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94권, 세종 23년 윤11월 25일 무자 2/2 기사 /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경찬회를 근일에 행하려 하다가 좌우의 논의에 따라 일단 중지하다
국역
임금이 승정원에 이르기를,
"내가 어려서부터 경사(經史)를 강론(講論)하고, 성학(聖學)에 우유(優游)224) 하였으니, 내가 어찌 불교를 숭상해 믿겠느냐. 다만 그 법이 오래고 멀어서 갑자기 고치기 어려운 것이다. 전자에 한두 대신이 내게 이르기를, ‘불교를 갑자기 없앨 수 없다. ’고 하더니, 이제 경찬회를 파하기를 간하는 데에 그 사람도 소문(疏文)에 서명(署名)하여 올렸으니, 인신(人臣)으로서 군부(君父)에게 이처럼 기망(欺罔)할 수 있겠느냐. 경찬회의 일은 예로부터 있었는데, 이제 만약 천연하면 간하는 말이 어지러울 것이니, 근일에 행함이 마땅하다. 너희들은 의논하여 아뢰라."
하니, 도승지 조서강(趙瑞康)이 좌우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성상의 뜻이 이와 같으시니 제공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선 성상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지 않겠소."
하니, 우승지 이승손(李承孫)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본래 불교를 숭상하는 임금이시라면 이 일은 족히 간할 것이 못 되오나, 즉위하신 이후로 한 가지 일이라도 불교에 영향을 미친 것이 없으셨는데, 이제 갑자기 경찬회를 일으키시매, 이러므로 모든 신하들이 마음을 다하여 간하오니, 이것도 일이 작을 때에 방지하고 점점 커지기 전에 막는 뜻입니다. 경찬회를 그만두지 아니하오면, 장차 절을 세우고 부처를 만들어 머리 깎은 중들이 세력을 펴서 폐단을 바로잡지 못할 것입니다. 방금 성을 쌓는 역사(役事)가 바야흐로 한창이옵고, 사신(使臣)이 올 때가 또한 임박하였으니, 신은 아직 중지함만 같지 못하다고 하겠습니다."
하매, 좌우에서 모두 그 논의에 따르니, 임금이 그렇게 여기었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8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 [註 224] 우유(優游) : 깊이 연구함.
원문
○上謂承政院曰: "予自少講論經史, 優游聖學, 予豈崇佛敎? 但其法久遠, 未易遽革。 曩者一二大臣謂予曰: ‘佛法未可遽革。’ 今諫慶讃, 其人亦署名疏中以進, 人臣於君父, 不可如是欺罔。 慶讃之事, 自古有之, 今若遷延, 則諫諍紛紜, 當於近日行之, 爾等擬議以聞。" 都承旨趙瑞康顧左右曰: "上意至此, 諸公謂何? 姑從上意, 無乃可乎?" 右承旨李承孫曰: "殿下本崇佛之主則此事固不足諫, 卽位以來, 無一事及於佛, 而今乃遽起慶讃, 是以凡百臣僚盡心諫諍, 此亦防微杜漸之意。 慶讃不已, 則將至於建寺造佛, 而髡首鴟張, 弊不能救矣。 方今築城之役方殷, 使臣之來又逼, 臣謂莫如姑停之。" 左右皆從其議, 上然之。
-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8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세종 23년 (1441) 윤11월 25일
국역
임금이 승정원에 이르기를,
"내가 어려서부터 경사(經史)를 강론(講論)하고, 성학(聖學)에 우유(優游)224) 하였으니, 내가 어찌 불교를 숭상해 믿겠느냐. 다만 그 법이 오래고 멀어서 갑자기 고치기 어려운 것이다. 전자에 한두 대신이 내게 이르기를, ‘불교를 갑자기 없앨 수 없다. ’고 하더니, 이제 경찬회를 파하기를 간하는 데에 그 사람도 소문(疏文)에 서명(署名)하여 올렸으니, 인신(人臣)으로서 군부(君父)에게 이처럼 기망(欺罔)할 수 있겠느냐. 경찬회의 일은 예로부터 있었는데, 이제 만약 천연하면 간하는 말이 어지러울 것이니, 근일에 행함이 마땅하다. 너희들은 의논하여 아뢰라."
하니, 도승지 조서강(趙瑞康)이 좌우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성상의 뜻이 이와 같으시니 제공들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선 성상의 뜻에 따르는 것이 옳지 않겠소."
하니, 우승지 이승손(李承孫)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본래 불교를 숭상하는 임금이시라면 이 일은 족히 간할 것이 못 되오나, 즉위하신 이후로 한 가지 일이라도 불교에 영향을 미친 것이 없으셨는데, 이제 갑자기 경찬회를 일으키시매, 이러므로 모든 신하들이 마음을 다하여 간하오니, 이것도 일이 작을 때에 방지하고 점점 커지기 전에 막는 뜻입니다. 경찬회를 그만두지 아니하오면, 장차 절을 세우고 부처를 만들어 머리 깎은 중들이 세력을 펴서 폐단을 바로잡지 못할 것입니다. 방금 성을 쌓는 역사(役事)가 바야흐로 한창이옵고, 사신(使臣)이 올 때가 또한 임박하였으니, 신은 아직 중지함만 같지 못하다고 하겠습니다."
하매, 좌우에서 모두 그 논의에 따르니, 임금이 그렇게 여기었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8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 [註 224] 우유(優游) : 깊이 연구함.
원문
○上謂承政院曰: "予自少講論經史, 優游聖學, 予豈崇佛敎? 但其法久遠, 未易遽革。 曩者一二大臣謂予曰: ‘佛法未可遽革。’ 今諫慶讃, 其人亦署名疏中以進, 人臣於君父, 不可如是欺罔。 慶讃之事, 自古有之, 今若遷延, 則諫諍紛紜, 當於近日行之, 爾等擬議以聞。" 都承旨趙瑞康顧左右曰: "上意至此, 諸公謂何? 姑從上意, 無乃可乎?" 右承旨李承孫曰: "殿下本崇佛之主則此事固不足諫, 卽位以來, 無一事及於佛, 而今乃遽起慶讃, 是以凡百臣僚盡心諫諍, 此亦防微杜漸之意。 慶讃不已, 則將至於建寺造佛, 而髡首鴟張, 弊不能救矣。 方今築城之役方殷, 使臣之來又逼, 臣謂莫如姑停之。" 左右皆從其議, 上然之。
-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4책 38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원본
세종 23년 (1441) 윤1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