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을 앓는 사신 행차를 만나지 않기 위해 병을 칭탁하다. 세자빈의 귀녕에 대해 논의하다
임금이 안숭선에게 이르기를,
"사신의 행차에 열병(熱病)이 그치지 않으니 서로 접촉하면 전염될까 깊이 염려되는데, 점장이가 일찍이 액(厄)이 있겠다고 일컫는 말은 내가 믿지 아니하나, 열병은 서로 접촉할 수 없으니, 내가 의정부·육조와 더불어 의논하고자 한다."
하니, 숭선이 대답하기를,
"비록 다시 의논하지 아니할지라도 전일에 대신들의 의논이 이미 정하였사오니, 그 의논대로 따르시어 병을 칭탁하고 피하시는 것이 가하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망령되게 병을 칭탁함은 마음에 미안스러운 바이다."
하니, 숭선이 아뢰기를,
"전하의 일신은 종사의 안위(安危)가 달렸사온데 만일 전염되면 후회한들 무엇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13일 문소전 별제 뒤에 풍한감기(風寒感氣)에 걸렸다 하고 회피함이 어떨까."
하매, 숭선이 아뢰기를,
"오늘부터 병이 있다고 칭탁하시면 사신이 반드시 대제에도 오히려 친히 행하지 못하셨으니 반드시 거짓 말이 아니라고 할 것이옵니다."
하매, 임금이 그렇다고 말하고, 드디어 문소전과 헌릉의 별제를 정지하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옛적에 제후의 딸이 제후에게 시집가면 한 해에 한 번씩 귀녕(歸寧)100) 하고, 부모가 죽고 없으면 귀녕할 의리가 없다. 이는 다른 나라에 시집간 이의 예절(禮節)인데, 이제 세자빈(世子嬪)의 부모가 나라 안에 있으니 타국에 시집간 것과는 다르다. 비록 타국에 간 것이 아닐지라도 옛 제도에 따라 빈으로 하여금 귀녕하게 할 것인가, 그 부모로 하여금 와서 보게 할 것인가. 그것을 의논하여 아뢰라."
하니, 맹사성은,
"빈이 귀녕하고, 혹 부모도 적당한 시기에 따라와서 보게 함이 가합니다."
하고, 허조·신상·정초 등은,
"빈은 옛 제도에 의하여 한 해에 한 번씩 귀녕하게 하고, 부모는 적당한 시기에 따라와서 보게 하옵소서."
하니, 사성의 의논에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53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36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
- [註 100]귀녕(歸寧) : 친가에 돌아가는 일.
○上謂安崇善曰: "使臣之行, 熱病不息, 若相接, 則深恐傳染。 卜者素稱有厄, 予不信之, 然熱氣不可相接, 予欲與政府六曹議之。" 崇善對曰: "雖不更議, 前日大臣之議已定, 願從其議, 辭以疾可也。" 上曰: "妄稱疾病, 心所未安。" 崇善曰: "殿下一身, 係宗社安危, 萬一相染, 悔將何及?" 上曰: "以十三日文昭殿別祭後, 感冒風寒爲辭, 何如?" 崇善曰: "今日始稱疾, 則使臣必謂大祭尙未親行, 必非妄語。" 上曰: "然。" 遂停文昭殿、獻陵別祭。 上又曰: "古者諸侯之女嫁於諸侯, 歲一歸寧, 父母沒, 則無歸寧之義, 此適異國者之禮也。 今世子嬪之父母, 在乎國中, 則與適他國者異矣。 雖非他國, 從古制使嬪歸寧乎? 使其父母來見乎? 其議以聞。" 孟思誠以爲: "嬪歸寧, 或父母隨宜來見爲可。" 許稠、申商、鄭招以爲: "嬪依古制, 歲一歸寧, 父母則隨宜來見。" 從思誠議。
- 【태백산사고본】 16책 53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책 336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