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목이 대서계와 소서계가 다름을 의논하다
전교하기를,
"진헌(進獻)하는 대서계 물목(大書契物目)은 수(數)가 적고 소서계 물목은 수가 많으니, 황제가 알고 물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다시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다. 정창손(鄭昌孫)·한명회(韓明澮)·윤필상(尹弼商)·홍응(洪應)은 의논하기를,
"한씨(韓氏) 처소의 소서계(小書契)에 붙은 물목이 비록 대서계보다 많기는 하나, 모두 자질구레한 물건이므로 혐의가 없습니다."
하고, 심회(沈澮)·윤사흔(尹士昕)은 의논하기를,
"소서계에 붙은 긴요하지 아니한 물건은 줄이는 것이 어떠합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소서계 물건 수를 대서계와 일체로 같이하고 나머지 수는 별폭(別幅)에 적어 가지고 가서, 만약 한씨가 적다고 하거든 별폭을 올리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승지(承旨) 김승경(金升卿)과 채수(蔡壽)가 아뢰기를,
"대소 서계(大小書契)에 대하여 의논하는 자가 이르기를, ‘만약 정동(鄭同)의 말을 따르지 아니하고 한 서계에 써서 한씨에게 올리면, 정동이 반드시 자기의 뜻을 어긴 것을 노여워하고 황제에게 호소하여 혹은 특별히 사신을 보내거나 혹은 물건의 수를 많이 정하면 그 폐단이 더욱 심할 것이니, 권도(權道)에 따라 대소 서계를 만드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나, 신 등은 생각하기를, 만약 정동의 말을 따라서 대소 서계를 만들면 무릇 한씨 및 정동과 더불어 사랑을 투기하는 자가 황제에게 호소하기를, ‘조선에서 정동의 지시에 따라 대소 서계를 만들어 황제를 속인다.’ 하여 황제가 반드시 노여워해서 칙서(勅書)를 내려 꾸짖을 것이니, 이때를 당하면 후회한들 어찌 미치겠습니까? 무릇 국가를 위하는 일은 사정(邪正)과 이해(利害)를 보아서 할 뿐인데, 이 일은 바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침내 이(利)도 없을 듯합니다. 위를 속이고 간사함을 행함은 임금을 섬기는 도리가 아닙니다. 이제 작은 환자(宦者)의 말에 따라 아부하여 은총을 받으려는 계책은 황제를 속이는 것과 같으니, 속이고 간사함이 더할 수 없이 심합니다. 신 등은 생각하건대 대소 서계를 없애고 한 서계만 써서 그 물건의 수를 많이 하여 한씨에게 올리면, 황제가 비록 그 물건을 다 쓰더라도 우리가 한씨에게 정성을 바친 것은 진실로 손상이 없을 것입니다."
하자, 전교하기를,
"전의 전교와 같이 시행하는 것이 좋다."
하였다.
그 서계(書契)에 이르기를,
"질녀(姪女) 회간 왕비(懷簡王妃)598) 한씨(韓氏)는 존고(尊姑)599) 한씨 시하(侍下)에게 받들어 올립니다. 지난 겨울에 한치형(韓致亨)이 북경[京師]에서 돌아왔는데, 공경히 듣건대 황제 폐하께서 큰 복을 누리신다고 하며 따라서 존고께서도 황은(皇恩)을 입어 십분 강녕하시다고 하니, 기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질녀는 대소 친척이 평안하게 지내니 모두 은혜와 돌보심이 미친 바입니다. 높이 살피시기를 엎드려 바랍니다. 궁내[內中]에서 보내 주신 많은 진귀한 물건은 각각 공경히 받으니 감격함이 망극합니다. 다만 본국은 서계(西界)600) 가 조잔(彫殘)하여 멀리 수송하기가 어려우므로 약간의 토산물을 삼가 갖추어서 약례(略禮)로 별폭(別幅)에 갖추 기록하오니 용서해 살피시기를 삼가 빌며, 인하여 성수 무강(聖壽無彊)을 축수하고 겸하여 존고(尊姑)께서 길이길이 많은 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삼가 이것으로 절하고 올립니다."
하였다.
별폭(別幅). 자면주(紫綿紬) 3필, 녹면주(綠綿紬) 3필, 유청 면주(柳靑綿紬) 3필, 녹면포(綠綿布) 3필, 수록 면포(水綠綿布) 10필, 탑사마(塔士麻) 20근(斤), 곤포(昆布) 50근, 해의(海衣) 10근, 녹중포(鹿中脯) 50개(箇), 녹편포(鹿片脯) 50개, 조곽(早藿) 50근, 향점(香簟) 10근, 석수어란자(石首魚卵鮓) 1담(壜), 은구어자(銀口魚鮓) 1담, 중양 삼사 도자(中樣三事刀子) 50파(把), 소양 삼사 도자(小樣襂祀刀子) 50파, 세죽선(細竹扇) 50파, 소죽선(小竹扇) 50파, 수랑아(繡囊兒) 10류(流), 장아아(獐牙兒) 10류, 침가아(針家兒) 10류, 호아아(虎牙兒) 16, 호로아(葫蘆兒) 16, 청고아(靑苽兒) 16, 세교주문합(細巧紬文蛤) 50류, 흑마포(黑麻布) 1백 10필.
