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성종실록 121권, 성종 11년 9월 5일 임오 4번째기사 1480년 명 성화(成化) 16년

시강관 안침 등이 낙산사의 노비를 영구히 전하지 말 것 등을 아뢰다

석강(夕講)에 나아갔다. 《맹자(孟子)》를 강(講)하다가 ‘자로(子路)는 남이 그에게 허물이 있는 것을 말해 주면 기뻐하였다.’는 데에 이르러, 시강관(侍講官) 안침(安琛)이 아뢰기를,

"상하(上下)가 상합(相合)해야 덕업(德業)이 이루어지는 것은 천지(天地)가 상합해서 만물(萬物)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임금은 신하에게 대해서 진실로 마땅히 포용(包容)하는 도량(度量)을 넓혀서 교만(驕慢)하고 인색(吝嗇)한 마음을 없애야 하고, 신하가 임금에게 대해서도 마땅히 충고(忠告)하는 정성을 다해서 아첨하는 잘못을 없앤 연후에야 가히 치공(治功)을 이룰 수 있습니다. 순(舜)임금이 즐겨 어진 사람을 쓰고, 우(禹)임금이 옳은 말을 받아들이고, 자로(子路)가 과실(過失)을 듣기를 좋아한 것은, 모두 자수(自修)359) 하는 데에 과감(果敢)하여 교만하고 인색한 것을 끊은 것입니다. 지금 낙산사(洛山寺)의 노비(奴婢)를 영구히 전하라는 명령은 크게 잘못된 거사(擧事)이십니다. 대신(大臣)이 이를 말하면 ‘상량(商量)하겠다.’고 하시고, 대간(臺諫)이 이를 말하면 ‘상량하겠다.’고 하시면서 마침내 성명(成命)이 없으시니, 원컨대 전하께서도 간(諫)함을 따르시는 데에 과감하시어, 영구히 전하라는 명령을 즉시 고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잘 생각해 보아도 영구히 전하라는 명령은 고칠 수 없다."

하였다. 도승지 김계창(金季昌)이 아뢰기를,

"안침이 그 노비를 다 빼앗고자 하여 말한 것이 아니라, 영구히 전하라는 전지(傳旨)를 고치려고 함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들의 자손(子孫)이 뒤에 만약 번성(繁盛)할 것 같으면, 마땅히 처치함이 있을 것이다."

하고, 이어서 묻기를,

"중[僧人] 가운데 도읍에 출입하는 자가 있느냐?"

하니, 안침이 아뢰기를,

"도첩(度牒)이 있는 자가 부모(父母)를 만나뵌다고 칭하며 여염(閭閻)을 횡행(橫行)하고, 또 양종(兩宗)360)원각사(圓覺寺)가 국도(國都) 안에 있기 때문에, 중들이 이로 말미암아 왕래하는 자가 많습니다. 청컨대 사헌부(司憲府)로 하여금 양종과 원각사에 거처하는 중들이 액수(額數)를 정하게 하고, 만약에 액수 이외의 승도(僧徒)로서 도읍 안을 횡행하는 자가 있으면 일체 금(禁)하는 것이 가합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대관(臺官)361) 에 적임자를 얻으면 승도(僧徒)가 자연히 그칠 것이니, 반드시 따로 새 법(法)을 세워서 금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어을우동(於乙宇同)의 죄가 중하여서, 극형에 처하여 뒷사람을 징계하려고 한다."

하니, 김계창은 아뢰기를,

"사족(士族)의 부녀(婦女)는 비록 실행(失行)이 있는 자라 하더라도 남이 알지 못합니다. 지금 어을우동은 추잡한 행실이 밝게 드러났으니, 모름지기 중전(重典)에 청하여 풍화(風化)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고, 안침은 아뢰기를,

"옛사람이 사람을 형벌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경계한 것은 자신의 죄가 아니면서도 죽는 자가 있을까 염려한 것이나, 어을우동은 죄악이 매우 중하니, 비록 중전(重典)에 처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였다. 설경(說經) 안윤손(安潤孫)은 아뢰기를,

"신이 듣건대, 어을우동의 어미도 추행(醜行)이 있어서 그 아비 박윤창(朴允昌)어을우동에게 ‘내 딸이 아니라.’고 하였다 하니, 그 음행(淫行)은 어미로부터 그러한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을우동은 종친(宗親)의 아내로 음행을 자행함이 거리낌이 없어서 유복지친(有服之親)에 이르기까지 간통하였으니, 그 죄가 더욱 심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2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6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출판-서책(書冊) / 신분-천인(賤人) / 신분-양반(兩班) / 사상-불교(佛敎) / 사법-재판(裁判) / 윤리-강상(綱常)

  • [註 359]
    자수(自修) : 스스로 학문을 닦고 덕행을 쌓음.
  • [註 360]
    양종(兩宗) : 교종(敎宗)과 선종(禪宗).
  • [註 361]
    대관(臺官) : 사헌부의 모든 관원.

○御夕講。 講《孟子》, 至子路, 人告之以有過則喜, 侍講官安琛啓曰: "上下交, 而德業成者, 猶天地交, 而萬物成。 君之於臣, 固當大包容之量, 而絶驕吝之心, 臣之於君, 亦當盡忠告之誠, 而無諂諛之失, 然後可以成其治功矣。 帝舜之樂取人, 大禹之拜昌言, 子路之喜聞過者, 皆能勇於自修, 而絶驕吝也。 今洛山寺永傳奴婢之命, 是大謬擧也。 大臣言之而曰: ‘商量。’ 臺諫言之而曰: ‘商量。’ 迄無成命, 願殿下勇於從諫, 卽改永傳之命。" 上曰: "予審思之, 永傳之命, 不可改也。" 都承旨金季昌曰: "非欲盡奪其奴婢, 而言也。 欲改永傳之旨也。" 上曰: "其子枝後若繁盛, 則當有以處之矣。" 仍問: "僧人有出入都市者乎?" 曰: "有度牒者, 稱爲見父母, 橫行閭閻, 且兩宗圓覺寺, 在國都中, 故僧因緣往來者多矣。 請令司憲府, 定兩宗及圓覺寺居僧之額, 如有數外僧徒橫行都中者, 一禁可矣。" 上曰: "臺官得人, 則僧徒自戢矣, 不必別立新法以禁之也。" 上又曰: "於乙宇同之罪重矣, 欲置極刑, 以懲後來。" 季昌曰: "士族婦女, 雖有失行者, 人莫知也。 今於乙宇同, 穢行彰著, 須置重典, 以正風化。" 曰: "古人以刑人殺人爲戒者, 慮有死非其罪也, 然於乙宇同, 罪惡甚重, 雖置重典, 未爲過也。" 說經安潤孫曰: "臣聞於乙宇同之母, 亦有醜行, 其父朴允昌於乙宇同, 非吾女, 其淫行, 自其母而然。" 上曰: "於乙宇同, 以宗室之妻, 淫放無忌, 至奸有服之親, 其罪尤重。"


  • 【태백산사고본】 18책 12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16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출판-서책(書冊) / 신분-천인(賤人) / 신분-양반(兩班) / 사상-불교(佛敎) / 사법-재판(裁判) / 윤리-강상(綱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