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사의 장리·경기 제읍 권세가의 반당의 횡포 등에 관한 이서장의 상소문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이서장(李恕長) 등이 상소하기를,
"주상 전하께서 재앙을 근심하고 환난을 근심하여 교지를 내려 구언(求言)하니, 신 등은 직분으로 헌사(憲司)를 맡아 말로써 책무를 삼았는데, 감히 당금의 치재(致災)한 연유를 다 진술하지 않겠습니까? 맹헌자(孟獻子)486) 가 이르기를, ‘마승(馬乘)487) 을 기르는 이는 닭과 돼지를 살피지 않으며, 얼음을 사용하는 집은 소와 양을 기르지 않으며, 백승(白乘)을 가진 집은 취렴(聚斂)하는 신하를 기르지 않는다.’ 하였고, 공의휴(公儀休)488) 는 정승이 되어 동산의 아욱[葵]을 뽑아 버리고 직부(織婦)를 내쫓으면서 이르기를, ‘농부와 여자가 어디서 자기의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합니다. 대저 받는 것이 큰 자는 적은 것을 취할 수가 없습니다. 세종조(世宗朝)에 재상이 장리(長利)하여 부자로써 칭호가 있는 자는 대개 적더니, 지금은 관직이 높고 녹봉이 후한 자가 모두 장리(長利)하여 그 부를 더욱 늘려서, 전원(田園)이 산야에 두루하였고 축적한 것이 주현(州縣)과 균등하며 부귀의 힘을 타고 호노(豪奴)와 한복(悍僕)을 보내어 서민을 침각(侵刻)하니, 백성이 어찌 가난한 데 이르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하늘이 어질지 못함을 미워한 것이 오래였습니다. 신 등은 적이 우택(雨澤)이 시기(時期)를 어기어 풍임(豊稔)의 조짐이 없는 것은 진실로 이에 연유한 것 같습니다.
내수사(內需司)의 장리(長利)는 오래도록 백성의 병폐가 되었는데, 근일에 듣자오니 교지를 내려 거듭 엄격히 금즙(禁戢)을 하셨다 하나, 그러나 그 폐단은 오히려 제거되지 않았습니다. 왕자의 부(富)는 백성에게 저장되고 주현(州縣)에서 축적된 것은 모두 그의 소유인데, 어찌 사사로이 저축하겠습니까? 위에서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아래에서 이보다 심한 자가 반드시 있는 것입니다. 내수사(內需司)에서 장리(長利)를 하니까 대신도 따라서 이익을 다투는 것은 형세상 그러한 것입니다. 신 등은 청컨대 내수사(內需司)의 장리(長利)를 모두 주군(州郡)의 의창(義倉)에 소속시키고, 2품 이상의 관직으로 녹봉을 먹는 자는 장리(長利)를 쌓아서 백성의 좀이 되지 않게 하고, 그들이 축적하여 소유(所有)한 것이 1천 석이 넘는 것은 주군(州郡)에서 받아 들이게 하고 조정(朝廷)에서는 별도로 갚게 하소서. 옛적에 복식(卜式)489) 은 양을 치는 소수(小竪)로서 오히려 재곡을 현관에게 보내어서 변경을 도왔거든, 하물며 지금의 대신이 그 축척한 것은 모두 빈민에게 가대(假貸)한 나머지에서 나온 것이니, 비록 다 보내게 한들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기전(畿甸)은 바로 국가의 근본이 되는 지방이니 무휼(撫恤)하는 방법은 마땅히 제도(諸道)와 다른데 요역(徭役)의 괴로움은 도리어 심함이 있고, 또 재상들의 전장(田莊)이 많습니다. 그들은 그 양민 중 전택과 물력(物力)이 있는 자를 점거하여 반당(伴倘)을 삼으며, 반당(伴倘)된 자는 성세(聲勢)를 의지하여 주현(州縣)을 능가하고 과약(寡弱)한 사람을 침모(侵耗)하는데도, 수령이 된 자는 모두 용렬하고 나약하여 권세를 두려워하기를 시호(豺虎)같이 하여 과역(科役)하는 즈음에 균차(均差)를 얻지 못하여서 권세 있는 자는 모두 면하고 무고자(無告者)490) 만 당하니, 이로 말미암아 기현(畿縣)의 백성이 밭을 갈고 곡식을 먹을 수 있는 자는 모두 세가의 노예와 반당(伴倘)이고, 그 다른 이는 모두 다 나무를 팔고 소채로 죽을 먹음으로써 그 생계를 자뢰(資賴)하는 자입니다. 신 등은 이르되 경기 제읍의 종재(宗宰)491) 의 반당(伴倘)은 일체 모두 쇄출하여 다 공가(公家)에 소속시킨다면, 호활한 무리도 또한 요역에 탈루(脫漏)할 수 없게 되어 빈곤한 백성이 거의 소생하여 쉴 수 있을 것입니다.
