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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1권, 총서 15번째기사

세종이 평강에서 강무할 때 세조가 흰 사슴을 쏘다

임술년029) 3월에 세종평강(平康)에서 강무(講武)할 때, 한 마리의 흰 사슴[白鹿]이 뭇 사슴 속에 끼여 있었는데, 종친과 군사들이 모두 바라보고 이를 얻으려고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세조가 사복시(司僕寺) 관원들에게 이르기를,

"비록 1백 사람이 이를 얻으려 해도 반드시 내 손에 죽을 것이니, 너희들은 다만 보고만 있거라."

하고, 뭇 사슴들이 달려 내려오는 데 이르러 세조가 활을 쏘아 이를 죽였다. 이날 세종이 병조(兵曹) 및 삼군(三軍)의 장수들과 더불어 의논하기를,

"진양 대군(晉陽大君)이 한 번 말에 채찍을 가하여 열 마리의 짐승을 죽이고, 평원대군(平原大君)금성대군(錦城大君)이 또한 5, 6마리를 죽이어 위내(圍內)030) 의 짐승들이 세 사람 손에 다 죽어 버릴 것이니, 이는 군사들을 강무하는 본의에 어긋나는 일이므로 군사들로 하여금 이를 쏘게 하려고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하니, 모두 말하기를,

"군사는 산천(山川)을 발섭(跋涉)031) 하며 금고(金鼓)032) 를 울려 모이고 흩어지는 것이 곧 강무(講武)입니다. 또 사나운 짐승과 빠른 사슴이 있는데, 어찌 강무하지 못할 것을 걱정하겠습니까?"

하였다. 이 행차에 야인(野人)동나송개(童羅松介)세조의 신이(神異)한 무술을 보고서 꿇어앉아 말하기를,

"참으로 우리의 나연(那衍) 【세속에 그 주장(主將)을 부르기를 나연(那衍)이라고 이른다.】 이십니다. 우리 땅에 계셨더라면, 진실로 ‘바투[拔都]’이었을 것입니다."

하니, 세조가 웃으면서

"네가 일찍이 나를 알았는가?"

하니, 동나송개(童羅松介)가 말하기를,

"우리 지방 사람들 누가 이를 모르겠습니까?"

하였다. 이때 북방 야인들이 세조를 칭찬하여 이르기를,

"진양 대군(晉陽大君)은 큰 호랑이[大虎]이다."

하였다. 또 동나송개가 몰래 세조의 활을 가지고 당겨보았으나 되지 않으니 크게 탄복하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사람만 보면 반드시 말하기를,

"오직 한 사람뿐이다."

하였고, 항상 〈세조를〉 ‘바투[拔都]’라고 일컬었다. 세종이 일찍이 두 개의 강한 활을 세조에게 내렸는데, 이는 무인(武人) 박성량(朴成良) 홀로 당기던 것이었으므로 ‘쓸데없는 대각(大角)’이라고 불렀는데, 세조는 항상 말 위에서 이를 썼다. 어느 날 세조가 우연히 약한 활을 써서 쏘았는데, 광평 대군(廣平大君) 이여(李璵)가 보고 탄미(歎美)하여 말하기를,

"활은 좋지 않은데 화살은 어찌하여 이와 같이 빠릅니까?"

하니, 세조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잘 쓰는 자는 붓을 가리지 않고, 잘 부는 자는 피리를 가리지 않으며, 잘 가르치는 자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법이고, 군자(君子)는 인(仁)을 행함에 있어 땅을 가리지 않으며, 지사(志士)는 의(義)를 행함에 있어 때를 가리지 않는 법이다."

하니, 광평 대군이 이를 듣고,

"좋은 말입니다."

하고 감탄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6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인물(人物) / 외교-야(野) / 역사-편사(編史)

  • [註 029]
    임술년 : 1442 세종 24년.
  • [註 030]
    위내(圍內) : 강무장(講武場)에서 짐승을 몰이하여 임금이 쏘는 곳에 표식을 세운 범위 안.
  • [註 031]
    발섭(跋涉) :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여러 지방을 돌아다님.
  • [註 032]
    금고(金鼓) : 진중(陣中)의 징과 큰 북.

○壬戌三月, 世宗講武于平康, 有一白鹿見群鹿之中, 宗親軍士皆望之, 莫不欲得之。 世祖謂司僕官等曰: "雖百人欲之, 必死吾手, 汝等第觀之。" 及群鹿走下, 世祖射殪之。 是日世宗議於兵曹、三軍將帥曰: "晋陽一鞭十殪, 平原錦城亦五六殪, 圍內之獸, 盡斃三人手下, 有乖軍士講武之意, 欲使軍士射之, 何如?" 僉曰: "軍士跋涉山川, 金鼓聚散, 乃是講武也。 又有猛獸逸鹿, 何患乎不講武乎?" 是行, 野人 童羅松介, 見世祖神武跪曰: "眞我那衍。 【俗稱主將曰那衍。】 在吾地, 則眞拔都也。" 世祖笑曰: "汝曾知我乎?" 羅松介曰: "吾地之人, 孰不知之?" 時北方野人世祖曰: "晋陽大虎也。" 又羅松介潛取世祖弓挽之, 不得大服, 及還京見人, 則必曰: "一人而已。" 常稱拔都。 世宗嘗賜世祖二强弓, 乃武人朴成良所獨挽者也, 故名曰 ‘無用大角’, 世祖常於馬上用之。 一日世祖偶用弱弓射之, 廣平大君 見之, 歎曰: "弓則不良, 而矢何疾若是?" 世祖笑曰: "善書者不擇筆, 善吹者不擇笛, 善敎者不擇人, 君子行仁, 不擇地, 志士行義, 不擇時。" 廣平曰: "善哉"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7책 56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왕실-국왕(國王) / 인물(人物) / 외교-야(野)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