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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실록 70권, 성종 7년 8월 9일 기묘 2번째기사 1476년 명 성화(成化) 12년

인정전에 나아가 중궁을 봉하다

임금이 인정전(仁政殿)에 나아갔다. 밀성군(密城君) 이침(李琛)·좌찬성(左贊成) 노사신(盧思愼)을 보내어 교명(敎命)과 책보(冊寶)를 가지고 가서 숙의(淑儀) 윤씨(尹氏)를 중궁(中宮)으로 봉(封)하였다. 그 교명(敎命)에 이르기를,

"예전의 현명한 임금이 국사를 다스림에 있어서 반드시 내치(內治)를 먼저함은 그 근본을 바르게 한 것이다. 아! 내가 어린 몸으로 대통(大統)을 이어받아 영구히 부하(負荷)679) 해야 할 중한 책임을 생각하건대 반드시 내좌(內佐)하는 현명한 사람의 도움에 힘입어야 하는데, 중궁의 자리[壼位]가 빈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이에 대왕 대비(大王大妃)의 의지(懿旨)를 받드니, 궁궐[宮闈]은 주장하는 사람이 없을 수 없으므로 현숙(賢淑)한 자를 간택하여 내정(內政)을 총괄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대 윤씨(尹氏)는 일찍이 덕행(德行)으로 간선(揀選)되어 오랫동안 궁궐[宮掖]에 거처하면서, 정숙(貞淑)하고 신실(信實)하며 근면하고 검소한데다 몸가짐에 있어서는 겸손하고 공경하였으므로, 삼궁(三宮)680) 에게 총애를 받았다. 이에 예법을 거행하여 왕비(王妃)로 책봉한다. 아아! 천지(天地)의 자리가 정해지면 만물이 생육(生育)되고, 군후(君后)가 덕(德)이 합하면 만화(萬化)의 터전이 이룩된다. 마땅히 은총의 칙명(勅命)을 받들어 시종(始終) 한결같은 덕(德)으로 공경할지어다."

하고, 그 책보(冊寶)에 이르기를,

"하늘[乾元]이 만물을 내는 데에는 반드시 땅[坤元]의 받드는 것을 기다리고,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실로 음교(陰敎)681) 의 도움에 힘입는 것이니, 이에 이루어진 법에 따라 휘칭(徽稱)의 의식을 거행한다. 생각하건대 그대 윤씨(尹氏)는 성품이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마음가짐이 깊고 고요하여, 계명(雞鳴)682) 의 경계(警戒)는 진실로 제(齊)나라 왕비(王妃)의 현명함보다 뛰어나고, 갈담(葛覃)683) 의 근검(勤儉)은 멀리 주(周)나라 태사(太姒)684) 의 덕을 따르는도다. 자극(慈極)685) 의 총애가 이미 깊고 모의(母儀)로서의 민망도 합당하므로, 은총의 법을 더하여 위호(位號)를 바르게 한다. 아아! 규목(樛木)686) 의 은혜가 미치니 풍화(風化)는 이남(二南)687) 에 근본하였고, 과질(瓜瓞)688) 의 경사가 뻗치니 본손(本孫)과 지손(支孫)이 백세(百世)에 굳건하리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7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70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

  • [註 679]
    부하(負荷) : 부조(父祖)의 업(業)을 능히 지켜 감.
  • [註 680]
    삼궁(三宮) : 정희 왕후(貞熹王后:세조 비(世祖妃)) 윤씨(尹氏)·소혜 왕후(昭惠王后:덕종 비(德宗妃)) 한씨(韓氏)·안순 왕후(安順王后:예종 비(睿宗妃)) 한씨(韓氏)를 말함.
  • [註 681]
    음교(陰敎) : 내조(內助).
  • [註 682]
    계명(雞鳴) : 《시경(詩經)》 국풍(國風) 제풍(齊風)의 편명으로, 왕비(王妃)가 임금이 정사(政事)에 부지런하도록 내조(內助)하는 것을 말함. 《모시(毛詩)》에 의하면, 제(齊)나라 애공(哀公)이 황음(荒淫)하자 현비(賢妃)가 새벽에 닭이 울고 동녘이 밝았으니 정청(政廳)에 나아가라고 권고(勸告)한 데에서 나온 말임.
  • [註 683]
    갈담(葛覃) :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편명으로, 후비(后妃)의 근본을 노래한 것임. 즉 후비가 여자로서의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한 것을 칭송하였음.
  • [註 684]
    태사(太姒) : 문왕(文王)의 비(妃).
  • [註 685]
    자극(慈極) : 대왕 대비(大王大妃).
  • [註 686]
    규목(樛木) : 《시경》 주남(周南)의 편명으로,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후비(后妃) 태사(太姒)가 은덕(恩德)으로써 여러 첩(妾)을 접하고, 여러 첩도 후비에게 친부(親附)하였으므로, 규문(閨門)의 예의(禮儀)가 성(盛)한 모양을 말함.
  • [註 687]
    이남(二南) : 《시경》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의 두 편명으로, 왕화(王化)의 기초가 되는 가장 아름다운 시풍(詩風)이라 하여 일컫는 말.
  • [註 688]
    과질(瓜瓞) : 《시경》 대아(大雅)의 편명(篇名)으로 자손이 흥성함을 노래한 시임.

○上御仁政殿, 遣密城君 、左贊成(盧思塡)〔盧思愼〕 齎敎命冊寶, 封淑儀尹氏爲中宮。 其敎命曰:

古昔哲王之理國家, 必先內治, 所以正其本也。 粤予沖眇, 纉承大統, 永惟負荷之重, 必資內佐之賢, 壼位中缺, 越有歲年。 玆奉大王大妃懿旨: "宮闈不可以無主, 宜簡賢淑以總內政。" 咨爾尹氏, 早膺德選, 久處宮掖, 貞信勤儉, 謙恭自持, 三宮所眷重。 爰擧彝章, 冊爲王妃。 嗚呼! 天地定位, 萬物以生, 君后合德, 萬化攸基。 宜服寵命, 終始一德敬之哉!

其冊曰:

乾元生物, 必待坤順之承, 王者御邦, 實賴陰敎之助, 肆循成憲, 用擧徽稱。 惟爾尹氏, 稟性柔嘉, 宅心淵靜, 雞鳴警戒, 允邁妃之賢, 葛覃儉勤, 遠追 之德。 眷旣隆於慈極, 望亦協於母儀, 宜加寵章, 以正位號。 於戲! 樛木恩逮, 基風化於二南, 瓜瓞慶綿, 固本支於百世。


  • 【태백산사고본】 11책 70권 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70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