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懿旨)로 숙의 윤씨를 곤위로 삼을 뜻을 전교하다
의지(懿旨)로 일찍이 의정(議政)을 지낸 사람과 의정부(議政府)·육조 참판(六曹參判) 이상과 대간(臺諫)을 불러 전교(傳敎)하기를,
"곤위(坤闈)563) 가 오랫동안 비어 있으니 내가 위호(位號)를 정하여 위로는 종묘(宗廟)를 받들고 아래로는 국모(國母)를 삼으려고 하는데, 숙의(淑儀) 윤씨(尹氏)는 주상(主上)께서 중히 여기는 바이며 나의 의사(意思)도 또한 그가 적당하다고 여겨진다. 윤씨가 평소에 허름한 옷을 입고 검소한 것을 숭상하며 일마다 정성과 조심성으로 대하였으니, 대사(大事)를 위촉(委囑)할 만하다. 윤씨가 나의 이러한 의사를 알고서 사양하기를, ‘저는 본디 덕(德)이 없으며 과부(寡婦)의 집에서 자라나 보고 들은 것이 없으므로 사전(四殿)에서 선택하신 뜻을 저버리고 주상(主上)의 거룩하고 영명한 덕에 누(累)를 끼칠까 몹시 두렵습니다.’고 하니, 내가 이러한 말을 듣고 더욱 더 그를 현숙(賢淑)하게 여겼다."
하므로 정인지(鄭麟趾) 등이 대답하기를,
"중망(衆望)에 매우 합당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내가 매우 기쁘다. 경(卿) 등의 의사도 알 만하니 한 잔 마시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6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57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
- [註 563]곤위(坤闈) : 중전.
○懿旨召曾經(儀)〔議〕 政及議政府、六曹參判以上、臺諫。 傳曰: "坤闈久曠, 予欲定位號, 上以承宗廟, 下以母一國。 淑儀尹氏, 主上所重, 予意亦以爲可。 尹氏居常卑服崇儉, 事事誠謹, 可屬大事。 尹氏知予此意, 辭曰: ‘我本無德, 長於寡婦之家, 無所見聞, 深恐負四殿選擇之意, 以累主上聖明之德。’ 予聞此語, 益以爲賢。" 鄭麟趾等對曰: "甚合衆望。" 傳曰: "予甚喜之。 卿等之意可知, 其飮一杯。"
- 【태백산사고본】 10책 69권 5장 A면【국편영인본】 9책 357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