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위 정현조·반성위 강자순이 사족의 딸을 첩으로 삼은 일을 묻도록 전교하다
승정원(承政院)에 전지(傳旨)하기를,
"하성위(河城尉) 정현조(鄭顯祖)·반성위(班城尉) 강자순(姜子順)이 다 사족(士族)의 딸에게 장가들었는데, 모르지만 예를 갖추어서 장가들었는가? 사족의 딸에게 장가들어 첩(妾)을 삼는 것은 임금[人君]도 오히려 이같이 하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인신(人臣)이겠는가? 곧 불러서 물어라."
"이길상(李吉祥)이 이미 죽고 그 아내가 빈궁(貧窮)을 견디지 못하여 그의 딸을 신(臣)에게 의탁시켜서 의식(衣食)을 도움받고자 하였는데, 신의 어미가 이르기를, ‘천인(賤人)으로 작첩(作妾)하는 것은 양인(良人)으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하므로, 신도 또한 생각하기를, 운성 부원군(雲城府院君) 박종우(朴從愚)도 양가(良家)의 딸을 첩으로 삼았으니, 무방할 듯하게 여겨서 드디어 이를 취한 것입니다마는 신에게 실로 죄가 있습니다. 충찬위(忠贊衛) 이징(李徵)이 공칭(供稱)하기를, ‘하성 부원군(河城府院君) 정현조(鄭顯祖)가 결혼할 때에도 예(例)에 의한 혼서(婚書)가 아니었다.’고 하였고, 부원군의 어머니가 신에게 글을 보내고, 또 사(紗)·초(綃)를 각각 1필과 쌀 두 섬을 보내었었는데, 신이 망령되게 박종우의 첩은 뒤에 적실(嫡室)로 되었다고 여겼으므로 우선 첩으로써 성혼(成婚)을 한 것입니다."
하니, 전교(傳敎)하기를,
"하성위 등은 심히 옳지 못하다. 그러나 양가(兩家)에서 이미 첩으로써 혼인을 하였으니, 마땅히 첩으로 시행(施行)토록 하되, 금후로는 부마(駙馬) 및 조관(朝官)이 감히 사족의 딸로써 첩을 삼는 자는, 법으로써 엄하게 다스릴 것이다."
하고, 이어 예조(禮曹)와 사헌부(司憲府)에 전교하기를,
"귀천(貴賤)의 구분과 적첩(嫡妾)의 차례는 마치 하늘과 땅이 형성된 것과 같아서 문란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니, 어찌 귀(貴)한 이로써 첩을 삼으며, 천(賤)한 자로써 적실을 삼을 수 있겠는가? 지금 의빈(儀賓) 정현조(鄭顯祖)는 공주(公主)가 죽은 뒤에 충찬위 이징의 딸로써 첩을 삼았고, 승빈(承賓) 강자순(姜子順)은 옹주(翁主)가 죽은 뒤에 전 현감(縣監) 이길상(李吉祥)의 딸을 첩으로 삼았다. 이징과 이길상의 딸은 다 같이 사족(士族)인데, 정현조와 강자순이 임의(任意)로 작첩(作妾)을 한 것은 매우 법에 어긋난 일이다. 이는 장차 첩으로써 적실을 삼으려고 하나, 어찌 사족으로써 종재(宗宰)290) 의 첩이 될 수 있겠느냐? 금후로는 사족을 꾀어서 첩을 삼는 자를 엄하게 징계토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14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30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신분-양반(兩班) / 윤리-강상(綱常) / 풍속-예속(禮俗)
- [註 290]종재(宗宰) : 종실과 재상.
○傳于承政院曰: "河城尉、班城尉, 皆娶士族女, 不識成禮, 而娶族乎? 娶士女爲妾, 人君尙不如是, 況人臣乎? 其亟召問。 班城尉 姜子順來啓曰: "李吉祥已死, 其妻不堪貧窮, 欲托其女於臣, 以資衣食, 臣母云: ‘賤人作妾, 不如良人。’ 臣亦以謂: ‘雲城府院君 朴從愚, 亦娶良家女爲妾, 似爲不妨, 遂娶之, 臣實有罪。’ 忠贊衛李徵供稱: ‘河城府院君 鄭顯祖結婚時, 非依例婚書也。’ 府院君之母, 通書於臣, 又送紗ㆍ綃各一匹、米貳碩, 臣妄謂朴從愚之妾, 後爲嫡室, 故姑以妾成婚耳。" 傳曰: "河城尉等甚不當。 然兩家旣以妾爲婚, 當以妾施行, 今後駙馬及朝官, 敢以士族女爲妾者, 痛繩以法。" 仍傳旨禮曹、司憲府曰: "貴賤之分、嫡妾之序, 猶天建地設, 不可紊也, 豈可以貴爲妾, 以賤爲嫡乎? 今儀賓鄭顯祖, 公主沒後, 娶忠贊衛李徵女爲妾, 承賓姜子順, 翁主沒後, 娶前縣監李吉祥女爲妾。 徵與吉祥之女, 具是士族, 而顯祖、子順任然作妾, 甚違於法。 此則將以妾爲妻, 豈以士族, 而爲宗宰之妾乎? 今後誘士族, 而爲妾者, 痛懲。"
- 【태백산사고본】 21책 141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330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신분-양반(兩班) / 윤리-강상(綱常) / 풍속-예속(禮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