별폭. 자면주(紫綿紬) 3필, 녹면주 3필, 청면주 3필, 초록 면주 3필, 백저포(白苧布) 5필, 수록 면포(水綠綿布) 10필, 탑사마(塔士麻) 20근, 해의(海衣) 10근, 곤포(昆布) 50근, 녹중포(鹿中脯) 50개, 녹편포 50개, 조곽(早藿) 50근, 향점(香簟) 10근, 홍합자(紅蛤鮓) 1담(壜), 백하자(白蝦鮓)601) 1담, 중양 삼사 도자(中樣三事刀子) 50파, 소양 삼사 도자 50파, 세죽선(細竹扇) 50파, 소죽선 50파, 수랑아(繡囊兒) 10류(流), 장아아(獐牙兒) 10류, 침가아(針家兒) 10류, 호아아(虎牙兒) 10류, 호로아(葫蘆兒) 10류, 청고아(靑苽兒) 10류, 반합(班蛤) 50류.
별폭. 자면주 2필, 녹면주 2필, 청면주 2필, 초록 면주 2필, 겸직포(兼織布) 3필, 향점 10근, 탑사마 10근, 소양 삼사 도자 50파, 회합(回蛤) 50류, 흑마포 5필.
- 【태백산사고본】 17책 10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4면
- 【분류】외교-명(明) / 무역(貿易)
- [註 598]회간 왕비(懷簡王妃) : 덕종비.
- [註 599]
○傳曰: "進獻大書契物目數少, 小書契物目數多, 若皇帝, 知而問之, 何以處之? 更議以啓。"鄭昌孫、韓明澮、尹弼商、洪應議: "韓氏處小書契付物目, 雖多於大書契, 然皆細瑣之物, 無嫌也。" 沈澮、尹士昕議: "小書契付不緊物件, 量減何如?" 傳曰: "小書契物數, 一如大書契, 餘數, 書于別幅齎去, 若韓氏以爲少也, 進別幅何如?" 承旨金升卿、蔡壽啓曰: "大小書契議者云: ‘若不從鄭同言, 只用一書契, 呈韓氏, 則鄭同必怒違己意, 訴于皇帝, 或特遣使臣, 或多定物數, 則其弊尤甚, 不如從權, 作大小書契。’ 臣等以爲: ‘若從鄭同言, 修大小書契, 凡與韓氏及鄭同妬寵者,’ 訴皇帝云: ‘朝鮮, 從鄭同指使, 修大小書契, 以欺皇帝。’ 則皇帝必怒, 降勅責之, 當此時, 悔之何及? 凡爲國家事, 視邪正與利害而已, 此事非徒不正, 恐終無利也。 誣上行詐, 非事君之道。 今從小竪依阿怙寵之計, 欺同皇帝, 其爲誣詐莫甚。 臣等謂, 除大小書契, 只用一書契, 多其物數, 以進于韓氏, 則皇帝, 雖盡用其物, 我之輸誠韓氏, 固無損矣。" 傳曰: "如前傳敎施行可也。" 其書契曰:
姪女懷簡王妃韓氏, 奉復尊姑韓氏侍下。 去冬韓致亨, 回自京師, 欽聞皇帝陛下, 茂膺景福, 從審尊姑, 寵承皇恩, 十分康寧, 不勝喜懽。 姪女與大小親戚, 平安過活, 都是恩眷所及。 伏惟尊鑑。 內中所惠, 多般珍貺, 與各祗受, 感戴罔極。 但本國西界彫殘, 艱於遠輸, 凡干土宜, 謹備略禮, 具錄別幅, 伏乞恕鑑, 仍祝聖壽無疆, 兼冀尊姑, 永享多福。 謹此拜復。
別幅: "紫綿紬三匹、綠緜紬參匹、柳靑綿紬三匹、綠綿布三匹、水綠綿布一十匹、塔士麻二十斤、昆布五十斤、海衣一十斤、鹿中脯五十箇、鹿片脯五十箇、早藿五十斤、香簟一十斤、石首魚卵鮓一壜、銀口魚鮓一壜、中樣三事刀子五十把、小樣三事刀子五十把、細竹扇五十把、小竹扇五十把、繡囊兒一十流、獐牙兒一十流、針家兒一十流、虎牙兒十六、葫蘆兒一十六、靑苽兒一十六、細巧紬文蛤五十流、黑麻布一百一十匹、別幅紫綿紬三匹、綠綿紬三匹、靑綿紬三匹、草綠綿紬三匹、白苧布五匹、水綠綿布一十匹、塔士麻二十斤、海衣一十斤、昆布五十斤、鹿中脯五十箇、鹿片脯五十箇、早藿五十斤、香簟一十斤、紅蛤鮓一壜、白蝦鮓一壜、中樣三事刀子五十把、小樣三事刀子五十把、細竹扇五十把、小竹扇五十把、繡囊兒一十流、獐牙兒一十流、針家兒一十流、虎牙兒一十流、葫蘆兒一十流、靑苽兒一十流、班蛤五十流。" 別幅: "紫綿紬二匹、綠綿紬二匹、靑綿紬二匹、草綠綿紬二匹、兼織布三匹、香簟一十斤、塔士麻一十斤、小樣三事刀子五十把、回蛤五十流、黑麻布五匹。"
- 【태백산사고본】 17책 10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54면
- 【분류】외교-명(明) / 무역(貿易)
- [註 5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