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웅와가 보낸 서신에 답한 예조 판서 허조의 편지
도도웅와(都都熊瓦)가 보낸 사람 도이단도로(都伊端都老)가 대궐에 나아가 사명을 배하였다. 예조 판서 허조가 그 서신에 답하여 말하기를,
"사자(使者)가 와 서신을 받아 사연을 자세히 알았노라. 말하여 온 바 본도인(本島人)을 돌려보내는 것과 인신(印信)을 내리는 것들의 일을 삼가 아뢰어 바쳤노라. 병조 판서 신조말생이 삼가 선지를 받들었나니,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노라. 바른 덕과 진실된 마음으로 천성을 지키는 것은 생명이 있는 인간이면 다 같이 지니고 있는 바이요,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은 사람의 마음이 다 같이 옳다고 여기는 바이다. 오방(五方)095) 의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와 풍습이 혹 다를지라도, 바른 덕과 진실된 마음으로 천성을 지키는 성품과,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은 다름이 없노라. 이제 대마도 사람들이 작은 섬에 모여들어 굴혈(窟穴)을 만들고 마구 도적질을 하여, 자주 죽음을 당하고도 기탄하는 바가 없는 것은, 하늘이 내려 준 재성(才性)이 그렇게 달라서 그런 것이 아니요, 다만 작은 섬은 대개 다 돌산이므로, 토성이 교박(磽薄)해서 농사에 적합하지 않고, 바다 가운데 박혀 있어 물고기와 미역의 교역에 힘쓰나, 사세가 그것들을 늘 대기에 어렵고, 바다 나물과 풀뿌리를 먹고 사니, 굶주림을 면하지 못해 핍박하여 그 양심을 잃어, 이 지경에 이르렀을 뿐이니, 나는 이것을 심히 불쌍하게 여기노라. 도도웅와의 아비 종정무(宗貞茂)의 사람됨은 사려가 깊고 침착하며, 지혜가 있어 정의를 사모하여, 성의를 다해 무릇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신청해 오지 않은 적이 없노라. 일찍이 진도와 남해 등의 섬을 청하여, 그의 무리들과 함께 옮겨 와 살기를 원했으니, 그가 자손 만대를 위해 염려함이 어찌 얕다 하겠느뇨. 나는 이를 매우 가상히 여겨, 막 그의 청하는 바를 들어 주려고 하였던 차에, 정무(貞茂)가 세상을 버렸으니, 아아, 슬프도다.
도도웅와가 만약에 내 인애스러운 마음을 체득하고 아비의 후세를 염려한 계획을 생각하여, 그 무리들을 타일러 깨닫게 하여, 그 땅에 사는 온 사람들이 항복해 온다면, 틀림없이 큰 작위를 내리고, 인신을 주고, 후한 녹을 나누어 주고, 전택을 내려 대대로 부귀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여 줄 것이요, 그 대관인(代官人) 등은 다 서차(序次)에 따라 작을 주고 녹을 갈라 주어 후한 예로써 대해 줄 것이며, 그 나머지 군소배(群小輩)들도 다 소원에 따라 비옥한 땅에다 배치해 주고 하나하나에 농사 짓는 차비를 차려 주어, 농경의 이득을 얻게 하여, 굶주림을 면하게 하여 주리라. 양심을 충실하게 하면, 선은 마땅히 행해야 하고, 악은 마땅히 없애야 함을 알게 되어, 전에 물들은 더러움을 싹 씻어버리고 예의의 습속으로 변하여, 무궁토록 함께 복리를 누리게 될 것이니, 훌륭하지 아니하뇨. 그러나 농사일은 미룰 수 없노라. 만약에 마음을 돌려 순종하고 농상(農桑)을 영위하기를 원한다면, 모름지기 12월에 가서 먼저 섬 중의 일 관리하는 자를 보내 와서, 내 지휘을 받도록 할지니라. 