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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94권, 세종 23년 윤11월 22일 을유 3/3 기사 /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최만리 등이 경찬회를 파하기를 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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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여러 번 상소하여 흥천사의 경찬회를 파하시기를 애걸하였사오나, 윤허를 얻지 못하와 파직하기를 청하였더니, 도로 벼슬에 나아가기를 명하시니, 뻔뻔스럽게 명을 받았사오나 더욱 울분이 격동하여 감히 어리석은 정성을 진술하오니, 굽어 살피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 신 등은 듣자옵건대, 예로부터 제왕(帝王)들은 말하는 자가 지극하지 못함을 근심하지 아니하고 말을 듣기 어려워함을 근심하였습니다. 요(堯)의 자기의 생각을 버리고 남의 옳은 말을 좇는 것과, 탕(湯)의 순하게 간하는 말에 따르는 것이 이것입니다. 이러므로 간절하고 곧은 말은 말하는 신하에게 이로움이 아니라, 곧 국가의 행복입니다. 지금 흥천사의 일은 신 등뿐만 아니라, 위로는 의정부로부터 아래로는 학생들까지 간하는 이가 더욱 많으옵되, 전하께서는 거절하시기를 더욱 굳게 하시니, 신 등은 전하께서 무슨 소견으로 그러하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전하께서 신 등에게 효유하시기를, ‘한(漢)·당(唐) 이하 역대 임금들이 부처를 섬기지 아니한 이가 없었으니 나도 한다. ’고 하시니, 신 등이 사적(史籍)을 상고하건대, 한(漢)나라 이후로 본받을 만한 임금이 없고, 당(唐) 태종(太宗)만이 근사하오나, 선유(先儒)가 본기(本紀)216) 에 찬(贊)하기를, ‘다애(多愛)에 끌려서 다시 부도(浮屠)를 세웠고, 큰 것을 좋아하고 공(功)을 즐겨서 멀리 군사를 출동시켰다. ’고 하였으니, 이는 중간 자격의 용렬한 임금이 보통 하는 바이오니 이것도 본받을 것이 못되오나, 오히려 본받을 것은 다만 간하는 말을 좇는 한 가지 일뿐이온데, 하물며 신 등은 요(堯)·탕(湯)의 일을 전하에게 바라옵거늘, 전하께서는 도리어 후세의 중주(中主)로 자처하시니, 어찌하여 입지(立志)를 높게 아니하시옵니까. 이러시면 전하의 정일(精一)의 학문이 어디에 있사옵니까. 신 등은 더욱 간절히 마음이 아픕니다.

또 우리 태종께서 이단(異端)의 그름을 밝게 알으시고 엄하게 배척을 더하사, 일찍이 근신(近臣)에게 이르시기를, ‘나는 부처를 좋아하는 이가 아니다. 후일에 모두 혁파할 단서를 열어서 자손 만세의 법을 삼게 하라. ’고 하셨으니, 이는 모두 전하께서 일찍이 친히 받은 바이온데, 태종께서는 크게 성할 때에 혁파하시고 전하께서는 거의 없어질 때에 일으키시니, 선왕(先王)의 뜻을 잘 계술(繼述)하는 도리에 과연 합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비록 신 등의 말을 가엾이 여기시지 아니하실지라도, 태종 대왕의 유훈(遺訓)만은 생각지 아니하십니까. 태종 대왕의 영혼이 하늘에 계시다면 전하를 어떠하다고 하겠습니까. 대저 옳음을 옳다고 하면서 능히 쓰지 아니하며 악함을 싫어하면서도 능히 버리지 못함은, 나라를 가진 임금의 깊이 경계할 바이옵니다. 전하께서 불교의 그름을 알지 못하신다면 그만이거니와, 어찌하여 그 말을 옳다고 하시면서 능히 쓰지 못하십니까.

