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이 환관 김천 등 5인의 죄를 의논하여 법에 따라 시행하도록 명하다
상왕이 임금과 더불어 누(樓)에 나앉아서 이명덕과 원숙을 불러 명하기를,
"환관 내시는 없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사대부 집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조그마한 상노가 있어서 안팎을 구별하게 하는데, 황차 궁금(宮禁) 중이겠는가. 태조 때에 김사행(金師幸)과 조순(曹恂)이 비록 죄가 있었으나, 역시 용서할 만한 것이 있었으므로, 나도 그 죽는 것만은 구해 주려고 하였으나, 여러 사람의 공론이 용납되지 않아서 마침내 죄대로 형을 받았다. 근일에는 노희봉(盧希鳳)이란 자가 있어서 공정왕(恭靖王) 때부터 시위로 있더니, 이제는 그도 병들었고, 그 남은 것들은 가히 심부름시킬 만한 자가 없고, 또한 사람만으로는 그 출납(出納)을 전담시킬 수가 없는 것이라, 계급이 낮은 내시 두어 사람을 번갈아서 명령을 전하게 하였더니, 근자에 들으니, 김천(金天)과 김경덕(金敬德)이란 자가 반우거(返虞車)에 올라앉았었다 하고, 유침은 대비전 내시로 염습(歛襲)하는 데 참례하지 않았다 하니, 그 죄가 큰 것이며, 또 양자산이란 자는 좌우에서 심부름하고 있었는데, 전번에 내가 자산을 시켜 광연루(廣延樓)의 난간을 자로 재게 하였더니, 자산이 그것을 재는데 틀렸기 때문에, 내가 꾸짖었더니, 자산이 분노하여서 그 재던 자를 도랑 속에 던진 까닭에, 내가 그 무례한 것을 노하여 문을 지키게 하였다가 곧 그 본직으로 돌려보냈는데, 자산은 즐겨 번들지도 아니하였으며, 또 노예 중에 매룡이란 자는 반감(飯監)이 되었는데, 내가 강원도에 거둥하였을 때, 마침 몸이 좀 불편하여 시녀를 데리고 갔었는데, 공녕군(恭寧君)의 어미 되는 자도 따라갔었다. 그리하여 본 궁노(宮奴)인 도이(道耳)를 시켜서 반찬을 맡게 하였더니, 도이가 매룡에게 고기를 달라고 청하였는데, 매룡이 누워서 대답하기를, ‘내게 무슨 물건이 있어서 네게 줄 수 있겠는가. 나의 세(勢)088) 나 베어 가라. ’고 하였다 하니, 그 악하고 못쓸 것이 이와 같았지만 차마 베어 죽일 수가 없었고, 내쫓아 관노가 되게 한 것이 이미 여러 해 되었다. 차마 하지 못한다는 폐단이 흘러서 이에까지 이르렀으니, 이 다섯 사람의 죄를 마땅히 정부와 육조가 같이 의논하여 법률에 따라서 시행하게 하라. 무릇 죄진 자는 비록 베어서 죽인다 하여도 반드시 세 번 핵실하여 보고, 그런 후에 구처(區處)하는 법인 고로, 전에 이미 김천 등의 형벌을 결정하였지만, 이제 다시 의논하기를 명하는 것이니, 마땅히 의논하여서 결정하고 보고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07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왕실-의식(儀式)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註 088]세(勢) : 불알.
○癸巳/上王與上御樓下, 召李明德、元肅命曰: "宦寺不可無。 雖士大夫家, 尙有小宦, 以別內外, 況宮禁乎? 太祖時金師幸、曺恂雖有罪, 亦有可恕處, 吾欲救其死, 爲衆論不容, 竟伏其罪。 近有盧希鳳者, 自恭靖王時侍衛, 今乃病矣, 餘無可使者, 又不可令一人專其出納, 故使小宦數人輪次傳命。 近聞金天、金敬德者, 升坐返虞車上, 劉忱以大妃殿宦者, 不與斂襲, 其罪大矣。 又有梁自山者, 給事左右。 曩我令自山尺量廣延樓欄干, 自山量之錯誤, 吾叱之, 自山憤怒, 投其尺於溝中。 吾怒其無禮, 令守門, 尋復其職, 自山不肯入番。 又有奴邁龍者爲飯監, 我行幸江原道, 適有微疾, 令侍女從行, 恭寧之母與焉。 使本宮奴道耳掌膳, 道耳請肉於邁龍, 邁龍臥而答曰: ‘吾有何物給汝? 可割我勢以去。’ 其惡逆如此。 然不忍加誅, 黜爲官奴, 已有年矣。 不忍之弊, 流至於此。 此五人之罪, 宜與政府、六曹共議, 依律施行。 凡罪囚雖當誅戮, 必待(三覈)〔三覆〕 , 然後區處, 故前已決金天等罪, 而今令更議, 宜定議以聞。"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2책 407면
- 【분류】왕실-궁관(宮官) / 왕실-의식(儀式)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