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왕의 탄신일이므로 임금이 내전에서 하례하는 예식을 행하다
상왕의 탄신일이므로, 임금이 내전에서 하례하는 예식을 행하고, 안팎 의복과 안장 갖춘 말을 헌상하고, 공비(恭妃)와 명빈(明嬪)과 의화 궁주(義和宮主)는 각각 대수파(遞手帕)를 헌상하고, 각도 관찰사는 각기 그 지방 산물과 말 한 필씩을 헌상하였다. 임금이 낙천정에서 헌수하는데, 양녕 대군·효령 대군·공녕군·경녕군·유정현·박은·이원·이백강·조대림·권규·윤계동·유관·조연·박자청·정역(鄭易)·이화영(李和英)·변계량·최윤덕·권영균(權永均)·허지·허조·조말생·신상·이명덕·안순·한확·홍부·이교·원숙 등이 입시하였고, 권희달·이춘생·유은지(柳殷之)·황상·허해(許晐)·윤회·김익정(金益精)·유영·조서로·권도(權蹈) 등은 바깥 대청에서 사찬하였다. 상왕이 이르기를,
"살곶이 내[箭串川]의 돌다리는, 나는 일찍이 생각하기를 쉽게 되지 않으리라 하였더니, 이제 대신의 의논을 따라 역사를 시작한 지 이미 여러 날이 되었다. 일하는 사람들이 비록 농사꾼은 아니라 하더라도, 삼복고열(三伏苦熱)에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마땅치 않다. 예전에는 백성을 부리는데도 때를 가리었다. 하물며 장맛비 오기 전에 반드시 역사를 마칠 수도 없는 것이니, 마땅히 역사를 정지하고 가을 되기를 기다리게 하라."
하니, 유정현이 아뢰기를,
"다리의 기초 공사가 이미 반쯤 되었사온즉, 이미 된 곳은 근일 중에 마치게 될 것이오니, 시작하지 아니한 곳만은 가을 되기를 기다려 역사를 마치게 할까 하나이다."
하니, 그대로 하기로 하였다. 상왕이 허조에게 삼미다라(三未多羅)가 청하였다는 바의 일이 무엇인가 물으니, 조가 아뢰기를,
"삼미삼보라(三未三甫羅)와 빼앗아 온 배 한 척을 도로 돌려 달라는 것입니다."
하니, 상왕이 이르기를,
"그것들은 본시 대마도의 왜적이 아니요, 실상 구주(九州)의 사람들이니, 그 청을 들어주는 것이 가할 것이다."
하므로, 박은이 말하기를,
"참인지 거짓인지를 분별하기 어려우니, 가볍게 그 청을 들어줄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왕이 또 서익(徐益)·김덕생(金德生)·송거신(宋居信)·박순(朴淳)·송유(宋琉)의 훈공을 이야기하고 말하기를,
"모두 아들이나 사위가 있거든 등용하게 하라."
하였다. 연회에 입시하였던 여러 신하들이 각기 차례로 헌수하고 춤추니, 임금도 일어나 춤추어서 헌수하고, 상왕도 역시 춤을 추며 변계량에게 말하기를,
"자식이 왕이 되니 지극한 정성으로 봉양하여, 그 아비가 되어 누리게 되니, 이와 같은 일은 고금에 드물 것이다."
하고, 임금에게 술을 주고, 또 세 정승에게도 술을 주어 극히 즐겨하여 밤이 깊어서야 파하고, 효령 대군을 시켜 의정(議政)들을 밖에서 전송하게 하고, 임금의 어깨에 의지하여 내전으로 들어가며 원숙에게 이르기를,
"주상이 효양하는 가운데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하니, 무엇을 근심하며 무엇을 구하겠느냐."
하였다. 전일에 일찍이 임금이 정사를 보는데, 그 처결하는 것이 각기 그 사리에 합당하였다는 말을 듣고 말하기를,
"내가 진실로 본디 현명한 줄은 알았지만, 노성(老成)함이 여기까지 이른 줄은 알지 못하였구나."
하고, 또 공경(公卿)들에게 말하기를,
"주상은 참으로 문왕(文王) 같은 임금이다."
