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김희선·권근 등이 황제의 칙위 조서, 선유 성지, 어제시, 예부의 자문을 받들고 오다
참찬문하부사(參贊門下府事) 안익(安翊)·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 김희선(金希善)·예문춘추관 학사(藝文春秋館學士) 권근(權近)이 황제의 칙위 조서(勅慰詔書)와 선유 성지(宣諭聖旨)와 어제시(御製詩)와 예부(禮部)의 자문(咨文) 2통을 받들고 경사(京師)에서 돌아왔다. 그 칙위(勅慰)에 말하였다.
"사자(使者)가 이르러 왕의 수비(首妃) 강씨(康氏)가 죽었다는 말을 아뢰니, 심히 슬펐노라. 왕은 반드시 아침저녁으로 권련(眷戀)하게 생각하여 스스로 마지못할 것이다. 무슨 까닭일까? 옛날 집을 변화시켜 나라를 만들 때에 근로하여 내조(內助)하고, 삼한(三韓)에 국모로 있던 이가 강씨(康氏)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지금에는 사람은 죽고 자취만 있으니, 이것이 권련(眷戀)하여 스스로 마지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옛날 생존하였을 때, 왕이 새벽 일찍 옷을 입을 즈음을 당하면 강씨가 경루(更漏)를 여러 번 고쳐가며 살피고, 정사에 바빠서 늦게 식사하면 강씨가 절도 있게 하여 받들며, 조회를 보는 날에는 강씨가 궁빈(宮嬪)을 거느려 배웅하고, 해가 저물면 강씨가 궁빈을 거느려 촛불을 잡고 영접하여 침소로 돌아갔을 것이다. 지금은 강씨가 영원히 가서 난대(鸞臺)의 맑은 거울을 베풀지 않으며, 왕이 새벽 조회에 나가도 보내는 사람이 없으며, 저물게 침소에 돌아와도 돌아보고 물을 데가 묘연(杳然)하고, 다만 궁빈(宮嬪)과 시아(侍兒)가 관(棺)을 어루만지며 슬퍼하여 눈물이 그치지 않는 것을 볼 뿐이니, 슬픔이 어떻겠는가? 슬프다! 장사를 지낸 뒤에 세월이 물 흐르듯하여, 푸른 풀은 무덤에 우거지고, 여우와 토끼는 그 사이에 왕래하며, 옆에 있는 교목(喬木)은 늙은 줄기가 우뚝 서 있고, 해가 저물려고 하면 새는 날개를 나란히 하여 높은 가지에서 깃들며, 나무는 바람에 불리어 목메어 울고, 컴컴한 속의 시냇물은 졸졸 소리를 내며, 사람은 고요하고 밤은 깊은데, 들판은 쓸쓸하게 고요하고, 호리(蒿里)005) 의 귀신은 푸른 들에서 멀리 노래한다. 이때에 수비(首妃) 강씨의 혼이 아는 것이 있다면 멀리 궁궐을 바라보고 어찌 멀고 아득한 사이에서 처창(悽愴)하지 않겠는가? 이 같은 것을 왕이 회련(懷戀)하는가? 강씨는 갔으니, 왕은 마땅히 자중하여야 하겠으므로 칙유(勅諭)하는 것이다."
선유 성지(宣諭聖旨)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조선 국왕(朝鮮國王)이여! 나는 아직도 기운이 난다. 홍무(洪武) 21년에 그대의 조그만 나라 군마(軍馬)가 압록강(鴨綠江)에 이르러 장차 이 중국을 치려 하였다. 그 시절에 이(李) 【휘(諱).】 가 한 번에 회군하여 지금 고려국에 왕노릇하고 국호를 조선(朝鮮)이라 고쳤으니 자연의 천도(天道)요, 조선 국왕의 지성인데, 지금 두 나라 사이에 수재(秀才)가 매양 농간을 부려 곧지 못하고 바르지 못하였다.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기는 데는 일마다 지성을 요하며, 직직 정정(直直正正)하여야 할 것이니, 해가 어디에서 떠서 어디로 떨어지겠는가? 천하에는 한 개의 해가 있을 뿐이니, 해는 속일 수 없는 것이다. 그대 나라에서 사신이 다시 올 때에는 한화(漢話)를 아는 사람을 보내고, 한화(漢話)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올 필요가 없다. 우리 손아(孫兒)와 조선 국왕의 손아(孫兒)의 성혼(成婚)하는 것을 승락할 때에는, 한화(漢話)를 아는 재상을 보내라. 내가 그 사람에게 말하여 돌려보내겠다. 먼저 온 4인의 수재(秀才) 중에서 권근(權近)만 노성하고 진실하기에 놓아 돌려보낸다. 이런 얘기를 조선 국왕이 그에게 말해 주라. 새로 온 세 사람 중 한 사람도 말을 할 줄 모르니, 그 몇 사람은 모두 돌려보낸다. 머물러 둔 4인의 행력(行力)은 한 번에 다 보내겠다."
