玉)·김흥(金興)에게 은밀히 말하는 것이 오히려 가하다. 본국의 공헌(貢獻)은 정동이 주장하였는데, 이제 만약 정동이 죽고 나서 곡청(谷淸)이 대신하면 형세가 바치지 아니할 수 없다. 또 별헌의 물건은 다 없앨 수 없고 우리 땅에 없는 물건만 면제하고자 할 뿐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15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30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출판-서책(書冊) / 역사-편사(編史) / 외교-명(明)
○丁卯/御經筵。 講訖, 知事徐居正啓曰: "臣方與文臣數人註《聯珠詩格》。 請兼撰《東國通鑑》。 我國人, 雖號爲儒士, 於本國事蹟, 茫然不知, 若撰成《東國通鑑》, 則人皆知之矣。" 上曰: "然。" 都承旨李世佐啓曰: "鄭同若不幸, 則別獻之物, 何以處之? 前日獻物, 皆自東華門潛納, 今韓氏已逝, 同若死, 則不可公然入獻。" 上曰: "別獻物, 皆勑書所載, 不可不進。 我國初因鄭同, 請除貢, 猶未穩當, 今又因緣他宦官, 無乃可恥乎? 然潛說姜玉、金興, 猶可也。 本國貢獻, 鄭同主之, 今若同不幸, 而谷淸代之, 則勢不得不進也。 且別獻之物, 不可盡除, 只欲蠲我土所無之物耳。"
- 【태백산사고본】 24책 15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5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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