대신은 임금의 팔과 다리이옵고 대간(臺諫)은 임금의 귀와 눈이온데, 어찌 팔·다리와 눈·귀를 폐하고 능히 나라를 잘 다스리는 이가 있사오리까. 전하께서 대신과 대간들의 말을 들을 것이 못 된다고 하신다면, 전하께서 듣고 믿으시는 이는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전하께서 만약 ‘나의 정치가 이미 만족하니, 비록 이 일을 행할지라도 무엇이 해로우랴. 어찌 임금으로서 여러 논의에 저해(沮害)되어 능히 하지 못함이 있으랴.’ 하신다면, 이는 자기를 버리고 간하는 말에 따르는 아름다움이 아니옵니다. 요(堯)·순(舜)·탕(湯)·문(文)과 같으신 대성(大聖)으로서 불교를 다시 일으키는 임금으로 변하십니까. 어찌 크게 한탄하고 통곡만 할 뿐이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위로는 조종의 유훈(遺訓)을 몸받으시고, 아래로는 신민(臣民)의 바라는 마음에 따라 굳센 결단을 발휘하사, 이 일을 급히 파하여 사람사람으로 하여금 대성인(大聖人)은 보통 사람의 몇 만 배(倍)에 뛰어남을 알게 하시면, 어찌 조선 만대의 무궁한 복이 되지 아니하오리까. 성상의 재결을 엎드려 바라옵니다."

하였으나 답하지 아니하였다.

  • [註 216] 본기(本紀) : 당 태종의 실기.

원문

○集賢殿副提學崔萬理等上疏曰:

臣等累疏, 乞罷興天慶讃, 未蒙允許, 請罷職事, 命還就職, 臣等强顔承命, 冞邀憤鬱, 敢陳愚懇, 伏惟垂察焉。 臣等聞自古帝王不患言之者未至, 而患其聽之之難。 之舍己從人, 之從諫弗咈是已。 故曰: "切直之言, 非人臣之利, 乃國家之福也。" 今興天之事, 非獨臣等, 上自政府, 下至學生, 諫者愈多, 而殿下拒之益堅, 臣等未知殿下有何所見而然歟? 殿下諭臣等曰: "以下歷代君王, 莫不事佛, 予亦爲之。" 臣等考諸史籍, 自以來, 未有可法之君, 而獨太宗似矣。 然先儒贊本紀曰: "牽於多愛, 復立浮屠。 好大喜功, 勤兵於遠。" 此中材庸主之所常爲, 則是亦不足法也, 而猶可法者, 獨從諫一事而已。 況臣等以望殿下, 殿下反以後世中主自處, 何立志之不高也? 是則殿下平日精一之學安在? 臣等尤切痛心。 且我太宗灼知異端之非, 嚴加排斥, 嘗命近臣曰: "予非好佛者也。 以開後日盡革之端, 以爲子孫萬世之法。" 此皆殿下所嘗親受者也。 太宗革之於大張之日, 殿下興之於垂絶之餘, 果合於善繼善述之道歟? 殿下縱不恤臣等之言, 獨不念太宗之遺訓乎? 太宗在天之靈, 謂殿下何如也? 夫善善不能用, 惡惡不能去, 有國家者所深戒也。 殿下不知佛氏之非則已矣, 奈何知其誕妄而不能去乎? 不以臣等之言爲善則已矣, 奈何善其言而不能用乎? 大臣, 人主之股肱; 臺諫, 人主之耳目也。 安有廢股肱耳目而能善治者乎? 殿下謂大臣臺諫之言不足聽, 則不識殿下之所聽信者, 果何人哉? 殿下若以爲吾治已足, 雖行此事, 亦何害焉? 豈以人主沮於群議, 不能有爲, 則此非舍己從諫之美也。 奈何以之大聖而轉爲復興浮屠之主乎? 奚啻太息而已, 痛哭而已哉? 伏望殿下仰體祖宗之訓, 俯循臣民之望, 廓揮剛斷, 亟罷此事, 使人人知大聖人出於尋常萬萬也, 則豈不爲朝鮮萬世無疆之福歟? 伏惟上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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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94권, 세종 23년 윤11월 22일 을유 3/3 기사 / 1441년 명 정통(正統) 6년

