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집의 이예가 취하여 어탑에 올라가 이유 등의 죄를 청하다
사정전(思政殿)에 임어하여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政事)를 보았으며, 조그마한 술자리를 베푸니, 종친(宗親) 및 의정부(議政府)·대간(臺諫), 그리고 병조 판서(兵曹判書) 이계전(李季甸)·이조 판서(吏曹判書) 박중손(朴仲孫) 및 승지(承旨) 등이 배시(陪侍)하였다. 집의(執義) 이예(李芮)가 술이 취하여 어탑(御榻)으로 올라가 당(唐)나라 태종(太宗)의 고사(故事)를 끌어서 이유(李瑜) 등의 죄를 강력히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네가 요·순(堯舜)으로 임금을 기망(期望)하지 않고, 도리어 당 나라 태종(太宗)을 본받으라는 말이냐?"
하고, 정인지(鄭麟趾)에게 이르기를,
"유사(有司)가 아뢰기를, ‘근일 종친(宗親)들의 봉희(棒戲)에 술을 소비하는 것이 매우 많다.’고 한다. 내 이로 인해 국가 용도(用度)에 모손(耗損)을 가져오지 않을까 깊이 우려하고 있으며, 일찍이 한계미(韓繼美)·김질(金礩)·박수미(朴壽彌)·김석제(金石梯) 등에게 내외의 용도의 수량을 상정(詳定)하도록 하였는데도, 이제 대내(大內)에서 쓰는 술이 전혀 상정되어 있지 않아서 남용(濫用)하는 데 이르게 하였으니, 위임한 뜻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하고, 이조(吏曹)·병조(兵曹)에 명하여 김질·박수미·김석제 등의 직임을 파면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9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司法) / 인사-임면(任免) / 재정-국용(國用) / 풍속-풍속(風俗)
○辛卯/御思政殿, 受常參、視事, 設小酌, 宗親及議政府、臺諫、兵曹判書李季甸、吏曹判書朴仲孫、承旨等侍。 執義李芮醉升御榻, 援唐 太宗故事, 力請瑜等之罪。 上曰: "爾不以堯、舜望君, 反欲効唐宗耶?" 上謂鄭麟趾曰: "有司啓, ‘近日宗親棒戲, 用酒甚多。’ 予因此深慮國用糜費, 嘗命韓繼美、金礩、朴壽彌、金石梯, 詳定內外用度之數, 今內用酒, 全不詳定, 以至濫用, 委任之意安在?" 命吏、兵曹罷礩、壽彌、石梯等職。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7책 9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司法) / 인사-임면(任免) / 재정-국용(國用) / 풍속-풍속(風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