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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86권, 성종 8년 11월 4일 정묘 3번째기사 1477년 명 성화(成化) 13년

손비장·이창신 등과, 붕당에 대해 손비장과 애완물을 기르는 것에 대해 논의하다

석강(夕講)에 나아갔다. 《강목(綱目)》을 강(講)하다가, 헌종(憲宗)1037)이강(李絳)1038) 과 더불어 붕당(朋黨)을 논(論)한 대목에 이르러, 임금이 말하기를,

"붕당(朋黨)은 심히 나쁜 것이다."

하니, 좌부승지(左副承旨) 손비장(孫比長)이 아뢰기를,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 서로 용납되지 못하는 것은 마치 얼음과 숯을 같은 그릇에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군자(君子)는 군자끼리 법을 삼고 소인(小人)은 소인끼리 벗을 삼는데, 군자가 벼슬에 나오게 되면 뭇 군자들이 떼를 지어 나오게 되고, 소인이 벼슬에 나오게 되면 뭇 소인들이 떼를 지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군자는 이를 붕당(朋黨)이라고 일컬을 수 없지만, 소인 가운데 군자를 해치고자 하는 자는 붕당(朋黨)이라고 지목받게 됩니다. 임금이 만약 밝지 못하면 사정(邪正)1039) 이 뒤바뀌고 시비(是非)가 혼란되어서 군자는 날로 벼슬에서 물러나고 소인은 날로 벼슬에 나오게 될 것이니, 이것이 국가의 변란(變亂)이 많은 까닭입니다. 인군(人君)이 이를 변별(辨別)하는 방도는 성의(誠意)와 정심(正心)을 하여 그 몸을 닦는 데 있을 뿐입니다."

하고, 검토관(檢討官) 이창신(李昌臣)이 말하기를,

"요(堯)임금 때에 팔원 팔개(八元八愷)1040) 가 있어서 조정에 등장하여 이름을 드날렸고, 순(舜)임금 때에 구관 사악(九官四岳)1041) 이 서로들 자리를 양보하였고, 무왕(武王) 때에는 난신(亂臣)1042) 10인이 있었지만, 이런 때를 당하여 붕당(朋黨)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대저 군자가 왕정(王庭)에서 이름을 날리게 되면 소인이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지만, 소인이 벼슬에 나오게 되면 군자를 해치고자 하는데, 붕당(朋黨)이라고 지목받게 됩니다. 헌종(憲宗)은 조서(詔書)를 내려서 진봉(進奉)을 근절(根絶)시키고서 즉시 비밀히 진헌(進獻)하도록 유시(諭示)하였으니, 그 본심(本心)은 바르지 못하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 이강(李絳)·배탁(裵度)1043) 을 붕당(朋黨)이라 하고, 정이(程异)1044) ·황보박(黃甫鎛)1045) 를 신임하였던 것도 족히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손비장이 말하기를,

"군자(君子)는 두루 통하고 편당(偏黨)하지 아니하며, 소인(小人)은 편당하고 두루 통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군자가 더불어 벗하는 자는 모두 공평(公平)하고 정직(正直)한 사람이며, 소인이 더불어 벗하는 자는 모두 붕당을 짓고 아첨하는 사람입니다. 《서경(書經)》1046) 에 이른바, ‘집안끼리 무리를 지어 원수를 만든다.’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인군(人君)은 소인을 알아보지 못할까 근심하는 것인데 이미 이를 알아보았다면 마땅히 빨리 제거(除去)해야 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옳다."

하였다. 손비장이 아뢰기를,

"어제 사복시(司僕寺)에서 토우(土宇)1047) 를 지어서 원숭이를 기르자고 청하였고, 또 옷을 주어서 입히자고 청하였는데, 신의 생각으로는 원숭이는 곧 상서(祥瑞)롭지 못한 짐승이니, 사람의 옷을 가지고 상서롭지 못한 짐승에게 입힐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한 벌의 옷이라면 한 사람의 백성이 추위에 얼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신은 진실로 전하께서 애완물(愛玩物)을 좋아하시지 않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사(太史)1048) 가 사책(史策)에 쓴다면 후세(後世)에서 전하더러 애완물을 좋아하였다고 하지 않을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시경(詩經)》1049) 에 이르기를, ‘사슴은 윤기가 흐르고 백조(白鳥)는 희기도 희도다[麀鹿濯濯 白鳥翯翯]’고 하였는데, 이것은 그 만물(萬物)이 각각 그 살곳을 얻은 것을 말한 것이다. 내가 애완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외국(外國)에서 바친 것을 추위에 얼어 죽게 하는 것은 불가(不可)할 것이다. 사복시(司僕寺)에서 청(請)한 것은 옷이 아니고 녹비(鹿皮)를 주어서 이에 입히고자 청하였을 뿐이다. 경이 잘못 들은 것이다."

하였다. 손비장이 말하기를,

"신이 전일에 문소전(文昭殿)의 물선(物膳)을 중[僧人]들에게 나누어 줄 수 없다고 여러 번 청하였는데, 근일에 집의(執義) 이칙(李則)이 또 이를 논핵(論劾)하였으므로, 특별히 명하여 고찰해서 아뢰게 하였습니다. 신이 이를 상고하였더니, 횡간(橫看)1050) 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입계(入啓)에는 거부(拒否)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조종조(祖宗朝)에서부터 특별히 중들에게 나누어 주었을 뿐이지, 중들이 문소전(文昭殿)에 가서 취(取)하는 것이 아니다. 조종(祖宗)의 법제(法制)에는 반드시 이와 같지 아니할 것인데, 그 폐단이 이와 같은 데에 이르렀다."

