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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실록 8권, 단종 1년 10월 27일 경술 4번째기사 1453년 명 경태(景泰) 4년

함길도 관찰사 성봉조가 이징옥과 그 아들들을 죽였음을 알리다

함길도 관찰사(咸吉道觀察使) 성봉조(成奉祖)가 치계(馳啓)하기를,

"회령 절제사(會寧節制使) 남우량(南祐良)이 올린 정문(呈文) 안에, ‘갑사(甲士) 최득저(崔得渚)경원부(慶源府)로 보내고, 최분(崔汾)온성부(穩城府)로 보내어, 날을약속하여 군사를 일으켜 종성(鍾城)에 모이게 하고, 당직(當職)은 10월 20일에 군사를 거느리고 먼저 종성(鍾城)에 나아가니 종성(鍾城)의 군사들이 이미 19일 밤에 계교로써 이징옥과 그 아들 세 사람을 사로잡아 죽였다.’ 하였습니다."

하였다. 이징옥이 밤낮으로 항상 정종(鄭種)·이행검(李行儉)을 곁에 있게 하고, 조금만 동정(動靜)이 있으면 반드시 심복으로 하여금 엿보게 하니, 두 사람이 죽이기를 꾀하였으나 틈을 얻지 못하였다. 정종이 읍졸(邑卒)과 약속하기를,

"너히들은 내가 돌아보는 것을 보고 일시에 공격하라."

하니, 모두 말하기를,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하였다. 이징옥이 스스로 일이 틀렸음을 알고, 사람이 자기를 모해(謀害)할 것을 두려워하여 활과 칼이 몸에서 떠나지 않고, 등불을 켜서 밤을 새우며 조금도 자지 않고, 뜰에는 작도(斫刀)를 벌려 놓아 군사들 중에 명령을 따르지 않는 자를 두렵게 하였다. 정종(鄭種)이 나와서 말하기를,

"오늘은 몹시 추우니, 군사에게 술을 먹이기를 청합니다."

하니, 이징옥이 말하기를,

"좋다."

하였다. 이에 하나의 작은 소반(小盤)을 차려 가지고 정종이 잔을 들어 올리니, 이징옥이 마시려고 하였다. 정종이 곧 돌아보니 읍졸(邑卒)이 일시에 북을 치고 떠들면서 어지럽게 활을 쏘았다. 이징옥이 화살을 맞고 주사(廚舍)로 달려 들어가니, 읍졸이 쫓아가 죽였다. 이징옥이 처음에 종성(鍾城)에 이르렀을 때에, 사랑하는 기생 정비(鄭非)가 방 밖에 나와 서니, 이징옥의 아들이 나와 말하기를,

"어머니는 지금 황후(皇后)가 되었으니, 이제는 외간(外間) 사람이 아닙니다. 근신(謹愼)하여 얼굴을 드러내어 사람을 대하지 마소서."

하였다. 처음에 이징옥이 반역하였다는 소문이 이르니 중외(中外)가 흉흉(洶洶)하여 말하기를,

"이징옥이 5진(五鎭)의 정병(精兵)을 거느리고 야인(野人)과 연결하니, 그 형세가 제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였다. 세조(世祖)가 웃으며 말하기를,

"늙은 놈이 감히 미쳐서 반역을 하니, 그 휘하가 이미 사로잡아 죽였을 것이다. 아니라면 내가 마땅히 군사 수십 명을 끌고 가서 그 머리를 베어 대궐 아래에 바칠 것이다."

하였는데, 얼마 아니되어 관찰사가 이징옥이 이미 복주(伏誅)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에 조신(朝臣)과 도성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참으로 밝기가 만리(萬里)를 본다."

하였다. 이징옥이 이미 죽으니, 야인(野人)들이 그 머리에 활을 쏘며 말하기를,

"우리는 장차 수양 대장군(首陽大將軍)에게 힘을 다하겠다."

하고, 또 말하기를,

"수양 대군(首陽大君)태조(太祖)의 후신(後身)이라."

하였다. 세조(世祖)가 정치를 잡은 이후로, 어질고 능한 사람을 진용(進用)하고, 아첨하고 간사한 자를 물리쳐 내어 백사(百司)의 서위(庶位)가 모두 그 직책에 맞고, 민간의 질고(疾苦)를 일체 모두 제거하니, 사방이 화합하여 생업을 편안히 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간당의 족속(族屬)을 물리쳐 버리기를 청하니, 세조가 말하기를, ‘괴수가 이미 제거되었으니, 나머지는 물을 것이 없다.’ 하였다. 이것으로 말미암아 반측(反側)하는 것이 저절로 편안하여져서 중외(中外)가 조용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35면
  • 【분류】
    변란-정변(政變) / 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정(軍政)

咸吉道觀察使成奉祖馳啓: "會寧節制使南祐良呈內: ‘遣甲士崔得渚慶源府崔汾穩城府, 約日擧兵, 會于鍾城。 當職以十月二十日率兵先詣鍾城, 鍾城軍士等已於十九日夜, 以計擒殺李澄玉及其子三人。’" 澄玉日夜常使鄭種李行儉在側, 稍有動靜, 必使腹心覘之, 二人謀誅, 不得間。 乃約邑卒曰: "汝等見我回顧, 一時擊之。" 皆曰: "唯命。" 澄玉自知事逆, 懼人謀己, 弓劍不離身, 張燈徹夜, 目不交睫, 庭列斫刀, 以惴軍士之不從令者。 進曰: "今日寒甚, 請飮軍士酒。" 澄玉曰: "可。" 乃設一小盤, 擧觴而進, 澄玉欲飮, 卽回顧, 邑卒一時鼓譟、亂射之。 澄玉中矢, 走入廚舍, 邑卒追殺之。

澄玉初到鍾城, 嬖妓鄭非出立房外。 澄玉子進曰: "阿母今爲皇后, 非復外間人。 愼勿露面對人。" 初, 澄玉反聞至, 中外洶洶, 以爲澄玉將五鎭精兵與野人連結, 其勢難制。 世祖笑曰: "老奴敢爲狂逆計, 其麾下已應擒戮。 不者, 吾當提兵數十, 往斷其頭, 致之闕下。" 未幾, 觀察使報澄玉已伏誅。 於是, 朝臣及都人咸曰: "誠明見萬里。" 澄玉旣死, 野人射其頭曰: "吾將効力於首陽大將軍。" 又曰:"首陽, 太姐後身。" 世祖秉政以後, 進用賢能, 屛默憸邪, 百司庶位, 咸稱其職。 民間疾苦, 一皆除去, 四方翕然安業。 衆皆請屛去姦黨族屬, 世祖以爲: "渠魁已除, 餘不須問。" 由是, 反側自安, 中外晏然。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31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35면
  • 【분류】
    변란-정변(政變) / 인사-임면(任免)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