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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4권, 태종 7년 10월 9일 기축 1번째기사 1407년 명 영락(永樂) 5년

평양 부윤 윤목이 올린 편의 사목 8조목과 이에 대한 의정부의 검토 의견

평양 부윤(平壤府尹) 윤목(尹穆)이 편의 사목(便宜事目) 8조목을 올렸는데, 정부(政府)에 내려 의의(擬議)하였다.

"1. 관(關)에서 사찰(伺察)만 하고 세(稅)를 받지 아니하는 것은, 의복이 다르고 말이 다른 사람을 살피며,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적의 간첩(間諜)을 살피기 위해서입니다. 더군다나, 서북지방(西北地方)은 경계가 다른 나라와 연접하였으므로, 더욱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컨대, 이제부터 평양(平壤) 대동강(大同江)·안주(安州) 청천강(淸川江)·의주(義州) 압록강(鴨綠江) 등처에는 강명(剛明)하고 정직(正直)한 사람을 정하여 별차(別差)로 삼고, 엄하게 과정(課程)을 세워 고찰(考察)을 전적으로 맡겨서, 유망(流亡)하는 것이 저절로 그치게 하고, 변경(邊警)이 저절로 없어지게 할 것입니다. 만일 임의로 이사(移徙)하는 자나, 구사(驅使)와 사역(使役)을 도피하여 죄를 속이고 숨어사는 자나 도모하는 자나, 말[言]이 다르고 종류가 다른 자가 있으면, 모두 잡아서 소재지의 관사에 고하여 법으로 다스리고, 위임한 관리(關吏) 가운데 법대로 하지 않는 자는 중한 죄를 따라 규리(糾理)하소서."

정부에서 의논하였다.

"대동강·청천강·압록강은 이미 일찍이 파수[把截]하고 있으니, 엄하게 고찰을 가하여 허소(虛疎)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1. 재물을 탐(貪)하는 소인(小人)은 오직 이익만을 추구하여, 물화(物貨)를 팔러 다니는 것을 빙자하고 여러 도에 왕래하며, 민간의 일용(日用)에 긴절하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어리석은 백성과 부녀자를 속이고 유혹하여, 남의 재산을 빼앗기를 꾀하니, 이것이 염려됩니다. 원컨대, 이제부터 물화를 팔러 다니는 자를 엄히 금하고 발본색원(拔本塞源)해서, 그 백성들의 생업(生業)을 편케 하고, 만일 금령을 어기고 물화를 팔러 다니는 자가 있으면, 도적으로 논죄하소서."

정부에서 의논하였다.

"동북면(東北面)·서북면(西北面)은 지경(地境)이 저들의 땅과 연접하여 있으니, 그 방면으로 들어가는 행상(行商)은, 서울 안에서는 한성부(漢城府)가, 외방에서는 도관찰사(都觀察使)·도순문사(都巡問使)가 인신 행장(印信行狀)321) 을 만들어 주고, 행장(行狀)이 없는 자는 일체 계본(啓本)에 의하여 엄하게 금지할 것입니다."

"1. 백숙 형제(伯叔兄弟)는 몸은 다르나 핏줄은 같으니, 어찌 입을 삐쭉거리며 서로 힐난할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관가에 소송을 제기하여 남이 모르는 흠을 들추어내며 서로 싸우고 구타하는 것은 은의를 해치는 큰 것입니다. 원컨대, 이제부터 백숙 형제와 같은 지친(至親)으로 만일 부모가 나누어 주지 못한 물건이 있을 것 같으면, 그들 스스로 공평하게 나누어 갖게 하소서. 그러면 거의 송사가 없을 것입니다. 영(令)을 어기고 재리(財利)를 탐하여 관가에 고해 은혜를 해치는 자는, 사정의 잘잘못을 물론하고 소송하는 물건을 일체 모두 관가에 몰수하고, 영구히 서용(敍用)하지 마소서. 그러면 탐하는 풍속이 저절로 종식될 것입니다."

정부에서 의논하였다.

"전에 여러 번 수판(受判)322) 한 것에 의하소서."

