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이덕숭 등이 한한이 통사를 스스로 택하여 데리고 간 것 등을 아뢰다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강(講)하기를 마치자, 집의(執義) 이덕숭(李德崇)·정언(正言) 유찬(劉瓚)이 아뢰기를,
"통사가 윤차로 북경(北京)에 가는 법은 오래 되었는데, 근자에 사은사(謝恩使) 한치형(韓致亨)이 스스로 택하여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한(韓僴)이 또 본받으니, 예사(例事)가 되어 윤차의 법이 한갓 문구(文具)가 될까 두렵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한한이 가는 데에는 진헌하는 물건을 많이 싸가지고 가기 때문에 일을 아는 통사를 특별히 보내는 것이다."
하였다. 유찬이 말하기를,
"전대(專對)324) 의 책임은 사신에게 있는데, 역관(譯官)이 어찌 참여하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좌우에게 물으니, 영사(領事) 정창손(鄭昌孫)이 대답하기를,
"이것은 다른 공헌(貢獻)에 비교할 것이 아니니, 어찌 상례(常例)에 구애될 수 있습니까?"
하였다.
이덕숭 등이 또 한충인(韓忠仁)·당효량(唐孝良)의 관직을 고칠 것을 청하였으나 들어주지 않았다. 이덕숭 등이 또 어유소(魚有沼)·노공필(盧公弼)·김세적(金世勣)이 어을우동(於乙宇同)을 간통한 일을 아울러 국문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방산수(方山守)가 제 죄를 면하고자 하여 거짓 끌어댄 것인데, 어찌 가볍게 믿고 갑자기 재상을 옥에 넣을 수가 있느냐?"
하였다. 이덕숭 등이 또 말하기를,
"이미 궁궐을 수리하는 역사를 파하였으니, 선군(船軍)을 마땅히 놓아 보내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게 하라."
하였다. 인하여 좌우에게 이르기를,
"정 태감이 차씨·안씨에게 음식물(飮食物)을 보낼 것을 청하는데, 내가 결단하기 매우 어렵다."
하니, 정창손이 대답하기를,
"한씨는 족친이니 부득이하지마는, 만일 차씨·안씨에게도 아울러 보낸다면 이것은 궁금(宮禁)과 교통(交通)하는 것이니, 대단히 불가합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1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52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군사-지방군(地方軍) / 외교-명(明) / 신분-중인(中人)
- [註 324]전대(專對) : 외국에 사신(使臣)으로 나간 사람이 본국과 상의 없이 임의로 황제의 물음에 대답하거나 또는 임시로 일을 처리하던 것을 말함.
○乙巳/御經筵。 講訖, 執義李德崇、正言劉瓚啓曰: "通事輪次赴京之法, 久矣, 近者謝恩使韓致亨, 自占帶行。 今韓僴又效之, 恐成例事, 而輪次之法, 徒爲文具矣。" 上曰: "今韓僴之行, 多齎進獻之物, 故特遣事知通事耳。" 瓚曰: "專對之任, 在於使臣, 譯官何與焉?" 上問左右, 領事鄭昌孫對曰: "此非他貢獻之比, 豈可拘於常例耶?" 德崇等, 又請改韓忠仁、唐孝良之職, 不聽。 德崇等又請幷鞫魚有沼、盧公弼、金世勣奸於於乙宇同事, 上曰: "方山守欲免己罪, 誣引之, 豈可輕信, 而遽致宰相於獄乎?" 德崇等又曰: "旣罷宮闕修理之役, 船軍宜可放也。" 上曰: "然。" 仍謂左右曰: "鄭太監請於車氏、安氏處送食物, 予甚難斷。" 昌孫對曰: "韓氏則乃族親, 在所不得已也, 若幷送車氏、安氏處, 則是乃交通宮禁, 大不可也。" 上曰: "是。"
- 【태백산사고본】 18책 11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0책 152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경연(經筵) / 인사-임면(任免)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군사-지방군(地方軍) / 외교-명(明) / 신분-중인(中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