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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31권, 세조 9년 12월 27일 신해 2번째기사 1463년 명 천순(天順) 7년

《의약론》을 지어 임원중에게 주해를 내게 하고, 인쇄 반포하게 하다

임금이 《의약론(醫藥論)》을 지어서 한계희(韓繼禧)·노사신(盧思愼)과 아종(兒宗) 등에게 보이고, 임원준(任元濬)에게 명하여 주해(註解)를 내어서 인쇄 반포(頒布)하게 하였다. 그 논(論)에 이르기를,

"무릇 병(病)을 치료하고, 약(藥)을 사용하여 길흉(吉凶)을 바꾸고, 조화(造化)를 부리고, 화복(禍福)을 정(定)하는 것은 다만 그 차고 더운 것을 분변(分辨)하여 처방 치료하는 데 있을 따름이요, 그 성(盛)하고 쇠(衰)함을 틈타서 일찍 도모하는 데 있을 따름이니, 8종(種)의 의원(醫員)도 그것을 엿보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이 처음으로 병(病)을 얻으면 기운이 오히려 성(盛)하여 약의 효력이 발생하기가 쉽고, 또한 독한 약을 쓸 수도 있을 것이나, 몸이 노곤(勞困)하게 되면 약의 효력도 발생하지 못하고 또한 독한 약도 쓸 수도 없을 것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하고 쇠한 때를 틈타서 일찍 도모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몸이 차면 반드시 열기(熱氣)가 있고 몸이 더우면 반드시 한기(寒氣)가 있는 법이나, 몸의 안팎과 중간에 한열(寒熱)의 많고 적음을 분변하기가 어려우므로, 묘한 곳을 깊이 진맥하는 자가 아니면 분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주리(酒痢)의 병으로 설사(泄瀉)를 하는 경우와 같은 때에 냉(冷)하다 하여 열약(熱藥)을 먹으면 주리(酒痢)가 그치지 아니하고 다른 증세를 나타내니, 만약 얼음 물을 마신다면 많이 마실수록 더욱 좋은 것이다. 이것으로써 열(熱)이 극하면 냉(冷)이 생기고, 냉(冷)이 지극하면 열(熱)이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열(寒熱)을 분변하여 처방 치료한다.’고 하는 것이다. 창진(瘡疹)과 상한(傷寒)의 약제(藥劑)도 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대저 약을 쓰는 것은 이와 같을 따름이니, 만약 기운이 다하고 마음이 상(喪)하여 인리(人理)가 이미 기울어졌을 때에는 약(藥)을 쓰지 않는 것만 같지 못한 것이다. 무엇을 8종(種)의 의원(醫員)이라고 하는가 하면 첫째가 심의(心醫)요, 둘째가 식의(食醫)요, 세째가 약의(藥醫)요, 네째가 혼의(昏醫)요, 다섯째가 광의(狂醫)요, 여섯째가 망의(妄醫)요, 일곱째가 사의(詐醫)요, 여덟째가 살의(殺醫)이다. 심의(心醫)라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도록 가르쳐서 병자(病者)가 그 마음을 움직이지 말게 하여 위태할 때에도 진실로 큰 해(害)가 없게 하고, 반드시 그 원하는 것을 곡진히 따르는 자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기운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자와 더불어 술을 같이 마시고 깨어나지 않은 자가 있다면 이것은 심의(心醫)가 아니다. 식의(食醫)라는 것은 입[口]으로 달게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이니, 입이 달면 기운이 편안하고, 입이 쓰면 몸이 괴로와지는 것이다. 음식에도 차고 더운 것이 있어서 처방 치료할 수가 있는데, 어찌 쓰고 시다거나 마른 풀이나 썩은 뿌리라고 핑계하겠는가? 지나치게 먹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 자가 있는데, 이것은 식의(食醫)가 아니다. 약의(藥醫)라는 것은 다만 약방문(藥方文)을 따라 약을 쓸 줄만 알고, 비록 위급하고 곤란한 때에 이르러서도 복약(服藥)을 권하시기를 그치지 아니하는 자이다. 혼의(昏醫)라는 것은 위태한 때에 임하여 먼저 당혹하고, 급할 때를 당하여 문득 망연하여 혼혼(昏昏)하기가 실성(失性)한 것 같아서 조치할 바를 알지 못하므로, 일을 보더라도 무슨 일인지를 알지 못하고 말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하며, 우두커니 앉아서 잠자코 자기가 해야 할 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이다. 광의(狂醫)라는 것은 자상히 살피지 아니하고, 갑자기 열약(烈藥)과 침폄(針砭) 등을 쓰기를 또한 꺼리지 아니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귀신을 만나도 공격하여 이길 수 있다.’고 하나, 만약 무당의 제사(祭祀)를 만나면 문득 들어가서 술에 취하여 춤을 추는 자이다. 망의(妄醫)라는 것은 목숨을 건질 약(藥)이 없거나 혹은 병자와 같이 의논하지 않아야 마땅한데도 가서 참여하기를 마지 않는 자이다. 사의(詐醫)라는 것은 마음으로는 의원(醫員)이 되려고 하나 의술(醫術)을 잘못 행하고, 사실 온전히 의술을 알지 못하는 자이다. 살의(殺醫)라는 것은 조금 총명한 점이 있어서 스스로 의술(醫術)이 넉넉하다고 생각하나, 세상의 일을 겪어보지 못하여 인도(人道)와 천도(天道)에 통달하지 못하며, 병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도 일찍이 가진 적이 없어서 병에 이기기를 좋아하는 뜻을 굳게 지키면서 동쪽을 가지고 서쪽을 꺾으며, 말을 먼저 하고 난 뒤에야 마음에 구(求)하는데, 구하여도 얻지 못하면 억지로 부회(附會)하지만 그 의리(義理)에 합당치 않으니, 어찌 아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겠는가? 아직도 미혹(迷惑)한 사람에게는 자랑을 하며, 거만하여 신인(神人)을 소홀히 여기어 종종 직업에 미혹한 짓을 범하니, 지금 당장 나타난 재액(災厄)은 없다고 할지라도 어느 때에 그 행동을 고치겠는가? 이것을 살의(殺醫)라고 하는 것이다. 살의(殺醫)라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옳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을 그르다고 여기어 능멸하고 거만하게 구는 무리이다. 최하(最下)의 쓸모 없는 사람이니, 마땅히 자기 한 몸은 죽을지언정 다른 사람은 죽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 무심(無心)한 의원(醫員)이 있으니, 마음은 생(生)이 되나 근본은 생(生)이 없는 것이다. 생(生)이 없다면 병(病)도 없을 것이요, 병(病)이 없다면 의술(醫術)도 없을 것이요, 의술(醫術)이 없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1책 31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98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의약-의학(醫學) / 의약-약학(藥學)