하였다. 손비장이 말하기를,

"전하께서는 정성과 공경을 다하시어 조종(祖宗)께 제사지내시는데, 어찌 조종께 제사지낸 물선(物膳)을 차마 중들에게 나누어 주겠습니까? 횡간(橫看)은 항상 시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후에 그만둔 적도 있습니다. 즉시 증감(增減)하도록 하여서 이를 없애도록 바랍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마땅히 참작하여 헤아리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86권 3장 A면【국편영인본】 9책 52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역사-고사(故事) / 역사-편사(編史) / 재정-공물(貢物)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 / 사상-불교(佛敎) / 사상-불교(佛敎)

  • [註 1037]
    헌종(憲宗) : 당(唐)의 11대 황제.
  • [註 1038]
    이강(李絳) : 당나라 헌종 때의 어진 재상.
  • [註 1039]
    사정(邪正) : 그릇되고 올바른 것.
  • [註 1040]
    팔원 팔개(八元八愷) : 여기서 원(元)은 선(善), 개(愷)는 화(和)의 뜻으로, 팔원(八元)은 고신씨(高辛氏)의 아들인 백분(伯奮)·중감(仲堪)·중웅(仲熊) 등 8인이고, 팔개(八愷)는 고양씨(高陽氏)의 아들인, 창서(蒼舒)·중용(仲容)·숙달(叔達) 등 8인인데, 이들이 모두 성실(誠實)하고 온화(溫和)하여 세상에서 팔원 팔개라고 일컬었음.
  • [註 1041]
    구관 사악(九官四岳) : 요·순(堯舜) 시대의 관명(官名)으로, 구관(九官)은 사공(司空:총리(總理))·후직(后稷:농정(農政))·사도(司徒:교육(敎育)) 등 아홉 관서(官署)이고, 사악(四岳)은 사방의 제후(諸侯)를 통솔하던 장관(長官)임.
  • [註 1042]
    난신(亂臣) : 나라를 잘 다스린 신하.
  • [註 1043]
    배탁(裵度) : 당나라 헌종 때 명신.
  • [註 1044]
    정이(程异) : 당나라 헌종 때 염철사(鹽鐵使).
  • [註 1045]
    황보박(黃甫鎛) : 당나라 헌종 때 탁지사(度支使).
  • [註 1046]
    《서경(書經)》 : 주서(周書) 태서(泰誓) 편.
  • [註 1047]
    토우(土宇) : 흙집.
  • [註 1048]
    태사(太史) : 역사를 기록하는 사신(史臣).
  • [註 1049]
    《시경(詩經)》 : 대아(大雅) 문왕지습(文王之什) 편.
  • [註 1050]
    횡간(橫看) : 가로 그은 줄 안에 벌여 적은 표.

○御夕講。 講《綱目》, 至 ‘憲宗李絳論朋黨,’ 上曰: "朋黨, 甚可惡也。" 左副承旨孫比長啓曰: "君子、小人之不相容, 猶氷炭之不可同器也。 君子以君子爲朋, 小人以小人爲朋, 君子進, 則衆君子以類而進, 小人進, 則衆小人以類而進。 然君子不可謂之朋黨, 而小人之欲害君子者, 以朋黨目之也。 君若不明, 則邪正顚倒, 是非混淆, 君子日退, 小人日進, 此國家之所以多亂也。 人君辨之之道, 在於誠意正心以修其身而已。" 檢討官李昌臣曰: "之時有 ‘八元八凱’ 登揚於朝, 之時 ‘九官四岳’ 濟濟相讓, 武王有亂臣十人, 當是時, 未聞有朋黨也。 大抵君子揚于王庭, 則小人不得肆矣, 小人進, 則欲害君子而以朋黨目之也。 憲宗下詔絶進奉, 尋卽密諭進獻, 本心可謂不正矣。 以李絳裵度爲朋黨, 而信程异皇甫鎛, 無足怪矣。" 比長曰: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君子所與友者, 皆公平正直之人, 小人所與友者, 皆朋比阿私之人。 《書》所謂 ‘朋家作仇’ 是也。 人君患不知小人耳, 旣知之, 則當速去之。" 上曰: "然。" 比長啓曰: "昨日司僕寺請作土宇以畜猿, 又請給衣以衣之, 臣謂猿乃不祥之獸也, 不可以人之衣衣不祥之獸也。 況一衣可使一民無凍。 臣固知殿下不爲翫好也。 然太史書于策, 則安知後世不謂殿下爲翫好乎?" 上曰: "《詩》云: ‘麀鹿濯濯, 白鳥皜皜’, 是言其萬物各得其所也。 予非翫好也, 外國所獻, 使寒凍而死則不可也。 司僕寺之請, 非衣也, 請給鹿皮以被之耳, 卿誤聽矣。" 比長曰: "臣前日屢請文昭殿物膳不可分與僧人, 近日執義李則又論之, 特命考啓。 臣考之, 則載在橫看。 今日入啓未可有否。" 上曰: "自祖宗朝, 特分與僧人耳, 非僧人往取於文昭殿也。 祖宗法制未必如此, 而其弊至於如此也。" 比長曰: "殿下盡其誠敬以享祖宗, 何忍以祖宗祭祀之物分與僧人乎? 橫看非常行之法, 其後有所礙, 卽令增減, 乞除之。" 上曰: "予當酌量。"


  • 【태백산사고본】 13책 86권 3장 A면【국편영인본】 9책 524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정론-간쟁(諫諍) / 역사-고사(故事) / 역사-편사(編史) / 재정-공물(貢物) / 식생활-기명제물(器皿祭物) / 사상-불교(佛敎)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