"1. 선군(船軍)은 국가의 번병(藩屛)이니, 잠시도 폐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험한 풍랑(風浪) 가운데서 만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며 살아가니, 날마다 상을 주더라도 이 구실을 감당할 자가 거의 드물 터인데, 국가에서 전함(戰艦)을 익히게 하여 그 구실을 대대로 세습(世襲)시키니, 그 구실을 감당하지 못하여 유리 도망하는 것이 날로 계속됩니다. 하물며, 그들이 어찌 편안히 익히기를 바라겠습니까? 원컨대, 이제부터 선군(船軍)·익군(翼軍)을 매년 서로 교대하게 하여, 한 고팽이가 되면 다시 시작해서, 수륙(水陸)의 군역(軍役)을 순환(循環)하게 하소서. 그러면 거의 유리 도망하는 일이 없고, 군역이 고르게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 의논하였다.

"전에 있었던 예에 의하소서."

"1. 서북 지방(西北地方)은 단련사(團練使)를 천호(千戶)로 대신 삼기도 하고, 또 부천호(副千戶)로도 삼습니다. 천호(千戶)로 있었던 자는 효용(驍勇)한 군사를 무마하며 대대로 그 지방에 살고 있었으므로, 백성의 진정과 허위와 군사의 굳세고 약한 것을 모두 자세히 압니다. 그러므로 장수와 군사가 서로 보호하여 조금도 구차한 풍습이 없습니다. 원컨대, 이제부터 천호(千戶)의 후손으로 하여금 그 직임을 세습하게 하여 부조(父祖)의 일을 계술(繼沭)하게 하고, 만일 그 자손이 유약하고 재주가 없어 그 직임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으면, 적을 이겨 공을 세운 자로 대신하여, 군기(軍機)를 잃지 않게 하소서."

정부에서 의논하였다.

"지금 수판(受判)한 것에 의하여 행이(行移)하게 하소서."

"1. 호령(號令)을 발하고 민지(民志)를 정하며, 상하(上下)를 분변하고 명분(名分)을 편안히 하는 것은, 호패(戶牌)같은 것이 없으니 참으로 좋은 법입니다. 이 법이 행해지면 위와 아래가 절도가 있고, 명분을 범하는 일이 없어, 백성들이 생업을 편안히 하여 영(令)이 나오는 대로 시행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에서 의논하였다.

"다시 상량 의논하여 시행하게 하소서."

"1. 평양(平壤)단군(檀君)기자(箕子)가 도읍을 세운 뒤로 서북 지방(西北地方)의 본영(本營)이 되었고, 또 토관(土官)을 설치하고 ‘서도(西都)’라 이름하여, 그 이름이 중국에까지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사신과 칙명(勅命)을 맞이하는 것이 서울[京師]에 다음이고, 사람 사는 것이 조밀하여 나라의 큰 울타리가 된 지 1천여년이나 되었습니다. 지금 안주(安州)로 영(營)을 옮기고, 평양부의 노비(奴婢)를 삭감한다는 의논이 있으니, 인민이 실망합니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평양은 서북도(西北道)의 중앙(中央)이 아니므로 공무(公務) 왕래에 병폐가 있다. 안주(安州)는 한 도(道)의 중앙이므로 사면(四面)으로 왕래하는 경로가 고르기 때문에, 영(營)을 옮기는 것이 편리하다.’고 합니다. 신은 생각건대, 여러 도(道)의 본영(本營)인 경상도(慶尙道)계림(鷄林)전라도(全羅道)완산(完山)풍해도(豊海道)풍주(豊州)충청도(忠淸道)청주(淸州)와 동북면(東北面)의 영흥(永興)이 모두 그 도(道)의 중앙이 아니니, 어찌 서북면(西北面)만 반드시 영(營)을 옮길 까닭이 있습니까? 또 안주(安州)는 땅이 작고 백성이 가난하고 산수(山水)의 형세가 평양에 미치지 못하니, 만일 안주(安州)로 영(營)을 옮기고 평양의 노비를 삭감하면, 피차가 모두 약해지고, 한 방면의 백성이 절망(絶望)할 것입니다. 원컨대, 이 의논을 정지하여 민망(民望)에 부응(副應)케 하소서."

정부에서 의논하였다.

"서북면은 다른 도(道)에 비할 바가 아니고, 안주(安州)평양에 다음 가니, 거진(巨鎭)을 배치하는 것이 진실로 마땅합니다. 그러나 금년에 화곡(禾穀)이 결실되지 못하였고, 게다가 조현(朝見)하는 행차(行次)의 지응(支應)과 교역(交易)하는 마필(馬匹)의 전송(傳送) 등 사무가 번다하고 바쁘니, 장차 다시 의논하여 시행하고, 아직은 아뢴 것에 따르소서."