어제시(御製詩)에는,
"압록강 맑고 지경은 옛 정한 대로,
강했어도 거짓 없이 시대의 영웅이라 즐겨한다.
도망친 죄인을 들이지 않는 1천 년의 복지,
예절과 의리 모두 백세의 공적 이루었네.
한나라의 정벌은 분명히 책에 있어 상고하겠고,
요나라의 정벌한 것006) 남긴 자취 살펴야 할 것일세.
정회(情懷)는 하늘 중심에 성취된 듯,
물에는 파도 없고 수자리도 변동 없다." 【위는 압록강(鴨綠江).】
"우물과 동네 옮겨 가서 저자가 황량하여,
우거진 풀 눈에 가득 길손이 상심한다.
비원[園苑]에는 꽃이 있어 벌이 꿀 모아가고,
궁전과 누대(樓臺)에는 주인 없어 토끼의 고장 되었네.
행상(行商)은 길을 돌아서 새 성으로 가고,
앉은 장사 옮겨 살며 옛 동네 그리워한다.
이것이 옛날 왕씨의 기업(基業),
단군(檀君)이 가신 지 오래이니 몇 번이나 경장(更張)하였노." 【위는 고려(高麗)의 고경(古京).】
"지경에 들어서면 들에 가득 농사하는 노래 들린다.
군사를 파하고 김매고 심은 지 몇 춘추(春秋)인가.
수루(戍樓)에 달린 변탁(邊鐸)이 녹슬고,
망보(望堡)에는 재와 낙엽 몰려서 흙더미 되었네.
역리(驛吏)는 먼 길 편히 온 것 기쁘게 마중하고,
일부(馹夫)들 기쁘게 놀라고 좋아서 전송한다.
하늘 끝 땅 끝까지 닿은 중화(中華)의 경계,
벼와 기장 밭에 가득하여 해마다 거둔다." 【위는 사신이 요좌(遼左)를 지나며.】
하였는데, 이 3편(篇)의 시(詩)는 황제가 권근(權近)에게 준 것이었다. 처음에 근(近)이 입조(入朝)하니, 황제가 대화를 하고서 근(近)이 학식이 있는 것을 알고는, 제목(題目)을 명하여 시 24편(篇)을 짓게 하였다. 근이 명에 응하여 지었는데, 왕경작고(王京作古)란 제목에 대하여,
"왕씨(王氏)가 동녘 제후 되어,
5백 년 유지했더니,
쇠미하여 종내는 도(道)를 잃었으니,
흥하고 망하는 것 실로 하늘에 관계되네.
처참하게 성은 아직도 있건만,
번화하던 나라는 이미 옮겼소.
내 와보고 탄식만 더하는데,
높은 나무에 찬 연기 서렸네."
하고 이씨이거(李氏異居)란 제목에 대하여,
"동쪽 나라에 어려운 일 많았는데,
우리 임금 공 이루어,
백성을 무마하고 혜정(惠政)을 닦으며,
대국을 섬기는 데 충성 다했소.
나라 이름 지어주신 은총받고서,
사는 곳 옮기고 읍성(邑城) 건설하였소.
원컨대 직공(職貢)을 닦아,
만대로 황명(皇明)을 받드리이다."
하고, 출사(出使)라는 제목에 대하여,
"사신으로 나옴은 엄명(嚴命)을 받고서,
어버이 하직하고 먼 길 올랐습니다.
달려간다 어찌 피로함을 말하오리.
왕의 일이 견고하지 못하니 매양 근심될 뿐입니다.
시원스레 천문(天門)을 여셨는데,
가도가도 역로(驛路)는 멀기도 합니다.
원컨대, 충성의 뜻을 펴 놓아서,
만의 일이라도 황제께 통하고저."
