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후·정인지 등이 《오례의주》를 《실록》에 편입하는 문제에 대해 논하다
처음에 세종이 경창부 윤(慶昌府尹) 변효문(卞孝文)과 첨지중추원사(僉知中樞院事) 정척(鄭陟) 등에게 《오례의주(五禮儀注)》를 편찬하기를 명하였었는데, 이때에 이르러 여러 기주관(記注官)이 실록(實錄)에 편입(編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니, 허후(許詡)가 말하기를,
"이는 국론(國論)으로 정한 것이 아니고, 겨우 변효문 등 두어 사람이 편찬한 것이다. 세종께서 신(臣) 허후와 정인지(鄭麟趾)와 정부가 함께 다시 고정(考定)을 더하도록 명하였으나 펴서 볼 겨를이 없어 검상사(檢詳司)에 이를 묶어 두었으니, 이는 곧 완성된 글이 아니므로 편입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하니, 정인지가 말하기를,
"이는 비록 변효문 등이 편찬한 것이지만 실은 예재(睿裁)559) 에서 나왔으니 〈실록에〉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각(閣)에 버려두고 교정하지 않은 것은 바로 정부의 게으른 과실이지 어찌 세종의 뜻이겠는가? 만약 완성된 글이 아니라고 한다면, 《주례(周禮)》도 완성된 글이 아니다. 그러나 후세에 고증(考證)할 바가 있으니, 이제 이 《오례(五禮)》는 기록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하였다. 김종서가 말하기를,
"정부의 고정(考定)을 거치지 아니하였고, 또 일이 시행되지 아니하였으니 편입할 수 없다."
하니, 정인지가 말하기를,
"나라를 다스리는 데 예악(禮樂)은 가장 큰 것이니, 일대(一代)의 예악을 전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하였다. 김종서가 말하기를,
"정부의 고정(考定)을 기다려서 금상(今上)의 실록(實錄)에 편입하는 것이 가(可)하다."
하니,정인지가 말하기를,
"세종께서 정한 《오례(五禮)》를 금상의 실록에 편입하면 사실에 어긋남이 없겠는가?"
하니, 김종서가 대답을 못하였다. 그러나 마침내 기록하지 못하였는데, 기주관(記注官) 신숙주(申叔舟)가 드러내어 말하기를,
"무릇 임금의 하고자 하는 바가 비록 아름다운 일일지라도 진실로 먼저 대신과 의논하지 아니하면 일이 마침내 행해지지 못한다. 이제 《오례》는 세종께서 친히 쓰고 지우며, 취하고 버리고, 덜고 더하는 것을 스스로 단정하여 손때[手澤]가 아직 남았고, 우리들이 오랫동안 외람되이 시종(侍從)하며 평소에 목격(目擊)하였는데, 세종이 정력(精力)을 둔 바가 이보다 더함이 없었다. 이를 버리고 기록하지 아니하면서 도리어 한 예조 낭관(禮曹郞官)이 편찬한 《의주(儀注)》를 기록하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 허사재(許四宰)560) 가 기록하지 못하게 하려고 함은 변효문 등이 허 정승(許政丞)이 정한 《의주》를 많이 고친 것을 미워하여서이고, 의정부에서 〈기록하지〉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것은 세종이 먼저 정부와 의논하지 아니한 것을 혐의한 때문이다. 신하는 장(將)561) 이 없다고 하는데, 이는 참으로 이른바 장(將)이다. 신하가 되어 어찌 이렇게 임금을 섬길 수 있겠는가?"
하니, 여러 기주관도 또한 모두 비난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6책 537면
- 【분류】출판-서책(書冊) / 역사-편사(編史)
- [註 559]
○初, 世宗命慶昌府尹卞孝文、僉知中樞院事鄭陟等, 撰定《五禮儀注》。 至是, 諸記注官以爲, 當編入實錄。 許詡曰: "此非國論所定, 乃孝文等數人所撰, 世宗命臣詡及鄭麟趾, 同政府, 更加考定, 未暇披閱, 束之檢詳司, 是乃未成之書, 不可編入。" 麟趾曰: "是雖孝文等所撰, 實出睿裁, 不可不錄。 其廢閣不校, 乃政府懶慢之過, 豈世宗之意乎? 若曰未成之書, 則《周禮》亦非成書也, 然後世有所考證, 則今此《五禮》, 不可不錄也。" 金宗瑞曰: "不經政府之考, 且事未施行, 不可編入。" 麟趾曰: "爲國, 禮樂最大, 一代禮樂, 不可不傳。" 宗瑞曰: "待政府考定, 編入今上實錄可也。" 麟趾曰: "以世宗所定《五禮》, 編入今上實錄, 則無乃失實乎?" 宗瑞無以對, 然終不錄。 記注官申叔舟揚言曰: "凡君上所欲爲, 雖是美事, 苟不先與大臣議之, 則事竟不行。 今《五禮》, 世宗親自筆削, 取捨損益, 斷自宸衷, 手澤尙存, 吾輩久叨侍從, 素所目擊, 世宗精力所寓, 莫加於此, 舍是不錄, 而反錄一禮曹郞官所撰儀注, 甚無謂也。 許四宰之欲不錄者, 惡孝文等多改許政丞所定儀注, 而政府之不欲者, 嫌世宗不先與政府議也。 人臣無將, 此眞所謂將也, 爲人臣, 安可以此事君乎?" 諸記注官, 亦皆非之。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6책 53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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