농량(農糧)·농기구·곡식 씨앗 등에 관한 일들을 미리 준비하여 두어야, 철이 되어서 부족한 일이 없게 될 것이니라. 만약에 이 때를 어기면, 후에 무리하게 둘러댈 수 없느니라. 요청해온, 전에 분치(分置)하였던 왜인 등은 다 각도에 영을 내려 의류와 양곡을 관급해 주어서 살 수 있게 하여 주고, 너희 무리들이 와서 항복하는 날 곧 완전히 모이게 하여, 이산(離散)하는 걱정이 없게 하여 주겠노라. 부자 형제로 만약에 빨리 만나기를 원하는 자가 있다면, 먼저 오는, 일 관리하는 자가 데리고 나오면 편리하리라. 아아, 문덕(文德)을 펴서 사방을 편안케 하는 것은 옛날부터 제왕의 본심이로다. 위무(威武)를 떨쳐서 순종치 않는 자를 죽여 없앰이야 어찌 원하는 바이랴. 부득이해서이니라. 예조에 영을 내려 돌아가는 사자(使者)에게 글을 부쳐, 나의 지극한 마음을 알리게 하여, 스스로 새롭게 사는 길을 열게 하여 주어, 길이 생생(生生)하는 희망을 이루게 하여, 나의 일시동인(一視同仁)하는 뜻에 맞게 하노라. 이로써 줄이노라. 이제 선지의 뜻을 갖추어 써서 돌려 보내노라. 자세한 것은 돌아가는 사자가 귀로 직접 들었노라. 족하(足下)는 잘 생각하여, 섬 중의 시세를 알고 의리를 아는 자들과 함께 의논해서 처리하면 온 섬이 다행하리라."
고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341면
- 【분류】외교-왜(倭)
- [註 095]오방(五方) : 동·서·남·북·중앙.
○都都熊瓦使人都伊端都老詣闕拜辭命。 禮曹判書許稠答其書曰:
使至得書, 備詳辭意。 將所諭發還本島人及賜與印信等事, 謹以啓聞。 兵曹判書臣趙末生敬奉宣旨, 若曰: "降衷秉彝, 有生所同得; 好善惡惡, 人心所同然。 五方之人, 其言語習尙, 雖或不同, 降衷秉彝之性、好善惡惡之心則未始有異也。 今對馬島人等投集小島, 以爲窟穴, 肆爲盜賊, 屢被死亡, 無所忌憚者, 非天之降才爾殊也。 特以小島, 類皆石山, 土性磽薄, 不宜稼穡, 阻於海中, 懋遷魚藿, 勢難常繼, 率以海菜草根爲食, 未免爲飢餓所迫, 喪其良心而至此耳, 予甚憫焉。 都都熊瓦之父宗貞茂, 爲人深沈有智, 慕義輸誠, 凡有所需, 靡不申請。 嘗請珍島、南海等島, 欲與其衆遷居, 其爲子孫萬世慮, 豈淺淺哉? 予甚嘉之, 方欲聽其所請, 而貞茂捐世, 嗚呼悲夫! 都都態瓦若能體予仁愛之心, 念父慮後之計, 曉諭其衆, 卷土來降, 則當錫以大爵, 授以印信, 頒以厚祿, 錫之田宅, 俾世享富貴之樂。 其代官人等, 皆以次授爵頒祿, 待以厚禮, 自餘群小, 亦皆隨所願, 欲處之沃饒之地, 各給爲農之備, 使獲耕稼之利, 以免飢饉。 充其良心, 皆知善之當爲、惡之當去, 一洗舊染之汚, 變爲禮義之俗, 共享福利於無窮, 顧不偉歟? 然農事不可緩也。 若委心聽順, 欲爲農桑, 則須當十二月, 先遣島中管事者以來, 聽予指揮。 其農糧磁器與穀種等事, 預爲之備, 至時方無欠缺, 若違此時, 則後不可强爲之說。 所請向來分置倭人等, 竝令諸道, 官給衣糧, 以遂其生, 待汝衆來降之日, 卽令完聚, 俾無離散之憂。 其父子兄弟, 若有欲速見之者, 則先來管事者, 將帶出來, 庶爲便益。 嗚呼! 敷文德以懷綏四方者, 自古帝王之本心也, 奮威武以殄殲不率者, 豈所欲哉? 不獲已也。 下令禮曹, 書付回使, 諭予至懷, 使開自新之路, 永遂生生之望, 以副予一視同仁之意。" 敬此。 今將宣旨事意, 備書回去, 細在還使耳聞。 足下其思之, 與島中識時勢、知義理者共圖之, 一島幸甚。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2책 341면
- 【분류】외교-왜(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