평안도의 경계는 중국을 연하여, 근래에 본조의 사신이 행차에 사사 재화(財貨)를 많이 주어 의주(義州)로부터 요동(遼東)까지 탈 것으로 수운(輸運)하는 것은 모두 그 곳 주민에게서 나오니, 영송(迎送)하는 군사는 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합니다. 국가에서 비록 서장관(書狀官)을 보내어 검찰(檢察)은 하지만, 그러나 만리(萬里)나 되는 길에 함께 침식을 하니, 인정의 관습이 누구를 두려워하고 꺼려하겠습니까? 심한 자는 도리어 통사(通事)와 더불어 은밀히 결탁하여 서로 겉과 속이 되어 많은 재물을 써서 마음대로 매매를 하니, 어디에서 검찰을 하겠습니까? 신 등의 생각으로는 동행하는 서기(書記)의 임명은 다 승문원(承文院)의 관원에게 위임하되 별도로 대관(臺官)을 보내어 연로(沿路)에서 검찰(檢察)하게 하여, 강상(江上)에 도착하면 일일이 이름을 대조하고 그 태재(駄載)한 수효를 점검하고, 그 차기(借寄)한 물화(物貨)가 있는 자는 아울러 법과 같이 논죄하며, 그들이 돌아올 적에도 또 대관을 보내어 검찰을 전과 같이 하여 종횡으로 척탐(刺探)하면 반드시 범한 것을 알 것이니, 이와 같이 하면 거의 흥판(興販)하는 풍습도 다소 그칠 것이고 수운하는 폐단도 또한 제거되어 평안도(平安道) 한 도의 인민이 무거운 책임을 벗을 것입니다. 수령은 백성을 친하는 직품이고 백성의 휴척(休戚)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주현(州縣)의 수는 모두 3백여 수(數)가 있으니, 수령이 된 자가 어찌 다 순량(循良)하겠습니까? 탐학하고 청렴함이 잡되게 섞이고 간사하고 바른 것이 혼효(混淆)하였으니, 진실로 마땅히 흐린 것을 격동하게 하고 맑은 것은 드날리게 하여 권징(勸懲)하는 방책을 보이소서.
감사(監司)는 한 지방을 마음대로 다스리게 하여 출척(黜陟)하는 권한을 위임하였으나, 그러나 그 행지(行止)가 기한이 있고 이목이 넓지 못하여, 선성(先聲)이 이른 곳에는 비록 불법한 일이 있더라도 다방면으로 엄복(掩覆)하므로 수령의 잘못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권귀함을 인연하여 몰래 관절(關節)을 행하여 촉탁(屬托)하는 자가 있지만 감사(監司)가 또한 규찰하여 적발하지 못하는데, 행대(行臺)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행함이 때가 없어 종횡으로 출입하여 준비하지 않았을 때 엄습(掩襲)하므로, 비록 관절(關節)이 있더라도 얻어서 시행할 수 없을 것이니, 수령이 그들을 두려워함이 감사(監司)보다 심합니다. 신 등은 이르되 해마다 가을과 겨울이 교차(交叉)하는 시기는 바로 수령들이 취렴(聚斂)할 때이니, 마땅히 대관(臺官)을 보내어 뜻하지 않은 판에 나서게 하여 주군(州郡)을 안행(按行)하며 백성의 병폐를 순방(詢訪)하면, 족히 주현(州縣)의 탐학하고 잔인한 관리의 경계가 될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전하께서는 재택(裁擇)하소서."
하니, 명하여 원상(院相)에게 의논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7책 4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9책 122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신분-천인(賤人) / 농업(農業) / 과학-천기(天氣) / 정론-정론(政論) / 재정-역(役) / 재정-창고(倉庫) / 재정-상공(上供) / 금융-식리(殖利) / 교통-육운(陸運)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486]맹헌자(孟獻子) : 노(魯)나라의 어진 대부(大夫) 중손멸(仲孫蔑)임.
