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윤봉의 처소에 대해 논의하다
임금이 말하기를,
"윤봉이 서울에 들어오는 날 만약 와내(臥內)101) 에서 보고자 하면 어떻게 사절하여야 할까."
하니, 맹사성·권진·허조·신상 등이 아뢰기를,
"윤봉은 창성(昌盛)과 서로 시기(猜忌)하는 처지이므로 반드시 홀로 오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만일 이어소(移御所)에 온다면, 와내에서 불러 보시는 것이 편하옵니다."
하였다. 임금이 안숭선에게 이르기를,
"붙들어 호위하고 칙명을 맞이하라는 의논을 나는 불가하다고 본다. 예전 무술년에 병이 있다고 아뢰어 황제의 명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태종께서 내게 전위(傳位)하셨는데, 얼마 되지 아니하여 사신이 나오자, 여러 신하들이 병을 일컫고 붙들어 호위하고 나가 맞이하기를 헌의(獻議)하였으나, 태종께서 듣지 않으셨는데, 나도 생각하기를, 거짓 붙들고 호위하여 예를 행하면 어떻게 뜰에 가득한 신하들을 보며, 어떻게 사신에게 간사한 일을 행하리오. 뻔뻔스럽기가 이보다 더함이 없다고 하겠다. 예전 사마의(司馬懿)102) 가 거짓 간사함을 행하여 진실로 후세의 비웃음거리를 남겼다. 병을 칭탁함은 비록 정도(正道)는 아니나, 황제의 칙명을 피하려는 것이 아니요, 열병(熱病)을 피하려고 한 것일 뿐이다. 고인들도 또한 병을 칭탁한 이가 있으니, 오왕(吳王)이 병을 일컫고 조회하지 않았음이 이것이며, 역대에 일을 의논하는 대신이 병을 칭탁하고 들어오지 아니한 이도 혹 있었다. 병을 칭탁하는 것은 있으되 망령되어 부축하여 호위하는 것은 한 연극을 꾸미는 모양과 같아 더욱 불가하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건대, 과인이 병을 피하지 말고 처음부터 나가서 맞이하고자 한 것이 진실로 그릇되지 않았는데, 병을 칭탁하는 의논은 내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대신들이 의논해 아뢴 까닭으로 내가 그렇게 여겼더니, 이 일이 처리하기가 심히 어렵도다. 붙들고 예를 행하는 것은 반드시 할 수 없으니, 다시 사성 등과 더불어 깊이 생각하여 아뢰라."
하였다. 사성 등이 아뢰기를,
"병을 일컫고 붙들어 호위함은 진실로 하교하옵심과 같이 그리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나가서 맞이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하였으니, 먼저 대언을 사신의 처소에 보내어, 그 병환이 계신 까닭을 말하고 돌아오기를 기다린 뒤에 다시 의논하여 아뢰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한참 동안 생각하였다가 우부대언 송인산에게 명하여,
"사신에게 가서 의논하기를, ‘전하께서 본래 춘추 계절에는 풍질(風疾)이 발작하는데, 지난 여름에는 한 달을 이어 병이 발작하였고, 이제 문소전과 헌릉에 별제를 행하고자 하여 탕에서 목욕하실 즈음에 상풍(傷風)으로 부종(浮腫)이 나고, 조금 신열이 나므로, 만약 18, 9일에 서울에 들어오던 칙명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니, 하루 이틀 더 연기하여 거행하도록 하라. ’고 말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3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책 336면
- 【분류】외교-명(明) / 역사-고사(故事)
○上曰: "尹鳳入京之日, 若欲見臥內, 何以爲辭?" 孟思誠、權軫、許稠、申商等以爲: "尹鳳與昌盛相猜, 必不獨來, 儻來移御所, 則引見臥內爲便。" 上謂安崇善曰: "扶持迎命之議, 予以爲不可。 昔在戊戌年, 以病奏聞, 不待帝命, 太宗傳位於予, 未幾使臣出來, 群臣獻議: ‘稱疾扶持出迎。’ 太宗不聽。 予亦以爲, 詐爲扶持行禮, 何以見滿庭群臣? 何以行詐於使臣? 顔厚莫甚。 昔司馬懿之行詐, 實貽後世之笑。 若稱病, 則雖非正道, 非避帝命而爲之, 要避熱病耳。 古人亦有稱疾者, 如吳王稱病不朝是已。 歷代或有議事大臣, 稱疾不入者, 稱疾則有之矣, 妄稱扶持, 似有戲狀, 尤爲不可。 反復思之, 寡人不避病氣, 初欲出迎, 誠不謬矣。 稱病之議, 不出予意, 大臣議啓, 故予乃然之, 此事處之甚難。 扶持行禮, 必不可爲也, 更與思誠等熟計以聞。" 思誠等曰: "稱疾扶持, 誠如上敎, 不可爲也, 姑以不出迎爲定。 先送代言于使臣處, 語其有疾之故, 待其還來, 然後更議以啓。" 上良久思之, 命右副代言宋仁山, 往議于使臣云: "殿下自來春秋節, 風疾發作, 去夏連月而作。 今欲行文昭殿、獻陵別祭, 湯浴之際, 傷風浮腫, 體氣稍熱, 若於十八九日入京, 則不得迎命, 姑延一二日乃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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