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조가 위계 질서를 세우기 위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고발하면 처벌할 것을 아뢰다
예조 판서 허조 등이 계하기를,
"가만히 생각하오면, 천하나 국가는 인륜이 있는 곳이라, 임금과 신하의 상하 구분이 각각 없을 수 없는 것이니, 조금이라도 능멸히 여기는 마음이 있을 수 없는 법인데, 근자에 와서는 아래에 있는 사람으로 윗사람의 일을 엿보다가 조그마한 틈이라도 있는 것을 알게 되면, 그럴듯하게 만들어 하소연하며, 윗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함부로 하는 일이 자주 있으니, 이와 같은 풍조는 단연히 자라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옛 사람의 말에, ‘별[星]만한 불이라도 온 들을 태운다. ’고 하였으니, 만약 이대로 두어서 금하지 아니한다면, 이 풍조의 폐단은 임금이라도 신하를 둘 수 없게 되고, 아비라도 자식을 거느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니, 그러므로 이를 방지하여 금할 수 있는 한두 가지의 천근(淺近)한 방안을 뒤에 차례대로 적어 올리나이다.
1. 당(唐) 태종(太宗)이 말하기를, ‘요새 종으로서, 상전이 반역한 것을 고발한 자가 있는데, 대개 모반한다는 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매, 발각되지 아니할 것을 걱정할 것이 무엇이 있기에, 반드시 종이 이것을 고발하여야 하겠는가. 이제부터는 종이 상전을 고발하거든 받지도 말고 그대로 목 베라. ’고 하였으니, 원하건대 이제부터는 종으로서 만일 상전을 고발하는 자가 있거든 받지 말고 그대로 목 베게 하고,
1. 주문공(朱文公)이 효종(孝宗)에게 말하기를, ‘원하건대, 폐하께서는 정사를 맡은 벼슬아치거나 옥을 맡은 벼슬아치에게 깊이 일깨워 주소서. 대저 옥사나 송사가 있을 때에는 반드시 먼저 그 존속인가 비속인가, 윗사람인가 아랫사람인가, 어른인가 어린이인가, 가까운 사이인가 먼 사이인가를 따진 뒤에, 그 곡직에 관한 말을 들을 것이니, 만일 아랫사람으로서 웃어른에게 대항하거나,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능멸히 여기는 것이라면 비록 옳다 하더라도 그 옳은 것을 인정하지 말 것이며, 더욱이 옳지 못한 일이라면 죄를 보통 사람의 경우보다 더 중하게 할 것이라. ’고 하였습니다. 전조(前朝)의 풍속은 이 뜻을 받아들여, 백성으로 수령을 능멸히 여기거나 반항하면 반드시 이를 몰아냈고, 심지어는 그 집까지 물웅덩이로 만들고야 만 것이오니, 원하옵건대, 이제부터는 속관이나 아전의 무리로서, 그 관(官)의 관리와 품관(品官)들을 고발하거나, 아전이나 백성으로 그 고을의 수령과 감사를 고발하는 자가 있으면, 비록 죄의 사실이 있다 하더라도 종사(宗社)의 안위(安危)에 관한 것이거나, 불법으로 살인한 것이 아니라면, 위에 있는 사람을 논할 것도 없고, 만약에 사실이 아니라면, 아래에 있는 자의 받는 죄는 보통 사람의 죄보다 더 중하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98면
- 【분류】신분-천인(賤人) / 사법-재판(裁判) / 역사-고사(故事) / 윤리(倫理)
○禮曹判書許稠等啓: "竊謂, 天下國家人倫所在, 莫不各有君臣上下之分, 不可少有陵犯之心也。 近來以下伺上, 得一小釁, 則羅織告訴, 以逞陵上之心者, 比比有之。 此等之俗, 漸不可長也。 古人有言曰: ‘一星之火, 至於燎原。’ 若此不禁, 其流之弊, 至於君不得畜臣、父不得畜子, 故謹以防禁一二淺計, 條列于後。 一, 唐 太宗曰: ‘比有奴告主叛者。 夫謀反, 不能獨爲, 何患不發, 何必奴告之也? 自今奴告主勿受, 仍斬之。’ 願自今臧獲如有告主者勿受, 仍斬之。 一, 朱文公言於孝宗朝曰: ‘願陛下深詔司政、典獄之官, 凡有獄訟, 必先論其尊卑上下、長幼親疎之分, 然後聽其曲直之辭。 凡以下犯上、以卑陵尊者, 雖直不右, 其不直罪加凡人之坐。’ 前朝之俗, 緣此義, 民有陵犯守令者, 必斥逐之, 至瀦其宅而後已。 願自今如有府史、胥徒告其官吏、品官, 吏民告其守令與監司者, 雖實, 若不關係宗社安危及非法殺人, 則在上者置而勿論, 如或不實, 則在下者加凡人之坐論罪。" 從之。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98면
- 【분류】신분-천인(賤人) / 사법-재판(裁判) / 역사-고사(故事) / 윤리(倫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