○上製《醫藥論》, 以示韓繼禧盧思愼及兒宗等, 命任元濬出註印頒。 論曰:

"夫治病用藥, 變吉凶, 弄造化, 定禍福, 只在卞寒熱對治而已, 乘盛衰早圖而已, 八種之醫, 所莫窺也。 人之始得病也, 氣猶盛, 藥力易行, 亦可施烈藥, 及其勞困, 藥力不行, 亦不得施烈藥, 則無如之何矣。 故曰乘盛衰而早圖也。 寒則必有熱, 熱則必有寒, 內外中間多少未分, 非深得妙處者難卞。 至如酒痢而泄潟, 以爲冷而報熱藥則痢不止而成他證, 若飮氷水, 愈多愈美。 是知熱極生冷, 冷極生熱。 故曰卞寒熱而對治也。 瘡疹傷寒之劑, 不外是耳。 大抵用藥, 如是而已, 若氣敗心喪, 人理已傾, 則不如勿藥焉。 何謂八種之醫? 一者心醫, 二者食醫, 三者藥醫, 四者昏醫, 五者狂醫, 六者妄醫, 七者詐醫, 八者殺醫。 心醫者, 敎人常使心安, 病者勿動其心, 殆時苟無大害, 必曲從其願。 心安則氣安故也。 有與病者對酒不醒者, 此非心醫也。 食醫者, 以爲口所甘食也。 口甘而氣安, 口苦而已苦, 食有寒熱, 可以對治, 何籍苦辛、枯草、腐根? 有不禁過食者, 此非食醫也。 藥醫者, 只知按方, 循文用藥, 雖至危困, 勸藥不撤者也。 昏醫者, 臨危先迷, 當急便縵, 昏昏如失, 罔知所措, 見事不知某事, 聞言不知其趣, 兀然坐睡, 無所施爲者也。 狂醫者, 無詳審而遽用烈藥針砭等, 亦無忌諱, 自言我見鬼而擊勝焉, 如遇巫祀, 輒入醉舞者也。 妄醫者, 命藥無或當不與議而往參不已者也。 詐醫者, 心欲爲醫, 謬爲醫行, 實專不知者也。 殺醫者, 小有聰明, 自以爲足, 未更世事, 未通人天, 曾無愍惻之心, 固守好勝之志, 東以折西, 先言而後求於心, 求而不得, 附會而莫合其義, 豈不愧於識者? 姑且矜於迷人, 慢忽神人, 種植迷業, 今無現厄, 何時改轍? 是之謂殺醫。 殺醫者, 非愚而自是非他, 陵慢之徒也。 最下無所用, 當殺其一身, 莫殺其他身。 又有無心之醫者, 必爲生本無生。 無生無病, 無病無醫, 無醫無事。


  • 【태백산사고본】 11책 31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598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의약-의학(醫學) / 의약-약학(藥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