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에게 아부한 이발 등을 파직할 것을 상왕에게 여쭈다
임금이 원숙(元肅)에게 이르기를,
"최이·이발 등의 죄를 비록 당역(黨逆)으로 논하기는 어려우나, 그가 죄수를 불쌍하게 여겨 물건을 주는 것은 지나친 잘못이다. 대신이 되어서 경중(京中)에 있을 때에는 같이 죄를 주자고 청하고, 외임으로 나가서는 불쌍히 여겨 구원해 주니, 어찌 어긋난 일이 아니겠는가. 대신이 범한 것이니 부왕(父王)에게 아뢰지 아니할 수 없으니, 네가 문안하는 길에 이 일을 겸해서 계하라."
하였다. 상왕이 마침 그 때에 이궁(離宮) 남교(南郊)에서 벼농사를 보살피던 중이었다. 숙(肅)이 갖추어 계(啓)하니, 상왕이 말하기를,
"물건을 대주는 것은 그의 궁한 것을 불쌍히 여긴 것이니, 어찌 당악(黨惡)할 마음이 있어서 한 것이겠는가. 이(迤)의 사람됨이 단정하고 평순(平順)하여 해될 일이 없었으나, 이러한 과오(過誤)에 범한 것을 대간(臺諫)들의 말한 대로 듣지 않을 수 없으니, 모두 파직(罷職)시켜 대간의 청을 들어 주라."
하였다. 또 말하기를,
"홍여방(洪汝方)은 개국 공신(開國功臣)의 아들이나, 대사헌(大司憲)이 되어서 병조리(兵曹吏)를 잡아다가 나의 주정처(晝停處)054) 를 물었다 하니, 어찌 애경(愛敬)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는가. 그래서 공신적(功臣籍)도 삭제하고 외방으로 내쫓았더니, 모자(母子)간에 동서로 멀리 있어 서로 보지 못하게 되니 진실로 불쌍한 일이다. 그로 하여금 외방(外方)에서 편리한 방법으로 따라 노모(老母)도 보게 하여 주고자 하려 하니, 너는 주상에게 계(啓)하라."
하니, 숙(肅)이 대답하기를,
"여방의 죄가 커서 종편(從便)케 하기는 너무 빠르오이다."
라고 하였다. 상왕이 또 말하기를,
"산릉(山陵) 뒤에는 주상이 마땅히 최질(衰絰)을 벗을 것이나, 나를 보러 올 때에는 흑립(黑笠)을 쓰도록 하라. 나도 일찍이 상복을 하였을 때에 태조(太祖)를 뵈오려면 흑립(黑笠)을 썼었다."
라고 하고, 또 말하기를,
"주상이 젊었을 때부터 고기가 아니면 밥을 먹지 못하였으니, 이제 초상을 당하여 소찬(素饌)한 지가 이미 오래 되었으니, 내가 어찌 어여삐 보지 않겠는가."
하고, 낮수라를 드는데 공녕군(恭寧君) 이인(李䄄)과 이화영(李和英)·최윤덕(崔閏德)·전흥(田興)·홍부(洪敷)·곽존중(郭存中) 등이 모시고 먹게 되었다. 숙에게 꿩고기를 내리시면서 말하기를,
"너는 노모(老母)가 있으니, 내가 심히 부러워한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394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註 054]주정처(晝停處) : 임금이 거둥하였을 때, 머물러서 점심을 먹는 곳.
○上謂元肅曰: "崔迤、李潑等罪, 雖未可以黨逆論, 其憐恤給物, 有所過誤。 旣爲大臣, 在京中則同辭請罪, 在外則憐恤之, 豈不悖乎? 大臣所犯, 不可不稟于父王, 爾其問安, 兼啓此事。" 上王適省稼于離宮南郊, 肅具啓, 上王曰: "給物, 憐其窮也。 豈有黨惡之心? 迤爲人端平無害, 然此過誤所犯, 臺諫所言, 不可不從, 宜幷罷職, 以副其請。" 又曰: "洪汝方, 開國功臣之子也。 爲大司憲, 拿兵曹吏, 問吾晝停之處, 豈有愛敬之心? 玆削功臣籍, 黜之于外。 母子各在東西, 未得相見, 誠可憐憫, 欲令外方從便, 使得見老母。 爾其啓于主上。" 肅對曰: "汝方之罪大矣, 從便太速。" 上王又曰: "山陵後, 主上當釋衰絰, 見我時則着黑笠。 我曾服喪謁太祖, 亦着黑笠。" 又曰: "主上自少非肉不能進膳。 今遭喪, 素饌已久, 吾豈不憐見乎?" 乃進晝膳, 恭寧君 䄄及李和英、崔閏德、田興、洪敷、郭存中等侍膳。 賜肅雉曰: "汝有老母, 吾甚羨焉。"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394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