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 정창손을 보내어 백관을 거느리고 시책보를 빈전에 올리다
영의정(領議政) 정창손(鄭昌孫)을 보내어 백관을 거느리고 시책보(諡冊寶)418) 를 빈전에 올렸다. 그 시책문(諡冊文)에 이르기를,
"고애손(孤哀孫) 국왕(國王) 신(臣) 휘(諱) 아무는 삼가 재배(再拜)하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씀을 올립니다. 멀리 추모하면서 장례를 정중하게 모시려 하니 슬픈 감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 칭호를 바꾸고 시호(諡號)를 정하는 데 있어서 마땅히 높이기를 지극하게 해야 할 것이므로 공경히 옛 법을 따라서 간절한 효성을 폅니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대행 대비 윤씨(尹氏)는, 도(道)는 임(姙)·사(姒)419) 와 같고 덕은 도(塗)·신(莘)420) 에 짝할 만합니다. 규목(樛木)421) 과 갈담(葛覃)422) 의 교화는 이미 궁중에 나타났고 종사(螽斯)423) 와 인지(麟趾)의 경사는 더욱 자손에게 두터웠으며 30년 동안 국모(國母)로 계셨으니 만백성이 깊이 사모합니다. 돌아보건대, 저의 작은 몸으로 우러러 사랑하심을 받아 무궁한 경사(慶事)를 계승하게 되었으므로 끝없는 은혜에 보답하려고 하였는데 어찌 하여 거룩하신 〈대비께서〉 세상을 버리시고 갑자기 승하하셨습니까? 슬프다! 음성과 모습이 길이 막혔으니 어찌 위호(位號)를 더하여 올리지 아니하겠습니까? 이에 성대한 공을 드날려서 슬픈 생각을 펴고자 합니다. 높은 시호를 정희(貞熹)로 올리니, 우러러 바라건대 밝으신 영(靈)께서 굽어 보책(寶冊)을 받으소서. 많은 복을 거듭 내리시어 본손(本孫)·지손(支孫)이 오이가 열리듯 번성하게 하시고, 그윽이 큰 계책을 도와서 종묘(宗廟)·사직(社稷)이 뽕나무 뿌리로써 동여맨 것처럼 튼튼하게 하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3책 154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65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418]시책보(諡冊寶) : 시책(諡冊)과 시보(諡寶).
- [註 419]
임(姙)·사(姒) : 주(周)나라 문왕의 어머니인 태임(太姙)과 무왕(武王)의 어머니인 태사(太姒).- [註 420]
도(塗)·신(莘) : 하(夏)나라 우(禹)임금의 비(妃)인 도산씨(塗山氏)와 은(殷)나라 탕(湯)임금의 비인 유신씨(有莘氏).- [註 421]
규목(樛木) :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편명(篇名).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후비(后妃) 태사(太姒)가 은덕(恩德)으로써 여러 첩들을 접하고, 여러 첩들도 후비에게 친부(親附)하였으므로, 규문(閨門)의 예의(禮儀)가 성했던 것을 말함.- [註 422]
갈담(葛覃) :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편명. 후비(后妃)의 근본을 노래한 것임. 즉 후비는 존귀하면서도 부지런하고, 부유하면서도 검소하며, 장성하여서도 스승을 공경하는 마음이 해이되지 않았고, 출가하였어도 친가 부모에 대한 효성(孝誠)이 쇠(衰)하지 않은 등의 부덕(婦德)의 후(厚)함을 엿볼 수 있는 내용임.- [註 423]
종사(螽斯) : 《시경》 국풍 주남의 편명. 후비의 덕으로 자손이 많다는 것을 노래하는 것임.○丙辰/遣領議政鄭昌孫率百官諡冊寶于殯殿。 其諡冊文曰:
孤哀孫國王臣諱, 謹再拜稽首上言。 追遠愼終, 不勝感愴。 易名定諡, 宜極尊崇, 祗率舊章, 用伸孝懇。 恭惟大行大妃尹氏, 道齊妊、姒, 德侔塗華〔莘〕 。 樛木、葛覃, 化已形於宮壼; 螽斯、麟趾, 慶益篤於子孫。 三紀母臨, 萬姓孺慕。 顧予沖藐, 仰荷睿慈。 獲嗣無疆之休, 思效罔極之報。 何聖善之厭世, 奄仙馭之乘雲? 嗟! 永閟於音容, 盍追增於位號? 玆(楊)〔揚〕 盛烈, 庸展哀思。 上尊諡曰貞熹, 仰冀明靈, 俯受寶冊。 申錫繁祉, 衍本支瓜瓞之綿; 幽贊鴻圖, 繫宗社苞桑之固。
- 【태백산사고본】 23책 154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465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