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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3권, 태종 7년 6월 28일 경술 2번째기사 1407년 명 영락(永樂) 5년

사헌부의 상소에 따라 둔전법과 연호미법을 폐지하다

둔전(屯田)과 연호미(煙戶米)의 법을 파(罷)하였다. 사간원(司諫院)에서 상소(上疏)하기를,

"신 등은 듣자오니 천지(天地)의 재앙(災殃)은 가뭄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인심(人心)의 상(傷)함은 거두[斂徵]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다 합니다. 거두는 것이 번다하여 양육의 낙(樂)을 얻지 못하면, 가뭄이 심하여져서 생성(生成)의 도(道)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니, 하늘과 사람의 서로 느끼는 이치가 참으로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예전에 수재(水災)와 한재(旱災)를 논하던 자가 겨우 말하기를, ‘기수(氣數)230) 가 마침 그렇다.’ 하고, ‘원기(怨氣)가 부른 것이라.’ 하였는데, 만일 요(堯)임금과 탕(湯)임금의 수재·한재가 아니었다면 기수라고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재는 기수입니까? 원기(怨氣)입니까? 의당(宜當) 전하(殿下)께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시고[耿耿不寢]앉아서 아침을 기다리며 생민(生民)의 이해(利害)에 급급(汲汲)하실 것입니다. 신 등이 어찌 감히 다시 얕은 소견[淺見]을 진달하여 위[上]에 아뢰지 않겠습니까?

지금 국가(國家)가 편안해도 위태한 것을 잊지 아니하여, 만일 불우(不虞)의 변(變)이 있으면 어떻게 이를 막을까 하여 오로지 부고(府庫)를 충실히 하고, 군량(軍糧)을 족(足)하게 하는 것으로 급무(急務)를 삼아, 토전(土田)을 고쳐 측량(測量)하여 그 잉여(剩餘)를 구(求)하고, 넓게 둔전(屯田)을 열어서 거두는 것을 증가(增加)하며, 연호(煙戶)의 쌀[米]과 양맥(兩麥)의 세(稅)까지도 거두지 않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비록 먼 생각이기는 하나, 모두 눈앞의 해(害)가 되어서 한갓 백성에게 원망을 살 뿐입니다. 대개 고쳐서 측량한 전지(田地)는 전보다 배(倍)나 되게 거두니, 이미 백성의 원망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둔전(屯田)과 호미(戶米)·양맥(兩麥)의 세(稅)를 일시에 한꺼번에 부과하니, 원망이 일어나는 것이 이보다 심한 것이 없습니다.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포루(布縷)231) 로 세를 징수하는 것이 있고, 속미(粟米)232) 로 세를 징수하는 것이 있고, 역역(力役)으로 세를 징수하는 것이 있는데, 그 두 가지를 쓰면 백성이 굶어 죽는 일이 있고, 세 가지를 쓰면 부자(父子)가 이산(離散)된다.’ 하였습니다. 지금의 세(稅)를 거두는 것이 이것보다 더 심하니, 가뭄[旱氣]의 심한 것이 이 때문인가 합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둔전과 호미·양맥의 세(稅)를 정파(停罷)하시어 백성의 원망을 풀고, 하늘의 재앙을 그치게 하소서."

하였다. 전교(傳敎)하기를,

"다만 둔전(屯田)의 법(法)만 파(罷)하라."

하니, 사헌부(司憲府)에서 상소하기를,

"말을 구[求言]하여 반드시 행하는 것은 인주(人主)의 덕(德)입니다. 5월·6월 사이에 가뭄[旱氣]이 너무 심하매, 전하께서 마음속으로 항상 근심하시어 대간(臺諫)에게 말을 구[求言]하시고, 또 형조(刑曹)에 물으시므로, 신 등이 감히 망령된 말[狂瞽之言]로써 성총(聖聰)에 상달(上達)하였사온데, 이제 벌써 월여(月餘)가 되었어도 전하께서 채택(採擇)하신 실상을 보지 못하였으니, 전일(前日)에 구언(求言)하신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또 6월 농사가 한창인 때를 당하여 가뭄이 날로 심해 곡식의 싹이 다 말랐습니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반드시 행하도록 용단(勇斷)을 내리셔서 전일(前日)의 말씀을 굽어 좇으소서. 또 둔전과 연호미의 법이 진실로 아름답기는 하나, 법을 세우고 제도를 정하는 것은 마땅히 민심(民心)에 순(順)히 하여야 합니다. 금년에 여러 달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화곡(禾穀)이 다 마르고, 백성들이 장차 굶어 죽게 되었는데, 어찌하여 생각을 하지 않으시고 취렴(聚斂)을 가하고자 하십니까? 어찌 정부(政府)의 의논[擬議]을 기다린 연후에 이해(利害)를 알겠습니까?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채택하여 시행하소서."

하였다. 전교(傳敎)하기를,

"둔전(屯田)과 연호미(煙戶米)의 법을 영구히 없애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3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01면
  • 【분류】
    군사-병참(兵站) / 재정-전세(田稅) / 과학-천기(天氣)

  • [註 230]
    기수(氣數) : 길흉(吉凶)·화복(禍福)의 운수.
  • [註 231]
    포루(布縷) : 베와 실.
  • [註 232]
    속미(粟米) : 조와 쌀.

○罷屯田煙戶米法。 司諫院上疏曰:

臣等聞天地之災, 莫大於旱乾; 人心之傷, 莫甚於徵斂。 徵斂煩而未得養育之樂, 則旱乾甚, 而未盡生成之道矣。 天人相感之理, 誠不誣也。 古之論水旱者, 不過曰氣數之適然, 與夫怨氣之所召, 若非之水旱, 則不可謂之氣數也。 然則今之旱災, 氣數歟? 怨氣歟? 宜乎殿下耿耿不寐, 坐以待朝, 汲汲於生民之利害也。 臣等敢不更陳淺見, 以聞于上乎? 今國家安不忘危, 以爲儻有不虞, 何以禦之, 專以充府庫足糧餉爲急, 而改量土田, 以求其剩, 廣開屯田, 以增其斂, 至於烟戶之米、兩麥之稅, 無不斂焉。 此雖遠慮, 皆爲目前之害, 徒取怨於民也。 蓋改量之田, 倍斂於前, 已爲民怨, 復以屯田、戶米、兩麥之稅, 聚加一時, 怨讟之興, 莫此甚也。 孟子曰: "有布縷之征, 有粟米之征, 有力役之征。 用其二, 則民有飢莩, 用其三, 則父子離。" 今之征斂, 已甚於此, 旱氣之甚, 恐由此也。 願殿下停罷屯田、戶米、兩麥之稅, 以解民怨, 以弭天災。

敎曰: "只罷屯田之法。"

〔○〕 司憲府上疏曰:

求言必行, 人主之德也。 於五六月之間, 旱氣太甚, 殿下心常軫念, 求言臺諫, 又咨刑曹。 臣等敢以狂瞽之言, 上達聖聰, 今旣月餘, 未見殿下採擇之實, 前日求言之意安在? 又當六月盛農時, 旱氣日熾, 苗盡槁矣。 伏望殿下, 勇於必行, 俯從前日之言。 且屯田烟戶米之法, 雖信美矣, 然立法定制, 當順民心。 今年累月不雨, 禾穀盡槁, 民將飢餓, 乃何不以爲念, 而欲加其聚斂乎? 何待政府之擬議, 然後知其利害哉? 願殿下採擇施行。

敎曰: "其永除屯田烟戶米之法。"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3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01면
  • 【분류】
    군사-병참(兵站) / 재정-전세(田稅) / 과학-천기(天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