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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33권, 태종 17년 3월 5일 신묘 3번째기사 1417년 명 영락(永樂) 15년

구종수·구종지·이오방 등을 참하고 가산을 적몰하게 하다

명하여 구종수(具宗秀)·구종지(具宗之)·구종유(具宗猷)·이오방(李五方) 등을 참(斬)하고, 가산(家産)을 적몰(籍沒)하게 하였다. 의금부 도사 윤수(尹粹)구종수 등을 조율(照律)한 계본(啓本)을 가지고 와서 바치니, 그 내용은 이러하였다.

"권보(權堡)가 죄에 굴복하여 말하기를, ‘이법화(李法華)와 함께 곽선(郭璇)의 첩 어리(於里)를 세자에게 바친 것은 세자로 하여금 성상께 아뢰게 하여 저의 몰수된 전지(田地)를 도로 받고자 함에서이고, 또 뒷날에 은혜 입기를 바라서 하였습니다.’ 하고, 이오방(李五方)이 죄에 굴복하여 말하기를, ‘어리를 세자에게 바친 것은 전일에 세자께서 저에게 옷·갓[笠]과 표피(豹皮)·당비파(唐琵琶)·피리[笛]를 내려주신 때문이며, 또 뒷날에 은혜 입기를 바라서 하였습니다. 하였으며, 이법화(李法華)가 죄에 굴복하여 말하기를, ‘권보·이오방과 함께 어리를 세자에게 바친 것은 의복(衣服)을 받으려 함에서이고, 또 뒷날에 은혜 입기를 바라서 하였습니다.’ 하였으며, 이승(李昇)이 죄에 굴복하여 말하기를, ‘그 처음에 모약(謀約)한 것은 알지 못하겠고, 세자께서 불각중(不覺中)에 집에 이르러 어리를 데리고 가신 뒤에 각궁(角弓) 하나를 내려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계달(啓達)하고자 하였으나, 권보의 말 때문에 마침내 중지했습니다.’ 하였으며, 구종수(具宗秀)가 다시 죄에 굴복하여 말하기를, ‘뒷날에 은혜 입기를 바라서 매양 동궁에 나갔으며, 세자를 저의 집에 오게도 하였습니다. 하였고, 구종지(具宗之)·구종유(具宗猷) 등이 죄에 굴복하여 말하기를, ‘병든 어미를 뵙기 위하여 구종수의 집에 갔었는데 구종수가 말하기를, 「세자께서 오늘 밤 집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세자께서 오자, 나가서 뵙고 술잔을 올렸는데, 대개 뒷날에 은혜 입을 계산이었습니다.’고 하였으니, 위에 열거한 자들을 모반 대역(謀反大逆)141) 의 율(律)에 비부하여 모두 능지 처사(凌遲處死)하고 재산(財産)을 몰관(沒官)하게 하소서."

명하여 구종수(具宗秀) 3형제와 이오방(李五方)을 강등하여, 처참(處斬)하게 하였다.

처음에 구종수이오방·진포(陳鋪) 등이 동궁을 근시(近侍)하는 사람들과 교제를 맺어 몰래 세자를 알현하였다. 그 뒤, 밤마다 종묘문(宗廟門)으로 들어가 죽교(竹橋)142) 를 만들어 가지고 담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가, 세자와 구종수는 박희(博戲)를 하고, 이오방으로 하여금 거문고[琴]를 타게 하면서 밤새도록 나오지 아니하였다. 세자의 사물(賜物)이 매우 많기 때문에 여색(女色)으로 세자를 유인하기 시작했는데, 임금이 이를 알고서도 외부에 드러내지 아니하고, 단지 구종수·이오방만을 가두어 즉시 참(斬)하려 하였으나, 구종수의 어미가 늙은 것을 불쌍히 여겨 마침내 장(杖) 1백 도에 경성(鏡城)으로 귀양보내고, 또 이오방에게도 장 1백 도에, 공주(公州)의 관노(官奴)로 환속(還屬)시켰다. 그러나, 이제 구종수·이오방의 죄가 또 드러나 잡아 와서 추국하니, 세자는 병신년 정월에 구종수·이오방의 꾀임을 들어 밤을 타서 미복(微服)으로 밖으로 나가, 진포·이오방 등을 데리고 구종수의 집에 갔었다. 구종수이법화, 박혁인(博奕人)143) 방복생(方福生), 상기(上妓) 초궁장(楚宮粧)·승목단(勝牧丹)을 불러 각기 그 재주를 보이게 하며, 구종수가 맛있는 음식을 갖추어 세자에게 올리니, 그 형 구종지·구종유구종수의 집에 와서 알현(謁見)하고 잔치를 차려 술을 마셨다. 구종수·구종유는 일어나 춤을 추었다. 구종수가 술을 올려 세자가 마시고 나자, 구종지·구종유는 머리를 조아렸다. 구종지가,

"오늘 일은 꿈만 같습니다."

하고는, 곧 비파(琵琶)를 타면서 그 아우 구종유와 함께 일어나 춤을 추었다. 구종지가 또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기를,

"원컨대, 세자께서는 특히 저희 형제를 대우하여 주소서."

하니, 구종수도 그의 처(妻)로 하여금 술을 올리게 하여 밤새도록 마음껏 기뻐하였다. 구종지·구종유·구종수 등이 갓을 벗고 열배(列拜)하여,

"원컨대, 저하(邸下)께서 길이 저희를 사반(私伴)으로 삼아 주소서."

