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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실록 8권, 예종 1년 10월 8일 무오 1번째기사 1469년 명 성화(成化) 5년

형옥을 맡은 관리들에게, 조금이라도 엄체함이 없도록 명하다

의정부(議政府)에 전지하기를,

"임금은 하늘을 몸받아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니, 살리기를 좋아하고 사형을 그쳐야 한다. 형옥(刑獄)을 설치한 것은 당초에 부득이한 일이나 수계(囚繫)의 고생은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번 감옥[圜土]에 들어가면 수갑과 족쇄에 손발이 묶여 하루를 보내는 것이 1년과 같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땅에 금을 그어 감옥이라고 하여도 들어가려 하지 않고, 나무를 새겨 형리라고 해도 상대하지 않으려 한다.’라고 하였으니, 헛된 말이 아니다. 나는 과매(寡昧)한 사람으로서 외람되게 신서(臣庶)의 임금이 되었으나, 매양 읍고(泣辜)940) 의 인(仁)으로 형조(刑措)941) 의 다스림에 이르기를 바라서, 이에 송사를 결단하는 삼한(三限)의 법942) 을 세우고, 여러 번 유사(有司)에 명하여 날짜를 정해서 과단(科斷)하고 혹시라도 엄체(淹滯)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나의 마음씀이 지극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 어찌하여 요사이 엄체한 일이 더욱 많아지느냐? 마침내는 죄가 없이 유사(瘦死)943) 하기에 이르고, 다행히 용서받는다고 하더라도 석방되는 날이면 이미 재산을 탕진하여 어버이를 섬기고 자녀를 기를 수 없게 되니, 진실로 민망한 일이라 하겠다. 이것이 어찌 유사(有司)된 자가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지극하지 아니하며, 공무에 정확한 신중을 기하지 않고, 늦게 나와 일찍 파하고, 추핵(推覈)하는 데에 나태하여 수일에 판결할 수 있는 것을 지연시켜 수개월에 이르고, 수개월에 분변(分辨)할 수 있는 일을 지연시켜 몇 년에 이르며, 혹은 위엄으로 두렵게 하고 부귀(富貴)로 달래면서 고의로 엄연(淹延)하며, 구차히 사만(仕滿)의 시일을 도둑질하여 체대(遞代)할 기일만 기다리는 까닭에 그러한 것이 아니냐? 이것은 인신(人臣)의 임금을 몸받아 봉공하는 의(義)가 아니라 하겠다. 매양 생각이 이에 이르면 나의 밝은 판단이 지극하지 못함을 스스로 꾸짖는 바이다. 너희들 옥을 맡은 관리는 나의 지극한 뜻을 몸받아서 각자 각려(刻勵)하여 혹시 조금이라도 엄체함이 없게 하라. 만약에 혹 어김이 있으면 내가 반드시 용서하지 않겠다. 비록 〈죄인들이〉 원한을 품고 죽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홀로 사람의 생명만은 아깝지 아니하냐? 아아! 살피고 삼가하여 옥사를 지체하지 말고 각각 그 관청에서 공경히 이행하고 뒷말이 없게 하여 스스로 후회를 끼치지 말게 하라. 그것을 중외의 관리에게 유시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6장 B면【국편영인본】 8책 423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註 940]
    읍고(泣辜) : 하(夏)나라의 우왕(禹王)이 죄인을 보고 울었다는 고사로서, 백성을 깊이 인애(仁愛)하는 것을 비유함.
  • [註 941]
    형조(刑措) : 천하가 잘 다스려져 죄인이 없어짐.
  • [註 942]
    삼한(三限)의 법 : 옥송(獄訟)을 심리하는 기한을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정하여 체옥(滯獄)이 없도록 하는 제도. 당(唐)나라와 송(宋)나라에서 실시한 법으로서, 우리 나라에서는 대사(大事:사형(死刑))는 90일, 중사(中事:도·유형(徒流刑))는 60일, 소사(小事:태·장형(笞杖刑))는 30일로 한정하였음.
  • [註 943]
    유사(瘦死) : 옥중에서 병사함.

○戊午/傳于議政府曰: "王者體天理民, 好生止辟。 刑獄之設, 初非得已, 囚繫之苦, 所不忍言。 一入圜土, 枷手械足, 度日如年。 古人云: ‘畫地議不入, 刻木期不對。’ 非浪言也。 予以寡昧, 叨主臣庶, 每軫泣辜之仁, 期底刑措之治。 乃立決訟三限之法, 屢命有司, 刻日科斷, 毋或淹滯。 予之用心, 非不至也, 乃何比來淹滯者滋多? 終致無辜瘦死, 幸而得原, 見釋之日, 資財盪盡, 事育無繇, 良可愍也。 此豈非爲有司者, 哀矜不至, 明愼不加, 晩仕早罷, 惰於推覈, 數日可決者, 延至數月, 數月可辨者, 延至數歲, 或怵誘威富, 故爲淹延, 苟偸仕滿, 坐待遞期而然耶? 此非人臣體上奉公之義也。 每念至此, 自責予明斷之未至也。 惟爾司獄官吏, 體予至懷, 各自刻勵, 無或小有淹滯。 如或有違, 予必不貸。 縱不以銜冤抱恨者爲念, 獨不惜一己之性命乎? 於戲! 明愼不留獄, 各欽攸司敬, 忌罔有言, 無貽自悔。 其諭中外官吏。"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6장 B면【국편영인본】 8책 423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