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과 저화의 교환에 대하여 논의하다
정사를 보았다. 임금이 여러 신하에게 이르기를,
"전날에 돈과 저화를 겸용할 것을 정부와 육조에 널리 물어서 시행하게 하였는데, 대체로 저화의 사용은 송나라에서 시작하였고, 원나라에 이르러 돈과 저화를 겸용하려 하였으나, 채 하지도 못하고 망하였으며, 명나라에서도 역시 겸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 전폐(錢幣)를 만들기로 의논할 때에 겸용하는 법을 세우려고 하는데, 나는 그 때에 분명히 겸용할 수 없음을 알았으나, 돈을 주조(鑄造)하여 반포하기 전에 저화를 쓰지 아니하면 백성이 더욱 싫어할 것이므로 우선 겸용하는 법을 세웠던 것이다."
하며, 참찬 탁신(卓愼)을 돌아보고 말하기를,
"전날 의논할 때에 경의 뜻은 어떠하였던가."
하니, 신이 대답해 아뢰기를,
"신은 그때에 춘추관에 있었삽기로 그 의논에는 참예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전날 포폐(布幣)를 쓸 때에 먹고 쓰는 것을 팔고 사는데 물가의 고하(高下)는 모두 백성의 편리한 대로 따르고 국가에서 단정하는 법이 없었으므로, 백성이 모두 그것을 편안하게 여겼사오나, 이제 백성으로 하여금 전폐를 즐겨서 쓰도록 하자면 억제하여 결정하는 일이 없이 전폐나 미곡이나 포목을 모두 백성이 원하는 대로 따라서 시험하는 것이 좋을까 하나이다. 전날에 저화를 백성이 매우 싫어하였는데, 이를 금방(禁防)하는 법을 엄격하게 세워서 어기는 자는 죄로 벌을 주게 되니, 백성들이 곤란을 겪게 되어 그 폐해가 적지 않았나이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이 옳다.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신(信)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처음에는 저화를 보물로 삼아 그것을 쓰게 하였다가, 이제 와서 오로지 돈만을 쓰게 하고 그것을 헛되이 버리게 된다면, 백성 중에 저화를 가지고 있는 자가 어찌 근심하고 한탄하지 아니하랴. 민간에 돈을 주고서 저화를 거둬들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저화는 많고 돈은 아직도 적을까 염려된다."
하니, 호조 참판 목진공(睦進恭)이 나아와 아뢰기를,
"지금 반포한 돈은 3천 관(三千貫)이오나 관가에 유치해 있는 것이 2만 4천여 관이 온즉, 신의 억측으로는 돈으로 저화를 바꾼다 하더라도 돈 1천 관을 쓰는데 지나지 아니할 것이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사섬서(司贍署)를 시켜서 일찍이 인을 찍은 저화의 수효를 계산하여 보고하게 하라." 하니, 호조에서 계하기를,
"이제 갑진년 11월 어느날에 교지를 받자와 저화와 동전을 겸용하게 하였사오나, 민심이 불편하게 여기오니, 청컨대 저화와 겸용하게 하지 말고 오로지 돈만을 쓰게 하옵시되, 그 돈 값의 고하(高下)는 민간의 시세를 전적으로 따르게 하시고, 감히 사사로이 갖가지 자질구레한 물건을 가지고 서로 교환하는 자는 일찍이 내리신 교지에 의거하여 일절 금지하고, 민간에 흩어져 있는 저화는 동전 1천 관으로 바꾸어 거둬서 관가에 바치게 하시되, 저화 한장에 돈 1푼으로 계산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9책 28권 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664면
- 【분류】금융-화폐(貨幣) / 왕실-의식(儀式)
○癸丑/視事。 上謂諸臣曰: "前日錢楮兼用, 延訪於政府、六曹而後行之。 夫錢楮之設, 始於宋朝, 至于大元, 欲兼用錢楮, 未克而亡, 大明亦未能兼用。 前日議設錢幣之時, 立兼用之法, 予於其時, 灼知不可兼用也。 然於未鑄錢頒行之前, 不用楮貨, 則民益厭之, 故姑立兼用之法。" 顧謂參贊卓愼曰: "前日之議, 卿意何如?" 愼對曰: "臣時在春秋館, 未參其議。 臣愚以爲, 前日用布幣之時, 買賣食用, 物價低昻, 皆從民便, 無國家折定之法, 民皆安之。 今欲使民好用錢幣, 毋使折定, 錢幣米布, 皆從民願而試之可也。 前日楮幣, 民甚惡之, 嚴立禁防以罪之, 民乃艱食, 其弊不少。" 上曰: "卿之言善矣。 爲國之道, 莫如示信, 初以楮幣爲寶而用之, 今專用錢而空棄之, 民之有楮幣者, 豈無愁歎? 給錢於民間, 以收楮貨可矣。 然恐楮貨多而錢尙少也。" 戶曹參判睦進恭進曰: "今頒布錢文, 三千貫也, 見留在官者, 二萬四千餘貫。 臣臆意, 以錢易楮貨, 不過費錢一千貫也。" 上曰: "令司贍署計曾印楮貨之數以聞。" 於是, 戶曹啓: "今依甲辰年十一月日受敎, 楮貨銅錢兼用, 然民心未安。 請除兼用楮貨, 專用錢文, 其錢價高下, 一從民間時直, 敢以雜物私相貿者, 依曾降敎旨, 一切禁止。 民間散在楮貨, 以銅錢一千貫換收納官, 楮貨一張準錢一文。" 從之。
- 【태백산사고본】 9책 28권 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664면
- 【분류】금융-화폐(貨幣)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