최만리 등이 경찬회를 파하기를 청하다

국역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이 여러 번 상소하여 흥천사의 경찬회를 파하시기를 애걸하였사오나, 윤허를 얻지 못하와 파직하기를 청하였더니, 도로 벼슬에 나아가기를 명하시니, 뻔뻔스럽게 명을 받았사오나 더욱 울분이 격동하여 감히 어리석은 정성을 진술하오니, 굽어 살피시기를 엎드려 바라옵니다. 신 등은 듣자옵건대, 예로부터 제왕(帝王)들은 말하는 자가 지극하지 못함을 근심하지 아니하고 말을 듣기 어려워함을 근심하였습니다. 요(堯)의 자기의 생각을 버리고 남의 옳은 말을 좇는 것과, 탕(湯)의 순하게 간하는 말에 따르는 것이 이것입니다. 이러므로 간절하고 곧은 말은 말하는 신하에게 이로움이 아니라, 곧 국가의 행복입니다. 지금 흥천사의 일은 신 등뿐만 아니라, 위로는 의정부로부터 아래로는 학생들까지 간하는 이가 더욱 많으옵되, 전하께서는 거절하시기를 더욱 굳게 하시니, 신 등은 전하께서 무슨 소견으로 그러하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전하께서 신 등에게 효유하시기를, ‘한(漢)·당(唐) 이하 역대 임금들이 부처를 섬기지 아니한 이가 없었으니 나도 한다. ’고 하시니, 신 등이 사적(史籍)을 상고하건대, 한(漢)나라 이후로 본받을 만한 임금이 없고, 당(唐) 태종(太宗)만이 근사하오나, 선유(先儒)가 본기(本紀)216) 에 찬(贊)하기를, ‘다애(多愛)에 끌려서 다시 부도(浮屠)를 세웠고, 큰 것을 좋아하고 공(功)을 즐겨서 멀리 군사를 출동시켰다. ’고 하였으니, 이는 중간 자격의 용렬한 임금이 보통 하는 바이오니 이것도 본받을 것이 못되오나, 오히려 본받을 것은 다만 간하는 말을 좇는 한 가지 일뿐이온데, 하물며 신 등은 요(堯)·탕(湯)의 일을 전하에게 바라옵거늘, 전하께서는 도리어 후세의 중주(中主)로 자처하시니, 어찌하여 입지(立志)를 높게 아니하시옵니까. 이러시면 전하의 정일(精一)의 학문이 어디에 있사옵니까. 신 등은 더욱 간절히 마음이 아픕니다.

또 우리 태종께서 이단(異端)의 그름을 밝게 알으시고 엄하게 배척을 더하사, 일찍이 근신(近臣)에게 이르시기를, ‘나는 부처를 좋아하는 이가 아니다. 후일에 모두 혁파할 단서를 열어서 자손 만세의 법을 삼게 하라. ’고 하셨으니, 이는 모두 전하께서 일찍이 친히 받은 바이온데, 태종께서는 크게 성할 때에 혁파하시고 전하께서는 거의 없어질 때에 일으키시니, 선왕(先王)의 뜻을 잘 계술(繼述)하는 도리에 과연 합하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비록 신 등의 말을 가엾이 여기시지 아니하실지라도, 태종 대왕의 유훈(遺訓)만은 생각지 아니하십니까. 태종 대왕의 영혼이 하늘에 계시다면 전하를 어떠하다고 하겠습니까. 대저 옳음을 옳다고 하면서 능히 쓰지 아니하며 악함을 싫어하면서도 능히 버리지 못함은, 나라를 가진 임금의 깊이 경계할 바이옵니다. 전하께서 불교의 그름을 알지 못하신다면 그만이거니와, 어찌하여 그 말을 옳다고 하시면서 능히 쓰지 못하십니까.

