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곡산 부원군 연사종에게 제사를 내리다
죽은 곡산 부원군 연사종(延嗣宗)에게 제사(祭祀)를 내리었다. 그 교서에 이르기를,
"큰 기업을 협찬함은 진실로 충의한 신하에게 힘입었으니, 큰 공을 생각하여 마땅히 그 죽음을 슬퍼하고, 그 뒤를 영화롭게 하는 은전(恩典)을 두텁게 하여야 할 것이다. 생각건대, 경은 성품이 곧고 밝으며, 도량이 웅대하고 침착하여, 약관(弱冠) 때부터 성취(成就)함이 있었다. 드디어 태조를 잠저(潛邸)에 좇아 밤이나 낮으로 게으름이 없이 친군을 진무(鎭撫)하였고, 태종이 장차 머리를 들려고 할 때에 미쳐서는 간신(姦臣)들이 흉역(兇逆)을 꾀하여 국가의 안위(安危)가 호흡간(呼吸間)에 있었는데, 경이 갑작스런 즈음에 몸을 바쳐 경각간(頃刻間)에 난(亂)을 평정하였으니, 도와서 추대(推戴)한 노고와 천명을 도운 공적은 맹부(盟府)에 실려 있어, 길이 잊기 어렵도다. 또 능히 장상(將相)의 높은 벼슬을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색동 옷을 입고 노모를 봉양하여 효성이 극진하므로, 유사(攸司)가 위에 아뢰어서 표창하여 정려(旌閭)하니, 대저 경의 몸을 닦고 행하는 대절(大節)은 이 두 가지만 들어서 보아도 옛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으리라고 이를 만하도다. 사조(四朝)228) 를 이어 섬긴 옛 신하로서 한때의 시채(蓍蔡)229) 가 되었으니, 백년토록 수(壽)를 하여 과인의 몸을 도와주기를 기약하였더니, 어찌하여 겨우 70세에 미쳐 갑자기 세상을 영결하는고. 이에 한 잔 술을 베풀어 곧은 혼령을 위로하노라. 아아, 고굉의 중신으로서 이미 즐겁거나 슬프거나 더불어 함께 하여, 태산이 닳아 숫돌이 되고, 황하수가 말라 허리띠같이 되도록 변치 말자고 맹세하였으니, 어찌 삶과 죽음을 따라 다름이 있으리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65권 6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79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인물(人物)
協贊鴻基, 寔賴忠義之臣; 緬思膚功, 當篤哀榮之數。 惟卿性資貞亮, 器宇沈雄。 爰自弱冠而有成, 遂從太祖于潛邸。 夙夜無怠, 鎭撫親軍。 及太宗在九二之時, 有姦臣構兇逆之謀。 社稷安危, 在於呼吸。 卿致身於倉卒之際, 定亂於頃刻之間。 翊戴之勞, 佐命之績, 載在盟府, 永世難忘。 復能辭將相之高官, 着老萊之彩服。 歸養老母, 克盡孝誠。 攸司上聞, 表厥閭里。 蓋卿立身行己之大節, 措此二節, 可謂無愧於古人矣。 以四朝之舊臣, 爲一時之蓍蔡, 謂享百歲, 期輔寡躬。 胡纔及於七旬, 遽永隔於一日! 玆陳一爵, 用慰貞魂。 於戲! 元首股肱, 旣休戚之與共; 山(何)〔河〕 帶礪, 何存沒之有殊!
- 【태백산사고본】 21책 65권 6장 A면【국편영인본】 3책 579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