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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33권, 태종 17년 2월 24일 신사 3번째기사 1417년 명 영락(永樂) 15년

구종지·구종유 등을 의금부에 가두고 구종수와 사통한 이숙번을 잡아오게 하다

구종지(具宗之)·구종유(具宗猷) 등을 의금부에 하옥(下獄)하였다. 처음에 구종지 등이 몰래 세자를 구종수(具宗秀)의 집에서 뵈었는데, 이어서 잔치를 베풀고 밤에 술을 마시게 되어 구종지는 비파[瑟]를 타고, 구종유는 일어나 춤을 추었었다. 이때에 이르러 세자가 허물을 고치려 하여 실지대로 아뢴 까닭에 임금이 이 일을 알고 모두 하옥시키고, 위관(委官)125) 이원(李原)·대언(代言) 이명덕(李明德)과 대간(臺諫)에 명하여 잡치(雜治)126) 하게 하였다. 또 의금부 부진무(義禁府副鎭撫) 박안의(朴安義)연안부(延安府)에 보내어 이숙번(李叔蕃)을 잡아 오게 하였다. 처음에 구종수 등이 이숙번을 안치(安置)한 곳에서 사통(私通)했는데, 세자가 이 일도 아뢴 까닭에 이 같은 명령이 있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권보(權堡)·이법화(李法華)·이오방(李五方)이 모두 동궁(東宮)의 연고 때문에 옥에 갇혔다. 이 무리들은 유희(遊戲)와 잡기(雜伎)로써 동궁에게 아유(阿諛)127) 하여 불의에 빠지게 하였으니 극형(極刑)에 둠이 마땅하나, 그러나 동궁의 연고로 해서 4,5인을 형벌함은 내 차마 하지 못하겠다. 이오방·구종수는 극형을 면치 못하겠지만, 나머지는 모두 한 등[一等]을 감함이 어떻겠는가?"

하니, 영의정 유정현(柳廷顯)이 나아가,

"이같이 간녕(奸佞)128) 한 무리들은 모두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이승(李昇)은 비록 장인 곽선(郭璇)의 첩을 동궁에게 바쳤다 하지만, 그러나 ‘동궁의 음희(淫戲)한 일을 누설함은 불가하다.’고 하였으니 나도 비밀을 지켜 발설하지 않고자 한다." 곧 지신사(知申事)에게 명하여 이승을 채찍질하고 그 직첩(職牒)을 거두게 하였다. 장차 먼 곳으로 귀양보내려다가 물음이 권보에게 미치니, 권보가 숨기고 실지대로 고하지 아니함에, 드디어 의금부에 하옥시켜 그 소유(所由)를 물었다.

유정현이 대답하기를,

"임금께서 하는 바는 일식(日蝕)과 월식(月蝕) 같아서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는데 은휘(隱諱)하여 발설하지 아니함은 불가합니다."

하므로, 임금도 그 말을 옳게 여겼다. 집의(執義) 하연(河演)이 나아가,

"이승(李昇)이 처음은 비록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권보 등이 어리(於里)를 들이도록 도모하였고, 이미 들인 뒤에도 즉시 상달(上達)하지 아니하였으며, 또 동궁이 보낸 물건을 받고도 나타나 고(告)하지 않았으니 그 죄를 국문(鞫問)하여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옳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51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

  • [註 125]
    위관(委官) : 임시로 뽑아서 임명하는 재판장.
  • [註 126]
    잡치(雜治) : 대간(臺諫)과 형조(刑曹)의 관원이 합동으로 심문하던 일.
  • [註 127]
    아유(阿諛) : 아첨.
  • [註 128]
    간녕(奸佞) : 간사하고 아첨함.

○下具宗之宗猷等于義禁府。 初, 宗之等潛謁世子於宗秀之家, 仍設宴爲夜飮, 宗之把瑟, 宗猷起舞。 至是, 世子欲改過, 以實啓之, 故上知之, 俱下獄, 命委官李原、代言李明德及臺諫雜治之。 又遣義禁府副鎭撫朴安義延安府, 執李叔蕃以來。 初, 宗秀等私通於叔蕃安置處, 世子亦啓之, 故有是命。 上曰: "今權堡李法華李五方皆以東宮之故逮獄。 此輩以遊戲雜伎, 阿諛東宮, 使陷不義, 宜當置之極刑, 然以東宮之故, 刑四五人, 吾不忍焉。 五方宗秀則不免極刑, 餘皆減一等何如?" 領議政柳廷顯進曰: "如此奸佞之徒, 皆不可宥也。" 上曰: "李昇雖以舅郭璇之妾, 進于東宮, 然不可漏洩東宮淫戲之事, 予欲秘而不發。" 乃命知申事, 鞭而收其職牒, 將流于遠方, 及問權堡, 隱之而不以實告, 遂下義禁府, 問其所由。 廷顯對曰: "人君之所爲, 如日月之蝕, 人皆仰之, 不可隱諱而不發。" 上然其言。 執義河演進曰: "李昇初雖不知等納於里之謀, 旣納之後, 不卽上達, 且受東宮贈物, 亦不現告, 其罪當鞫問。" 上然之。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51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