대신은 임금의 팔과 다리이옵고 대간(臺諫)은 임금의 귀와 눈이온데, 어찌 팔·다리와 눈·귀를 폐하고 능히 나라를 잘 다스리는 이가 있사오리까. 전하께서 대신과 대간들의 말을 들을 것이 못 된다고 하신다면, 전하께서 듣고 믿으시는 이는 과연 어떤 사람입니까. 전하께서 만약 ‘나의 정치가 이미 만족하니, 비록 이 일을 행할지라도 무엇이 해로우랴. 어찌 임금으로서 여러 논의에 저해(沮害)되어 능히 하지 못함이 있으랴.’ 하신다면, 이는 자기를 버리고 간하는 말에 따르는 아름다움이 아니옵니다. 요(堯)·순(舜)·탕(湯)·문(文)과 같으신 대성(大聖)으로서 불교를 다시 일으키는 임금으로 변하십니까. 어찌 크게 한탄하고 통곡만 할 뿐이옵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위로는 조종의 유훈(遺訓)을 몸받으시고, 아래로는 신민(臣民)의 바라는 마음에 따라 굳센 결단을 발휘하사, 이 일을 급히 파하여 사람사람으로 하여금 대성인(大聖人)은 보통 사람의 몇 만 배(倍)에 뛰어남을 알게 하시면, 어찌 조선 만대의 무궁한 복이 되지 아니하오리까. 성상의 재결을 엎드려 바라옵니다."

하였으나 답하지 아니하였다.

  • [註 216] 본기(本紀) : 당 태종의 실기.

원문

○集賢殿副提學崔萬理等上疏曰:

臣等累疏, 乞罷興天慶讃, 未蒙允許, 請罷職事, 命還就職, 臣等强顔承命, 冞邀憤鬱, 敢陳愚懇, 伏惟垂察焉。 臣等聞自古帝王不患言之者未至, 而患其聽之之難。 之舍己從人, 之從諫弗咈是已。 故曰: "切直之言, 非人臣之利, 乃國家之福也。" 今興天之事, 非獨臣等, 上自政府, 下至學生, 諫者愈多, 而殿下拒之益堅, 臣等未知殿下有何所見而然歟? 殿下諭臣等曰: "以下歷代君王, 莫不事佛, 予亦爲之。" 臣等考諸史籍, 自以來, 未有可法之君, 而獨太宗似矣。 然先儒贊本紀曰: "牽於多愛, 復立浮屠。 好大喜功, 勤兵於遠。" 此中材庸主之所常爲, 則是亦不足法也, 而猶可法者, 獨從諫一事而已。 況臣等以望殿下, 殿下反以後世中主自處, 何立志之不高也? 是則殿下平日精一之學安在? 臣等尤切痛心。 且我太宗灼知異端之非, 嚴加排斥, 嘗命近臣曰: "予非好佛者也。 以開後日盡革之端, 以爲子孫萬世之法。" 此皆殿下所嘗親受者也。 太宗革之於大張之日, 殿下興之於垂絶之餘, 果合於善繼善述之道歟? 殿下縱不恤臣等之言, 獨不念太宗之遺訓乎? 太宗在天之靈, 謂殿下何如也? 夫善善不能用, 惡惡不能去, 有國家者所深戒也。 殿下不知佛氏之非則已矣, 奈何知其誕妄而不能去乎? 不以臣等之言爲善則已矣, 奈何善其言而不能用乎? 大臣, 人主之股肱; 臺諫, 人主之耳目也。 安有廢股肱耳目而能善治者乎? 殿下謂大臣臺諫之言不足聽, 則不識殿下之所聽信者, 果何人哉? 殿下若以爲吾治已足, 雖行此事, 亦何害焉? 豈以人主沮於群議, 不能有爲, 則此非舍己從諫之美也。 奈何以之大聖而轉爲復興浮屠之主乎? 奚啻太息而已, 痛哭而已哉? 伏望殿下仰體祖宗之訓, 俯循臣民之望, 廓揮剛斷, 亟罷此事, 使人人知大聖人出於尋常萬萬也, 則豈不爲朝鮮萬世無疆之福歟? 伏惟上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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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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