하니, 세자가 이를 허락하고 옷을 벗어 구종수에게 주었다. 구종수의 처는 저사(紵絲)144) 로 만든 여자 옷을 꺼내다 초궁장에게 주고 또 면포(綿布)를 승목단에게 주었으며, 이오방·이법화 등에게는 정포(正布)를 주었다. 또 2,3일을 지나서 구종수가 세자를 또 청하여 그의 집에 다시 이르자, 맛있는 음식을 올리고 새벽에 이르러서 파(罷)하였는데, 구종유도 참여하였었다. 구종지는 지위가 참판(參判)에 이르렀지만, 이심(二心)을 품어 마침내 그 아우와 더불어 아첨으로 세자를 섬겨 불의(不義)에 빠지게 하였고, 구종수의 부도(不道)함을 임금에게 아뢰지 않고 도리어 통동(通同)하여 함께 그 악을 조성하였으니 죽어도 책망을 갚지 못할 것이다. 구종수경성(鏡城)으로 귀양가자, 한 달도 못되어 야인과 교제를 맺어 사랑 받기를 형제같이 하였다. 피체(被逮)되자 손을 당기며 우는 자도 매우 많았으니, 그의 간활(奸猾)함이 이와 같았다. 이 앞서에 구종수와 대호군(大護軍) 임군례(任君禮), 소윤(少尹) 신이(辛頤)가 결당(結黨)하고 세도에 붙어 하지 않는 짓이 없으니, 그때의 사람들이 업신여겨 말하기를,

"임오방(任五方)·구오방(具五方)하니, 십방(十方)이다."

하여도 조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하였다. 구종수가 복주(伏誅)되니, 임군례도 근심이 얼굴에 나타났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2책 152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

  • [註 141]
    모반 대역(謀反大逆) : 모반(謀反)은 국가를 전복하려고 기도한 내란죄(內亂罪)이고, 대역(大逆)은 임금이나 아버지를 죽이고 종묘와 임금의 능(陵)을 파헤치는 것.
  • [註 142]
    죽교(竹橋) : 대나무 다리.
  • [註 143]
    박혁인(博奕人) : 바둑·장기를 잘 두는 사람.
  • [註 144]
    저사(紵絲) : 모시.

○命斬宗秀宗之宗猷五方等, 籍沒家産。 義禁府都事尹粹具宗秀等照律啓本以進:

權堡伏: "同法華, 進郭璇於里於世子者, 欲世子復於上, 還給吾之被收田地, 且望後日之蒙德。" 李五方伏: "納於里於世子者, 在前世子賜我衣笠及豹皮唐琵琶、笛, 且望後日之蒙德。" 法華伏: "同權堡五方於里於世子者, 欲受衣服, 且希後日之蒙德。" 李昇伏: "其初謀約則不知, 而世子不覺中到戶, 率於里去後, 賜角弓一。 初欲啓達, 以言遂止。" 宗秀更伏: "希望後日蒙德, 每進東宮, 且致世子於吾家。" 宗之宗猷等伏: "因見病母, 到宗秀家, 宗秀言: ‘世子今夜來家。’ 及世子至, 出見進爵, 蓋爲後日蒙德之計。" 右人等比謀反大逆律, 皆凌遲處死, 財産沒官。

宗秀三兄弟及五方降等處斬。 初, 宗秀五方陳鋪等交結東宮近侍之人, 潛謁世子, 其後連夜入宗廟門, 作竹橋, 越墻入內。 世子與宗秀博戲, 使五方彈琴, 通宵不出, 賜與頗多, 因以女色誘世子。 上知之, 不露於外, 只囚宗秀五方, 卽欲斬之, 憐宗秀母老, 遂杖一百, 流鏡城, 亦杖五方一百, 還屬公州官奴。 今宗秀五方之罪又現, 而拿來以推。 世子於丙申正月, 聽宗秀五方之誘, 乘夜以微服出外, 率陳鋪五方等至宗秀家。 宗秀李法華、博奕人方福生、上妓楚宮粧勝牧丹, 各呈其(枝)〔技〕宗秀備珍羞, 以進世子, 其兄宗之宗猷亦至宗秀家, 謁見宴飮, 宗秀宗猷起舞。 宗秀進酒, 世子飮畢, 宗之宗猷扣頭。 宗之曰: "今日事, 若夢中然。" 乃手彈琵琶, 與其弟宗猷起舞。 宗之又扣頭曰: "願世子, 殊待吾兄弟。" 宗秀又使其妻進酒, 終夜極歡。 宗之宗猷宗秀等脫笠列拜: "願邸下, 永以我等爲私伴。" 世子諾之, 脫衣與宗秀宗秀妻出紵絲女服與楚宮粧, 又以綿布贈勝牧丹, 正布贈五方法華等。 又隔二三日, 宗秀又請世子, 復至其家, 進以珍羞, 至曉乃罷, 宗猷亦參焉。 宗之位至參判, 乃懷二心, 遂與其弟諂事世子, 使陷不義, 不以宗秀不道聞于上, 反與通同, 共成其惡, 死不償責。 宗秀之流於鏡城也不月, 而已與野人交結, 見愛如兄弟, 及被逮, 挽手而哭者頗多, 其奸猾類此。 先是, 宗秀與大護軍任君禮、少尹辛頤結黨付勢, 無所不至。 時人歎曰: "任五方具五方, 謂之十方。" 恬不爲愧, 及宗秀伏誅, 君禮憂形於色。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20장 A면【국편영인본】 2책 152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