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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35권, 태종 18년 3월 6일 병진 3번째기사 1418년 명 영락(永樂) 16년

천수사 산등성이에 거둥하다

천수사(天水寺) 서쪽 산등성이에 거둥하여 영의정 유정현(柳廷顯)·좌의정 박은(朴訔) 두 사람이 한경(漢京)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별(餞別)하고, 내구마(內廐馬)를 각각 1필씩 내려 주고 말하기를,

"경 등은 이 말을 타고 양경(兩京)165) 을 왕래하라."

하니, 두 사람이 대답하기를,

"성상의 덕(德)이 이와 같으시니, 만약 이 말을 타고 한 번이라도 불의(不義)를행한다면 마땅히 재앙이 자손에게까지 미칠 것입니다."

하였다. 유정현·박은 등에게 명하기를,

"지난번 간신(奸臣) 구종수(具宗秀)의 사건이 발각되던 날에 나는 우러러 조종(祖宗)의 적루(積累)한 간난(艱難)을 생각하고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황희(黃喜)를 불러서 구종수의 죄악과 세자(世子)의 실덕(失德)을 모조리 말하였는데, 황희가 대답 하기를, ‘구종수의 한 짓은 매[鷹]와 개[犬]의 일에 지나지 않고, 세자의 실덕은 나이가 어린 때문입니다. 나이가 어린 때문입니다.’ 하고 두 번씩이나 말하였는데, 조금도 다른 말이 없었다. 이제 김한로(金漢老)가 세자의 장인으로서, 사직(社稷)의 대체(大體)를 생각지 아니하고 몰래 간휼(奸譎)한 계책을 꾸며서 어리(於里)를 도로 바치었으니, 이 두 사람의 죄는 마땅히 법대로 처치하여야 한다. 내가 아직도 숨기고 차마 그 일을 드러내지 못하고 세자(世子)가 스스로 새 사람이 되기를 기다리니, 두 경(卿)은 마땅히 누설(漏洩)하지 말도록 하라. 만약 세자가 끝내 잘못을 고치지 않는다면 이것은 그가 자취(自取)하는 것이니, 그 종말이 어찌 되겠는가? 좌의정은 나보다 나이가 적으나. 영의정은 나이가 이미 많다. 그러나, 죽고 사는 것은 나이의 늙고 젊음에 관계 없으니, 두 경(卿)은 마땅히 그리 알라."

하니, 두 사람이 대답하기를,

"김한로황희의 죄는 숨겨서 참을 수가 없으니, 진실로 밝게 바로잡아서 후래(後來)를 엄하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므로, 임금이,

"우선 서서히 하여서 세자가 스스로 새 사람 되는 날을 기다리는 것이 가(可)하다."

하였다. 의논하는 자가 말하기를,

"박은이 오랫동안 정권(政權)을 맡아서 뇌물을 많이 받았는데, 어찌 일이 모두 이치에 합(合)하였겠는가? 이에 말하기를, ‘재앙이 자손에게까지 미칠 것이다.’고 한 것은 또한 지나치지 않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8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왕실-행행(行幸) / 인물(人物)

  • [註 165]
    양경(兩京) : 한경(漢京)과 개경(開京).

○幸天水寺西岡, 餞領議政柳廷顯、左議政朴訔。 二人還漢京, 賜內廐馬各一匹曰: "卿等乘此馬, 往來兩京。" 二人對曰: "上德如此, 若騎此馬, 行一不義, 當殃及子孫也。" 命廷顯等曰: "往者, 奸臣具宗秀事覺之日, 予仰思祖宗積累之艱難, 無可奈何, 召黃喜, 悉言宗秀之惡與世子之失, 對曰: ‘宗秀所爲, 不過鷹犬之事耳, 若世子之失則年少年少。’ 再言而略無他語。 今漢老以世子之舅, 不思社稷之大體, 陰謀譎計, 還納於里。 此二人之罪, 宜置於法, 予尙隱忍不暴其事, 以待世子自新, 兩卿宜勿漏洩。 若世子終不改過, 則是其自取, 其終如之何? 左議政年少於予, 而領議政則年已老矣。 然死生無老少, 兩卿宜知之。" 二人對曰: "漢老之罪, 不可隱忍, 誠宜明正, 以嚴後來。" 上曰: "姑徐之, 以待世子自新之日可也。" 議者曰: "久典政權, 多受賄賂, 豈事皆合理? 乃曰殃及子孫, 不亦過乎?"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8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왕실-국왕(國王) / 왕실-행행(行幸)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