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비 송사에 대한 형조 판서 심온의 건의를 승인하다
형조 판서 심온(沈溫) 등이 상소(上疏)하였다. 상소의 대략은 이러하였다.
"하늘이 백성을 낼 적에 본래부터 양민(良民)과 천민(賤民)이 없었습니다. 일반 천민(天民)027) 을 가지고 사사 재물(財物)로 여기어 아비와 할아비의 노비라 칭하여 서로 다투며 송사(訟事)함이 끝이 없으니, 골육(骨肉)의 상잔(相殘)함에 이르고 풍속을 손상하는 데 이르니, 가슴 아픈 일이라 하겠습니다. 공경히 생각하건대, 성상(聖上)은 만세(萬世)의 폐단을 훤하게 뚫어보고 대의(大義)로써 결단을 내려서 무릇 여러해를 두고 서로 소송하던 일들을 모조리 중분(中分)하게 하여, 사환(使喚)을 골고루하게 하며 쟁송(爭訟)의 실마리를 끊어버렸으니, 진실로 우리 국가의 만세의 아름다운 법입니다. 이어서 유사(攸司)에서 각각 소견(所見)을 헌의(獻議)하여 상언(上言)한 조목이 자못 많았으나, 소송하는 자가 구실을 붙이고 말을 꾸며서 신문고(申聞鼓)를 쳐서 신정(申呈)하므로, 육조(六曹)에 나누어 주어서 그 진위(眞僞)를 변정(辨正)하게 하였습니다.
만약 육조로 하여금 이미 자세하게 변정하여 판결한 것이 이미 바르다고 하더라도 노비를 얻은 자는 정당한 판결이라 할 것이고 노비를 얻지 못한 자는 오결(誤決)이라 할 것이니, 반드시 오늘날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원척(元隻)028) 으로 하여금 마음으로 기뻐하고 정성으로 복종하게 한 다음에 공문(公文)을 만들고자 한다면 결코 수년 안에 성효(成效)를 보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더욱 오늘날 오결(誤決)이라 하는 것들도 반드시 흑백(黑白)을 분별하는 일과 같은 것이 아니어서, 모두가 애매모호하여 일이 이렇게도 될 수 있고 저렇게도 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는 대의로써 결단하여 신정(申呈)한 소장 가운데 양민(良民)이라 소송하는 것과 공처 노비(公處奴婢)를 서로 다투는 것을 제외하고, 한쪽에 온전히 판결해 준 사건과 잘못하여 수리(受理)하지 아니한 사건과 아직 이송(移送)하기를 끝내지 못한 사건은 기한 내에 정장(呈狀)하게 하고, 일찍이 변정(辨正)을 거친 것은 시비를 묻지 말고 모조리 중분(中分)하여 영원히 쟁송(爭訟)의 실마리를 끊어버림으로써 여러 해 묵은 폐단을 혁파하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형조에서 또 상언(上言)하였다.
"육조에 나누어 주어서 신정(申呈)한 노비(奴婢) 사건은 날짜를 한정하고 변정(辨正)하여 처리합니다. 그러나, 노비를 당시 거집(據執)하고 있는 사람은 역사(役事)시키는 것만을 달갑게 생각하여 화명(花名)029) 을 바치지 아니합니다. 빌건대, 그 노비를 한 반은 속공(屬公)하고 화명(花名)을 낙부(落付)030) 한 노비도 또한 일찍이 내린 교지(敎旨)에 의하여 속공(屬公)시키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2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1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
- [註 027]천민(天民) : 하늘이 낸 백성.
- [註 028]
○己未/刑曹判書沈溫等上疏。 疏略曰:
天之生民, 本無良賤, 將一般天民, 以爲私財, 稱父祖奴婢, 相爲爭訟, 無有紀極, 以至骨肉相殘, 敗傷風俗, 可謂痛心。 恭惟, 聖上明見萬世之弊, 斷以大義, 凡累年相訟之事, 悉令中分, 以均使喚, 以絶爭端, 誠我國家萬世之令典也。 繼而攸司各將所見, 獻議上言, 條畫頗多, 訟者藉口飾辭, 擊鼓申呈, 分下六曹, 辨其眞僞。 儻使六曹辨之已詳, 決之已正, 其得者以爲正決, 其不得者以爲誤決; 必無異於今日矣。 欲使元隻心悅誠服, 然後成公文, 則竊恐數年之內, 未見成效也。 況今稱爲誤決者, 必非如分黑白之事, 皆涉(瞹眛)〔曖昧〕 , 而事可東西者也。 伏望殿下, 斷以大義, 將申呈所志內, 除訴良及公處奴婢相爭之外, 其全給一邊事、誤不受理事與未畢移送事, 限內呈狀, 曾經辨正者, 無問是非, 悉令中分, 永絶爭端, 以革積年之弊。
從之。 刑曹又上言: "分下六曹申呈奴婢事, 限日辨理, 然奴婢時執人, 甘心役使, 不納花名。 乞以其奴婢, 一半屬公, 花名落付奴婢, 亦依曾降敎旨屬公。" 從之。
- 【태백산사고본】 13책 29권 6장 A면【국편영인본】 2책 51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
- [註 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