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종지·구종유 등을 의금부에 가두고 구종수와 사통한 이숙번을 잡아오게 하다
구종지(具宗之)·구종유(具宗猷) 등을 의금부에 하옥(下獄)하였다. 처음에 구종지 등이 몰래 세자를 구종수(具宗秀)의 집에서 뵈었는데, 이어서 잔치를 베풀고 밤에 술을 마시게 되어 구종지는 비파[瑟]를 타고, 구종유는 일어나 춤을 추었었다. 이때에 이르러 세자가 허물을 고치려 하여 실지대로 아뢴 까닭에 임금이 이 일을 알고 모두 하옥시키고, 위관(委官)125) 이원(李原)·대언(代言) 이명덕(李明德)과 대간(臺諫)에 명하여 잡치(雜治)126) 하게 하였다. 또 의금부 부진무(義禁府副鎭撫) 박안의(朴安義)를 연안부(延安府)에 보내어 이숙번(李叔蕃)을 잡아 오게 하였다. 처음에 구종수 등이 이숙번을 안치(安置)한 곳에서 사통(私通)했는데, 세자가 이 일도 아뢴 까닭에 이 같은 명령이 있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권보(權堡)·이법화(李法華)·이오방(李五方)이 모두 동궁(東宮)의 연고 때문에 옥에 갇혔다. 이 무리들은 유희(遊戲)와 잡기(雜伎)로써 동궁에게 아유(阿諛)127) 하여 불의에 빠지게 하였으니 극형(極刑)에 둠이 마땅하나, 그러나 동궁의 연고로 해서 4,5인을 형벌함은 내 차마 하지 못하겠다. 이오방·구종수는 극형을 면치 못하겠지만, 나머지는 모두 한 등[一等]을 감함이 어떻겠는가?"
하니, 영의정 유정현(柳廷顯)이 나아가,
"이같이 간녕(奸佞)128) 한 무리들은 모두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이승(李昇)은 비록 장인 곽선(郭璇)의 첩을 동궁에게 바쳤다 하지만, 그러나 ‘동궁의 음희(淫戲)한 일을 누설함은 불가하다.’고 하였으니 나도 비밀을 지켜 발설하지 않고자 한다." 곧 지신사(知申事)에게 명하여 이승을 채찍질하고 그 직첩(職牒)을 거두게 하였다. 장차 먼 곳으로 귀양보내려다가 물음이 권보에게 미치니, 권보가 숨기고 실지대로 고하지 아니함에, 드디어 의금부에 하옥시켜 그 소유(所由)를 물었다.
유정현이 대답하기를,
"임금께서 하는 바는 일식(日蝕)과 월식(月蝕) 같아서 사람들이 모두 우러러보는데 은휘(隱諱)하여 발설하지 아니함은 불가합니다."
하므로, 임금도 그 말을 옳게 여겼다. 집의(執義) 하연(河演)이 나아가,
"이승(李昇)이 처음은 비록 알지 못했다 하더라도 권보 등이 어리(於里)를 들이도록 도모하였고, 이미 들인 뒤에도 즉시 상달(上達)하지 아니하였으며, 또 동궁이 보낸 물건을 받고도 나타나 고(告)하지 않았으니 그 죄를 국문(鞫問)하여야 합니다."
하니, 임금이 옳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51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
- [註 125]위관(委官) : 임시로 뽑아서 임명하는 재판장.
- [註 126]
○下具宗之、宗猷等于義禁府。 初, 宗之等潛謁世子於宗秀之家, 仍設宴爲夜飮, 宗之把瑟, 宗猷起舞。 至是, 世子欲改過, 以實啓之, 故上知之, 俱下獄, 命委官李原、代言李明德及臺諫雜治之。 又遣義禁府副鎭撫朴安義于延安府, 執李叔蕃以來。 初, 宗秀等私通於叔蕃安置處, 世子亦啓之, 故有是命。 上曰: "今權堡、李法華、李五方皆以東宮之故逮獄。 此輩以遊戲雜伎, 阿諛東宮, 使陷不義, 宜當置之極刑, 然以東宮之故, 刑四五人, 吾不忍焉。 五方、宗秀則不免極刑, 餘皆減一等何如?" 領議政柳廷顯進曰: "如此奸佞之徒, 皆不可宥也。" 上曰: "李昇雖以舅郭璇之妾, 進于東宮, 然不可漏洩東宮淫戲之事, 予欲秘而不發。" 乃命知申事, 鞭昇而收其職牒, 將流于遠方, 及問權堡, 堡隱之而不以實告, 遂下義禁府, 問其所由。 廷顯對曰: "人君之所爲, 如日月之蝕, 人皆仰之, 不可隱諱而不發。" 上然其言。 執義河演進曰: "李昇初雖不知堡等納於里之謀, 旣納之後, 不卽上達, 且受東宮贈物, 亦不現告, 其罪當鞫問。" 上然之。
- 【태백산사고본】 15책 33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2책 151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왕실-종친(宗親)
- [註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