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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록 76권, 세종 19년 2월 9일 기사 4번째기사 1437년 명 정통(正統) 2년

흉년의 피해 상황과 진휼 상황

작년에 봄·여름이 가물어 시내와 우물이 모두 말랐다. 경기남도(京畿南道)와 동남쪽의 네 도가 모두 농사를 실패하였는데, 충청도가 더욱 심하고, 경상·전라 두 도는 바닷가의 두어 고을이 조금 결실되었다. 대개 경기도는 40읍 중에서 수원용인 등 아홉 고을이, 충청도는 54읍 중에서 임천한산 등 18읍이, 전라도는 55읍 중에서 익산(益山)용안(龍安) 등 11읍이, 경상도는 66읍 중에서 안동(安東)진보(眞寶) 등 32읍이, 강원도는 26읍 중에서 원주영월 등 여덟 고을이 전연 농업을 잃었다. 그 중에서 심한 곳은 끝내 파종도 하지 못했고, 혹은 곡식 싹이 한 자도 자라지 못했으며, 초목이 무성하지 못했고, 보리가 성숙하지 못했으며, 콩을 심었으나 나지 아니하여 흙을 헤치고 도로 줍기도 하였다. 10두를 파종한 데서 7, 8두를 주웠는데, 볶은 것과 같아서 먹을 만하여 주린 백성들이 주워 먹었다. 경기도안성충청도공주(公州)·신창(新昌)·아산(牙山)·회덕(懷德)·직산(稷山)·전라도전주(全州)·함열(咸悅)·임피(臨陂) 등 고을은 모두 황충(蝗蟲)의 피해를 입었고, 또 마전포(麻田浦)는 여울이 급하여 한겨울에도 얼음이 얼지 않으며, 얼음이 비록 얼어도 건널 수 있는 것이 3, 4일에 지나지 아니하는데, 이 해의 겨울에는 얼음이 단단하여 사람과 말이 통행한 것이 20여 일이나 되었으니, 오랫동안 추웠다는 것을 가히 알 수 있다. 얼고 주린 백성들이 서로 길에 연하였고, 금년 봄에 이르러서는 역질이 크게 유행하여 주린 사람이 병에 걸리면 곧 죽었다. 백성들이 자기 손으로 소와 말을 잡고, 나무껍질을 벗기고, 보리 뿌리를 캐어 먹이를 하며, 처자를 보전하지 못하여 처자를 버리고 도망하는 자도 있고, 혹은 아이를 길에 버리어 아이가 쫓아가면 나무에 잡아매고 가는 자도 있고, 닭과 개가 저절로 죽기도 하였다. 경기북도(京畿北道) 이북의 각도는 오곡(五穀)이 조금 풍년들었기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화폐와 베[布]를 가지고 북도에서 쌀을 사서 남도에 파는 자가 길에 잇달았고, 충청도 공주 등처에서는 쌀 두 말 값이 면포 한 필인데도, 다투어 면포를 가지고 미곡을 구하는 자가 오히려 미처 사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다. 지난해 여름과 가을부터 주린 백성들이 진대(賑貸)만 쳐다보고 있으므로, 각도의 창고가 바닥이 나서 국가에서 곡식을 옮겨다가 진휼하고, 또 조관들을 각도에 나누어 보내어 진제 경차관을 삼았는데, 특별히 안순(安純)충청도에 보내어 진휼사로 삼아서 각 고을 수령의 기민(飢民)을 진휼하는 일을 시찰하게 하여, 만일 굶어 죽은 사람이 많이 있으면 죄를 수령에게 주어 곧 곤장을 때리도록 하고, 길에 굶어 죽은 사람이 있으면 그 근처의 주민들에게 죄를 주니, 이 때문에 사람들이 법령이 엄한 것을 두려워하여 서로서로 숨기어, 굶어 죽어도 나타나지 않는 자가 열에 보통 여섯 일곱은 되었다. 그러나 수령들이 감고(監考)의 무리를 거느리고 마음을 다하여 조치하고 몸소 친히 먹였으므로, 백성들이 이에 힘입어서 살아난 자가 많았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76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3면
  • 【분류】
    구휼(救恤) / 보건(保健)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과학-천기(天氣) / 농업-농작(農作) / 농업-권농(勸農)

○去年春夏旱乾, 川井皆涸, 京畿南道及東南四道, 皆失農業, 忠淸道尤甚, 慶尙全羅兩道濱海數郡稍稔。 大率京畿四十邑內水原龍仁等九邑、忠淸道五十四邑內林川韓山等十八邑、全羅道五十五邑內益山龍安等十一邑、慶尙道六十六邑內安東眞寶等三十二邑、江原道二十六邑內原州寧越等八邑, 全失農業。 其中甚者, 或竟不播種, 或苗不滿尺, 草木不茂, 麰麥不熟, 種豆不生, 撥土還拾, 十斗所播, 其拾七八斗, 如炒可食, 飢民拾而食之。 京畿 安城忠淸道 公州新昌牙山懷德稷山全羅道 全州咸悅臨陂等邑, 皆蝗害穀。 且麻田浦灘急, 隆冬不氷, 氷雖合, 可度者不過三四日。 是冬氷堅, 人馬行者二十餘日, 其久寒可知。 凍餒之民, 相望於道, 至今年春大疫, 飢者得病輒死。 民自殺牛馬, 剝木皮, 採麥根以爲食。 不保妻子, 或有棄妻子而逃者, 或有棄兒於道, 兒從之則繫於樹而去者。 雞犬或有自斃者。 京畿北道以北各道, 五穀稍登, 商賈之徒, 以貨布買米於北, 賣米於南者, 相繼於道。 忠州道 公州等處米二斗直緜布一匹, 爭持緜布, 求米穀者, 猶恐不及, 自去年夏秋, 飢民仰給賑貸, 各道倉廩虛竭, 國家移粟以賑之。 又分遣朝官于各道, 爲賑濟敬差官, 特遣安純忠淸道, 爲賑恤使, 俾察各官守令賑飢之事, 如有多致飢死者, 罪及守令, 直行鞭扑; 路有餓死者, 則罪其旁近居民。 故人畏令峻, 交相隱匿, 飢死不見者十常六七。 然守令率監考之徒, 盡心布置, 躬親饋食, 故人民賴以得蘇者多。


  • 【태백산사고본】 24책 76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4책 53면
  • 【분류】
    구휼(救恤) / 보건(保健)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과학-천기(天氣) / 농업-농작(農作) / 농업-권농(勸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