- [註 487]
마승(馬乘) : 네 필의 말.- [註 488]
공의휴(公儀休) : 노(魯)나라 목공(穆公) 때 정승.- [註 489]
복식(卜式) : 하남(河南) 사람으로 양을 쳐서 치부(致富)하였는데,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글을 올려 자기 재산의 절반을 내어 놓으면서 변방을 돕게 하여 달라고 청원하였음.- [註 490]
무고자(無告者) :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 [註 491]
종재(宗宰) : 종친(宗親)과 재신(宰臣).○司憲府大司憲李恕長等上疏曰:
主上殿下憂災恤患, 下敎求言, 臣等職備憲司, 以言爲責, 敢不悉陳當今致災之由乎? 孟獻子曰: "畜馬乘不察雞豚, 伐氷之家不畜牛羊, 百乘之家不畜聚斂之臣", 公儀休爲相, 拔園葵, 去織婦曰: "農夫女子安所售其業乎?" 蓋以所受大者, 不得取小也。 世宗朝宰相之有長利以富稱者蓋寡, 今則高官厚祿者, 皆有長利以益其富, 園田遍山野, 蓄積侔州縣, 乘富貴之力, 分遣豪奴悍僕, 侵刻小民, 民安得不至於貧歟? 天之惡不仁久矣。 臣等竊恐, 雨澤愆期, 豐稔未兆, 實由於此。 內需司長利, 久爲民病, 比聞下敎申嚴禁戢, 然其弊猶未祛也。 王者之富, 藏於民, 州縣蓄積, 皆其所有, 安用私儲爲也? 上有好者, 下必有甚焉。 內需司有長利, 大臣之爭利, 勢所然也。 臣等請以內需司長利, 皆屬州郡義倉, 二品以上居官食祿者, 不得蓄長利以爲民蠧, 其所有蓄積過一千石者, 許納州郡, 朝廷別行酬賞。 昔卜式以牧羊小竪, 尙能輸財縣官以助邊, 況今之大臣其所蓄積, 皆出於貧民假貸之餘, 縱令盡輸, 有何惜焉? 畿甸乃國家根本之地, 撫恤之方, 宜異諸道, 而徭役之苦, 反有甚焉, 且多宰相田莊。 其良民之有田宅物力者, 占爲伴倘, 爲伴倘者, 依倚聲勢, 陵駕州縣, 侵耗寡弱, 而爲守令者, 率多庸懦, 畏權勢如豺虎, 科役之際, 不得均差, 權勢者皆免, 無告者獨當, 由是畿縣之民, 能種田食粟者, 皆勢家之奴隷ㆍ伴倘, 而其他則率皆賣薪鬻蔬, 以資其生者也。 臣等謂, 京畿諸邑宗宰伴倘, 一皆刷出盡屬公家, 則豪猾之徒, 亦不得脫漏徭役, 而貧困之民, 庶得蘇息矣。 平安道境連上國, 近來本朝使臣之行, 多齎私貨, 自義州至遼東, 輸運脚力, 皆出於民, 迎送之軍, 不勝其苦。 國家雖遣書狀官檢察, 然萬里之路, 與同寢食, 人情慣習誰肯畏忌? 甚者反與通事密結, 相爲表裏, 多用貨物, 任情買賣, 烏在爲檢察也? 臣等謂, 一行書記之任, 悉委承文院官員, 而別遣臺官, 沿路檢察, 到江上一一照名, 點其駄載之數, 其有借寄物貨者, 竝論如法, 其還也又遣臺官檢察亦如之, 縱橫刺探, 必得所犯, 如是則庶幾興販之風少戢, 輸運之弊亦祛, 平安一道人民, 可息肩矣。 守令親民之職, 民之休戚係焉。 我國州縣之數凡三百有奇, 爲守令者, 豈盡循良? 貪廉雜糅, 邪正混淆, 固當激濁揚淸, 以示勸懲之方也。 監司專制一方, 任黜陟之權, 然其行止有期, 耳目不廣, 先聲所至, 縱有不法, 多方掩覆, 守令之過, 無由得知。 其有夤緣權貴, 潛行關節屬托者, 則監司亦不能糾摘之, 行臺則不然。 其行也無時, 縱橫出入, 以掩不備, 雖有關節, 莫得而行, 守令畏之, 甚於監司。 臣等謂, 每歲秋冬之交, 正守令聚斂之時, 宜遣臺官, 出其不意, 按行州郡, 詢訪民瘼, 足警州縣貪殘之吏矣。 伏惟殿下裁擇。
命院相議之。
- 【태백산사고본】 7책 4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9책 122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신분-천인(賤人) / 농업(農業) / 과학-천기(天氣) / 정론-정론(政論) / 재정-역(役) / 재정-창고(倉庫) / 재정-상공(上供) / 금융-식리(殖利) / 교통-육운(陸運)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