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전의 수조법을 의논하다. 호조에서 전제의 폐해와 논죄를 아뢰어 그대로 따르다
과전(科田)의 수조법(收租法)을 의논하였다. 명령하기를,
"각품 과전(科田)의 수조(收租)는 관원이 답험(踏驗)하는 것을 없애고, 예전대로 시행하라."
하고, 좌우에게,
"지난번에 진언(陳言)한 것을 보니 전주(田主)가 조세를 많이 거둔다고 말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관원으로 하여금 답험하게 하였으나, 지금 생각하니, 관사(官司)가 전지를 답험한 뒤에 전주(田主)가 또 사람을 보내어 수조(收租)하면 가난한 백성이 두번 지응(支應)을 감당하니 도리어 소요(騷擾)하게 된다. 전주(田主)로 하여금 답험하여 수조하게 하고 관사에서 횡렴(橫斂)하는 것을 살펴 금지하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니, 박신(朴信)·이원(李原) 등이 대답하기를,
"참으로 주상의 말씀과 같습니다. 또 아무 관원이 밭을 답험(踏驗)한 것이 너무 경하다고 다투어 말하여 분운(紛紜)함이 그치지 않아서 도리어 소요를 일으킵니다. 주상께서 그 폐단을 환히 아시어 특별히 예전과 같이 하게 하니 심히 여망(輿望)에 맞습니다."
하였다. 조말생(趙末生)이 아뢰기를,
"관사(官司)에서 전지를 답험한 뒤에 어찌 감히 분운(紛紜)하게 고소하겠습니까? 답험이 너무 경한 것은 반드시 없을 일입니다. 관사에서 이미 답험하였으면 전주(田主)는 그대로 수조할 뿐이니 무슨 해가 있겠습니까?"
하니, 이백지(李伯持)가 말하기를,
"전주(田主)가 답험하면 과중하게 거둘 뿐만 아니라, 또 천(薦)244) ·탄(炭)245) ·신(薪)246) ·초(草)247) 같은 것을 횡렴하니, 요구하는 바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와 같이 횡렴하는 것은 나라에서 금지하는 법이 있으니, 전객(佃客)248) 이 반드시 고하여야 한다. 저들이 만일 고하지 않으면 나라에서 알 수가 없다. 나라에선들 고하지 않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
하였다. 임금이 좌우에게 이르기를,
"내가 들으니, 사전(私田)의 수조하는 때를 당하면 전객(佃客)이 한 섬을 바치고자 하여 반드시 23,4두(斗)를 써야 된다고 한다."
하니, 형조 판서 정역(鄭易)이,
"청컨대, 추핵(推劾)하여 좌죄(坐罪)하소서."
하고, 호조 판서 윤향(尹向)은,
"조세 외에 재목과 잡물을 횡렴(橫斂)하는 자가 또한 있습니다."
하고, 이조 판서 박은(朴訔)은,
"신 같은 자는 한 말[一斗]인들 어찌 감히 더 거두겠습니까? 곧 말하기 어려운 곳에서 하는 짓일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도리를 알지 못하는 한두 사람이 이와 같이 하는 것이다."
하였다. 호조에서 아뢰기를,
"과전(科田)·공신전(功臣田)의 조(租)를 거둘 즈음에 전주(田主)의 사자(使者)가 명백하게 답험(踏驗)하고, 조를 바칠 때에 전객(佃客)으로 하여금 스스로 헤아리게 하고, 스스로 평미레질하게 하고, 그 중에 불공평하게 답험하여 과중하게 조를 거두고 잡물을 횡렴(橫斂)하는 자는 수령이 고찰하여 그 사자를 가두고, 전주(田主)의 성명을 곧 헌사(憲司)에 보고하고, 만일 수령이 혹 사정(私情)을 끼거나 혹 용렬하여 능하지 못한 자는 감사와 경차관(敬差官)이 엄하게 견책과 폄출(貶黜)을 가하여 《육전(六典)》에 의하여 논죄(論罪)하고, 예전 습관을 그대로 따라서 전주(田主)를 두려워 하여 관가에 고하지 않는 자는 전객(佃客)도 아울러 논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30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2책 81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농업-전제(田制) / 농업-농작(農作) / 사법-법제(法制)
- [註 244]천(薦) : 쑥.
- [註 245]
탄(炭) : 숯.- [註 246]
○議科田收租法。 命: "各品科田收租, 除官爲踏驗, 仍舊施行。" 乃謂左右曰: "向見, 陳言多言田主多收租稅, 故令官爲踏驗。 然今思之, 官司驗田之後, 田主又遣人收租, 則貧民再被支應, 反爲騷擾。 不若令田主踏驗收租, 而官爲察禁橫斂之爲愈也。" 朴信、李原等對曰: "誠如上旨。 又有爭言某官驗田太輕, 紛紜不止, 反生騷擾。 蒙上灼知其弊, 特令依舊, 甚愜輿望。" 趙末生啓曰: "官司驗田之後, 安敢紛紜告訴? 驗之太輕, 必無之事也。 官司旣已踏驗, 田主斂袵收租而已, 何害之有?" 李伯持曰: "田主踏驗, 則不止重斂, 又有橫斂, 如薦炭、薪草所需非一。" 上曰: "若此橫斂, 國有常禁, 佃客必告。 彼若不告, 國無由知, 國家其奈不告何?" 上謂左右曰: "予聞, 當私田收租, 佃客欲納一石, 必用二十三四斗。" 刑曹判書鄭易曰: "請推劾坐罪。" 戶曹判書尹向曰: "稅外材木與雜物橫斂者, 亦有之。" 吏曹判書朴訔曰: "如臣者, 雖一斗, 豈敢過取? 直是難言之處之所爲耳。" 上曰: "一二不知理者如此也。" 戶曹啓: "科田、功臣田收租之際, 田主使者明白踏驗, 納租之時, 令佃客自量自槪。 其中不公踏驗, 高重收租, 雜物橫斂者, 守令考察, 囚其使者, 田主姓名直報憲司。 若守令或挾私情, 或庸劣不能者, 監司敬差官嚴加譴貶, 依六典論罪; 因循舊習, 畏其田主, 不告于官者, 佃客竝論。" 從之。
- 【태백산사고본】 13책 30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2책 81면
- 【분류】재정-전세(田稅) / 재정-공물(貢物) / 농업-전제(田制) / 농업-농작(農作) / 사법-법제(法制)
- [註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