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 참판 이지강·정랑 노귀상 등을 파직하고 고약해를 외방 부처하다
형조 참판 이지강(李之剛), 정랑(正郞) 노귀상(盧龜祥)·홍복흥(洪復興), 좌랑(佐郞) 곽정(郭貞) 등을 파직(罷職)하고 정랑 고약해(高若海)를 외방 부처(外方付處)하였다. 처음에 성녕 대군(誠寧大君)이 창진(瘡疹)에 걸려서 병이 위독하여, 무녀(巫女) 보문(寶文)이 궁중(宮中)에서 주식(酒食)을 차려 놓고 귀신에게 향사(享祀)하고 기도하였는데, 이종(李)이종(李) 157) 이 졸(卒)하게 되자, 혹자(或者)가 말하기를,
"창진(瘡疹)의 병에 주식(酒食)으로 귀신에게 제사지낼 수가 없습니다. 보문이 주식(酒食)을 차려 놓고 귀신에게 제사지냈기 때문에 이러한 변(變)이 있었습니다."
하니, 이에 보문을 형조에 내려 다스리게 하였다. 보문의 죄는 교형(絞刑)에 해당하였으나, 명하여 한 등을 감하여 시행하게 하여 그 죄가 장형(杖刑)에 해당하였는데, 이지강 등이 장(杖)을 때리지 아니하고 그 죄를 속(贖)받고자 하다가 성녕 대군의 반당(伴儻)158) 등이 이를 아뢴 뒤에야 장(杖)을 때렸고, 그 유형(流刑)의 죄도 검률(檢律)159) 의 조율(照律)에 의하였으나, 속(贖)을 거두었다. 반당(伴儻) 등이 다시 사뢰자, 형조에서 깨닫고 곧 아뢰어 보문을 유배하도록 청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소(上疏)하였는데, 대략은 이러하였다.
"무녀(巫女) 보문이 재화(財貨)를 얻기를 탐하여 사술(邪術)을 궁중(宮中)에서 마음대로 행하여 큰 변고(變故)를 가져왔으니, 죄가 불충(不忠)에 간여되어 온 나라의 신민(臣民)들이 함께 분개하고 원망하는 바입니다. 비록 성상의 자비(慈悲)를 입어 그 죄를 말감(末減)160) 하였으나, 법(法)을 잡은 관리가 된 자는 마땅히 그 죄를 청하여 법에 밝게 두어야 하는데, 참판 이지강과 장무 정랑(掌務正郞) 고약해(高若海) 등은 다만 검률(檢律)의 조율(照律)한 것에 의하여 유형(流刑)의 죄를 속(贖) 받았으니, 인신(人臣)의 충성하고 공경하는 뜻이 없었습니다. 빌건대, 명하여 유사(攸司)에 내려서 그 직첩(職牒)을 거두고 그 사유를 국문(鞫問)하여서 그 죄를 바로잡으소서. 전 참의(參議) 이중배(李中培)와 노귀상·홍복흥·곽정 등이 비록 방장(房掌)161) 은 아니나 개연(恝然)히 좌시(坐視)하고 기꺼이 마음써서 죄를 청하지 않았으니, 이들도 모두 부당합니다. 청컨대, 성상이 재결(裁決)하여 시행하소서. 그 보문의 불충(不忠)한 죄는 율(律)에 의하여 과단(科斷)하고, 국무당(國巫堂) 가이(加伊)도 또한 먼 지방에 유배하여서 그 죄를 징계하소서."
봉교(奉敎)162) 하여, 이지강 등은 파직하고, 고약해는 외방 부처(外方付處)하고, 이중배·보문·가이는 다시 거론하지 말게 하였다. 유정현(柳廷顯)·박은(朴訔) 등이 아뢰기를,
"보문을 먼 지방에 부처(付處)하면 사술(邪術)을 마음대로 행하여 외방 사람들이 복종할 것이니, 그렇다면 어찌 곤궁(困窮)한 경계가 있겠습니까? 청컨대, 먼 지방의 관비(官婢)로 정하여서 그 악(惡)을 징계하소서."
하니, 이에 보문을 경상도 울산(蔚山)의 관비(官婢)로 유배하였는데, 미처 가지도 아니해서 성녕 대군을 근수(根隨)하던 무리들이 보문을 구타하여 몰래 살해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8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신분-천인(賤人)
- [註 157]) : 성녕 대군.
- [註 158]
반당(伴儻) : 수종인(隨從人).- [註 159]
검률(檢律) : 형조(刑曹)와 지방 관아에서 형률을 보던 종9품 벼슬.- [註 160]
말감(末減) : 죄의 형량(刑量)을 감면(減免)하여 줌.- [註 161]
방장(房掌) : 관아(官衙)에서 실무(實務)를 나누어 맡아 처리하는 관원 또는 그 관서.- [註 162]
봉교(奉敎) : 교지(敎旨)를 받듬.○罷刑曹參判李之剛、正郞盧龜祥ㆍ洪復興、佐郞郭貞等職,正郞高若海外方付處。 初, 誠寧大君患瘡疹疾篤, 巫女寶文於宮中, 設酒食享鬼神禱之。 及卒, 或曰: "瘡疹之疾, 不可以酒食祀神也。 寶文設酒食祀神, 故有是變。" 乃下寶文于刑曹治之。 寶文罪應絞, 命減一等施行, 其罪當杖。 之剛等不杖而欲贖其罪, 誠寧伴儻等白之, 然後杖之。 其流罪, 依檢律照律而收贖。 伴儻等更白, 而刑曹覺悟, 乃啓請流寶文。 於是, 司諫院上疏, 略曰:
巫女寶文貪得財貨, 恣行邪術於宮中, 以致大變, 罪干不忠, 擧國臣民所共憤怨也。 雖蒙上慈, 末減其罪, 爲執法之官者, 宜請其罪, 明置於法, 而參判李之剛、掌務正郞高若海等只從檢律照律而贖流罪, 無人臣忠敬之意。 乞命下攸司, 收其職牒, 鞫問其由, 以正其罪。 前參議李中培及龜祥、復興、貞等, 雖非房堂, 恝然坐視, 不肯用心請罪, 是皆不當。 請上裁施行。 其寶文不忠之罪, 依律科斷, 國巫加伊亦竄遐方, 以懲其罪。
奉敎: "罷之剛等職, 若海外方付處, 中培、寶文、加伊更勿擧論。" 柳廷顯、朴訔等啓曰: "寶文付處遐方, 恣行邪術, 外人服從。 然則安有窮困之戒乎? 請定遐方官婢, 以懲其惡。" 乃配寶文 慶尙道 蔚山官婢, 未行, 誠寧根隨之徒, 歐寶文潛殺之。
- 【태백산사고본】 16책 35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2책 208면
- 【분류】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신분-천인(賤人)
- [註 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