임금이 모두 정부에서 심의한 것을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18면
  • 【분류】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 / 군사-지방군(地方軍) / 사법-법제(法制) / 가족(家族) / 호구-호적(戶籍) / 상업(商業)

  • [註 321]
    인신 행장(印信行狀) : 나라에서 먼 곳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인신(印信)을 찍어 발급해 주는 여행 증명서.
  • [註 322]
    수판(受判) : 판지(判旨)를 받음. 수교(修敎).

○己丑/平壤府尹尹穆, 上便宜事目八條, 下政府擬議。

一, 關譏而不征, 所以察異服異言, 禁人出入, 察敵間諜。 況西北一方, 境連異域, 尤不可不慮。 願自今, 若平壤 大同江安州 淸川江義州 鴨綠江等處, 定剛明正直者爲別差, 嚴立課程, 全任考察, 俾之流亡自戢, 邊警自息。 如有擅自移徙者, 逃驅避役、冒罪偸生者, 異言不類者, 俱執傳告所在官司, 繩之以法, 委任關吏, 不如法者, 從重糾理。

政府議得: "大同江淸川江鴨綠江, 已曾把截, 嚴加考察, 使無虛疎。"

一, 貪財小人, 惟利是求, 輒憑行貨, 往來諸道, 以民間日用不切之物, 誑誘愚民婦女, 謀奪人産, 是可慮也。 願自今, 凡行貨者痛禁, 拔本塞源, 使安其業, 如有違令敢行貨者, 以盜論。

政府議得: "東西北面, 境連彼土。 其面入歸行商者, 京中漢城府、外方都觀察使都巡問使, 印信行狀成給, 無行狀者, 一依啓本痛禁。"

一, 伯叔兄弟, 異形同氣, 焉有反唇相詰之理乎? 而況致訴官前, 發揚隱惡, 以相鬪歐, 賊恩之大者也。 願自今, 伯叔兄弟至親, 如有父母未分之物, 使自平分, 庶可無訟。 違令貪利, 告官賊恩者, 勿論事情得失, 所訟之物, 一皆沒官, 永不敍用, 貪風自戢。

政府議得: "依在前屢曾受判。"

一, 船軍, 國家之藩屛, 不可暫廢。 風浪之險, 生於萬死, 終使日賞, 能堪此役者幾希。 國家使習戰艦, 世襲其役, 而不堪其苦, 流亡日繼, 況望其便習乎? 願自今, 船軍翼軍, 每年相遞, 周而復始, 水陸軍役, 許令循環, 庶無流亡, 而軍役均矣。

政府議得: "依在前例。"

一, 西北一方, 以團練使代爲千戶, 又爲副千戶。 爲千戶者撫軍驍勇, 世居其方, 民之情僞、軍之壯弱, 備詳知之。 是以將卒相保, 素無苟且之風。 願自今, 令千戶之後, 世襲其職, 繼述祖父之事; 如其子孫疲軟無才, 不堪其任, 代以克敵立功者, 使不失軍機。

政府議得: "依今受判行移。"

一, 發號令、定民志、辨上下、安名分, 莫如戶牌, 誠爲良法。 此法行, 則上下有節, 無有干名犯分, 而民安其業, 令出唯行矣。

政府議得: "更加擬議施行。"

一, 平壤, 自檀君箕子建都之後, 爲西北一方本營, 又設土官, 號曰西都。 名聞中國, 使華迎命, 亞於京師, 人居稠密, 爲國大藩, 千有餘年矣。 今有移營安州, 減削當府奴婢之議, 人民缺望, 或曰: "平壤非西北道中, 病於公務往來。 若安州則一道中央, 四面往來, 道里均焉, 便於移營。" 臣以爲諸道之本營, 若慶尙雞林, 全羅完山, 豐海豐州, 忠淸淸州, 東北之永興, 皆非道之中央, 獨於西北, 何必移營! 且安州地小民貧, 山水形勢不及平壤。 若移營安州, 減除平壤奴婢, 則彼此俱弱, 一方民望絶矣。 願停此議, 以副民望。

政府議得: "西北非他道之比, 而安州亞於平壤, 巨鎭排置, 固其宜也。 然今年禾穀不實, 而加以朝見行次支應及易換馬匹傳送等事務煩劇, 將以更議施行, 姑從所啓。" 上皆從政府擬議。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18면
  • 【분류】
    정론(政論)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군사-군정(軍政) / 군사-지방군(地方軍) / 사법-법제(法制) / 가족(家族) / 호구-호적(戶籍) / 상업(商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