하였다. 또 일찍 교외에 거둥할새, 임금이 오는 것을 바라보고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깨닫지 못하며 매양 스스로 좋아하면서 말하기를,
"만일 부인의 말을 들었던들 큰 일을 그릇칠 뻔하였다."
하니, 대개 폐립(廢立)036) 할 때에 대비가 간하여 말렸던 것을 말함이었다. 전에 포천(抱川) 들에 거둥할 때에, 지병조사 곽존중(郭存中)에게 이르기를,
"내가 나라를 부탁해 맡김에 사람을 잘 얻었으니, 산수간에 한가로이 노니기를 이처럼 걱정이 없는 자는 이 천하에 오직 나 하나 사람 뿐이다. 중국 역대 제왕의 부자 사이도 진실로 나의 오늘과 같지 못하였고, 고려 때의 충숙왕과 충혜왕 사이에도 또 비평할 만한 것이 많으니, 내 어찌 이 천하에서 뿐이랴. 고금에도 역시 나 한사람 뿐일 것이다."
하니, 존중 등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렸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83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건설-토목(土木) / 재정-역(役) / 외교-왜(倭)
- [註 036]폐립(廢立) : 양녕 대군을 폐출하고, 충녕 대군인 세종 대왕을 왕세자로 세웠던 일임.
○癸未/以上王誕日, 上行賀禮於內殿, 仍獻表裏、鞍馬。 恭妃及明嬪、義和宮主各獻遞手帕。 諸道觀察使各獻方物及馬一匹。 上獻壽于樂天亭。 讓寧大君、孝寧大君、恭寧君、敬寧君、柳廷顯、朴訔、李原、李伯剛、趙大臨、權跬、尹季童、柳觀、趙涓、朴子靑、鄭易、李和英、卞季良、崔閏德、權永均、許遲、許稠、趙末生、申商、李明德、安純、韓確、洪敷、李皎、元肅等入侍。 饋權希達、李春生、柳殷之、黃象、許晐、尹淮、金益精、柳穎、趙瑞老、權蹈等于外廳。 上王曰: "箭串石橋, 予嘗以爲未易造也, 今從大臣之議, 始役有日矣。 所役雖非農人, 三伏苦熱, 不宜役人。 古者使民以時, 況於霾雨前, 必不得畢役乎? 宜停役待秋。" 柳廷顯啓曰: "橋基已築其半。 已築處當以近日畢役, 未築處待秋冬畢役。" 從之。 上王問許稠以三未多羅所請之事, 稠啓: "請還三未三甫羅及被奪船一隻。" 上王曰: "此輩非對馬之賊, 實是九州之人, 從其請可也。" 朴訔曰: "眞僞難辨, 不可輕聽其請。" 上王論徐益、金德生、宋居信、朴淳、宋琉功勳曰: "皆有子壻, 可敍用。" 侍宴群臣各以次獻壽迭舞, 上起舞上壽, 上王亦舞, 語卞季良曰: "子爲王, 至誠奉養。 爲其父, 享之如此者, 古今所罕。" 乃賜上酒, 又賜三議政酒, 極歡夜分乃罷。 命孝寧送議政于外, 憑上肩入內, 語元肅曰: "主上孝裏, 衣食有餘, 何憂何求? 嘗聞上視事裁決, 各當其理, 曰: ‘吾固知主上賢明有素矣。’ 然不知老成至於如此也。" 又謂公卿曰: "主上眞文王也。 嘗行幸於郊, 望見上之來, 不覺墮淚, 每自慶曰: ‘若聽婦人之言, 幾誤大事。’" 蓋爲廢立之際, 大妃諫止之也。 嘗幸抱川之野, 謂知兵曹事郭存中曰: "吾付托得人, 山水間閑遊, 如此無憂者, 天下唯我一人而已。 中國歷代帝王父子之間, 固不如吾今日也。 高麗 忠肅、忠惠之間, 又多可議。 然則吾豈止天下而已? 古今亦我一人而已。" 存中等皆避坐頓首。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2책 383면
- 【분류】역사-고사(故事)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건설-토목(土木) / 재정-역(役) / 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