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건설을 중단할 것에 대한 사헌부의 상소문
사헌부에서 상소하기를,
"지붕을 억새로 잇고 섬돌을 흙으로 함은 요(堯)임금이 좋은 정치를 이룬 근본이오며, 의복을 허름하게 하고 궁궐을 나직하게 함은 하우(夏禹)의 절제하고 검약한 까닭이오니, 이는 만세토록 임금의 귀감(龜鑑)이옵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우리 태조께옵서 도읍을 한양에 정하시고 궁궐을 창건하옵실 때, 그 경영 제작하신 방법이 극히 주밀(周密)하셨사옵고, 이제 전하께옵서 선대의 사업을 확장하시기 위하여 갖가지로 보수와 건축을 더하시와 우람하게 만대 태평을 누릴 만한 궁궐이 되었사오니, 실로 더 논의할 곳이 없사옵니다. 그리고 근년 이래로 농사가 충실하지 못하와 황해·평안·강원·함길 등 여러 도에 연전의 실농(失農)이 특히 심하였삽고, 요새 경상·전라·함길·평안 등 도와 개성부(開城府)에는 영전(影殿)을 고쳐 세우시며, 평안도에는 또 성 쌓는 역사가 있사와 백성의 힘이 쉴 수가 없사오니, 이런 때를 당하여 궐내의 건축 공사를 아울러 일으키심은 불가하옵고 더구나 간의대(簡儀臺)는 전하께옵서 하늘을 공경하시고 백성의 일에 힘쓰시는 처소로서 경홀하게 헐어 버림은 불가하온데, 이제 그것을 헐고 따로 새 궁을 세우는 것은 신들은 그 옳음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또 백성을 역사시키는 것은 중대한 일이매 경홀하게 서두름은 불가하오니, 엎드려 바라옵건대, 선대의 마련하신 제도를 본받으시고, 선대의 이미 만드신 궁을 지키시어 빨리 이 역사를 정지하심으로써 신민들의 바라는 바를 위안해 주시옵소서."
하였으나,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62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재정-역(役) / 정론-간쟁(諫諍)
○司憲府上疏曰:
茅茨土階, 帝堯之所以致治; 惡衣卑宮, 夏禹之所以克儉, 此萬世人主之龜鑑也。 恭惟我太祖定都于漢, 創立宮闕, 其經營制作之方, 極爲周密。 今我殿下思弘祖業, 悉添補造, 巍然有萬世太平之宮闕, 固無可議之處。 且近年以來, 農事未實, 而黃海、平安、江原、咸吉等道, 年前失農尤甚。 今於慶尙、全羅、咸吉、平安等道及開城府, 修立影殿, 乃於平安道, 又有築城之役, 而民力不得休息。 當此之時, 闕內營繕, 不可竝興, 況簡儀臺, 殿下敬天勤民之所, 不可輕易壞之也, 今其壞之而別立新宮, 臣等未知其可也。 且役民, 重事, 不可輕擧也。 伏望法祖宗經營之制, 守祖宗已成之宮, 亟停是役, 以慰臣民之望。
不允。
-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4책 462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재정-역(役)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