하고, 봉조선명지경(奉朝鮮命至京)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성인 임금 용처럼 일어나시어 만방(萬方)을 무수(撫綏)하시니,
먼 곳 사람 산 넘고 바다 건너 와서 조공합니다.
왕성한 상서 기운 황궁이 장(壯)하고,
빛나는 문장(文章)에는 제업(帝業)이 창성합니다.
새벽 안개 개이니 선장(仙杖)007) 이 햇빛에 빛나고,
하늘 바람 불어서 어로(御爐)의 향기 풍기네.
소신도 은혜와 영광 넓으심을 입어,
붉은 뜰 앞에 들어와 빛나는 광채 가까이 모셨네."
하고, 도경서경(道經西京)이란 제목에 대하여,
"천년된 기자(箕子)의 땅 바닷가에 걸쳤는데,
팔조(八條)의 끼친 풍속 지금도 남아 있네.
높다란 먼 뫼 평야에 둘러 있고,
좔좔 흐르는 긴 강 옛 마을 둘러 있소.
만리에서 산 넘고 바다 건너 들어와 늘 조공하옵고,
삼한(三韓) 나라 지경은 길이 제후국 될 것입니다.
은근히 거민(居民)들과 말하옵는 것,
생생(生生)을 이루는 것 그것이 성은(聖恩)이라 하였소."
하고, 도압록(渡鴨綠)이란 제목에 대하여,
"변방 고을 쓸쓸한데 나무만이 늙고 푸르러,
긴 강 한 줄기로 요양(遼陽)과 격해 있네.
황풍(皇風)은 중화(中華)와 동이(東夷)를 제한하지 않는데,
땅 이치 어이하여 이 경계를 나눴는가.
파도(波濤)에 작은 배 되는 대로 흔드는데,
천일(天日)이 멀고 거친 땅 비취는 것 기쁘게 바라봅니다.
누가 이번 가는 총총한 뜻 알으리까.
은혜로운 말씀 우리 임금께 알리려 원합니다."
하고, 유요좌(由遼左)라는 제목에 대하여,
"학들[鶴野]008) 이 지리하게 길이 먼데,
이름 있는 고을들 바둑처럼 펼쳐 있어 모두가 크고 강합니다.
먼 곳에서 덕의를 사모하여 조빙을 닦고,
여러 장수 위엄 떨쳐 국토와 지경 개척합니다.
사마(駟馬) 기약한다고 다리 기둥에 어찌 쓸 수[題桂] 있으리.009)
관문지기[關人] 기수(棄繻)010) 하는 미친 것을 웃지 마소.
다행히도 지금 사해(四海)가 문화를 같이하여서,
가장 좋은 일 대국에 관광하는 것이오."
하고, 항래주해(航萊州海)라는 제목에 대하여,
"열 길 돛대에 만곡(萬斛)들이 배,
구름 활짝 열리니 창해(滄海) 아득하여 가이 없네.
별이 물결에 드리워 서로 비치고,
물이 은하(銀河)에 부딪쳐 맞붙어 이었구나.
가다가 대양(大洋) 반쯤에서 장사(壯士)011) 를 슬퍼하리.
멀리 삼도(三島)012) 의 신선에게 물어 무엇하리.
배 안에서 흥겨워 누운 채 우러러보니,
두둥실 띄운 이 떼[槎] 하늘까지 가는 듯."
하고, 시고개벽동이주(始古開闢東夷主)라는 제목에 대하여,
"듣자하니 황막한 그 옛날,
단군(檀君)이 단목가에 강림하시어,
동쪽 나라 왕위에 오르시니,
그때가 제요(帝堯)의 시절.
대를 전해온 것 몇인지,
햇수는 천년을 지났다 하오.
그 뒤에 기자(箕子)의 대(代)에도,
한가지로 조선(朝鮮)이라 이름하였소."
하고, 상망일본(相望日本)이란 제목에 대하여,
"동으로 바라보면 큰 파도 넘어,
왜놈[倭奴]이 있는데 성질도 완악하다오.
한 번도 성인(聖人)의 교화 못받아,
항상 흉악하고 간사합니다.
노략하고 도둑질로 이웃나라 침범하면서,
바닷가 산기슭에서 살아간다 합니다.
하늘의 뜻 받들어 토벌하여서,
죄를 묻고 개선(凱旋)하여 돌아오소서."
하고, 금강산(金剛山)이란 제목에 대하여,
"눈속에 우뚝하게 선 천만 봉우리,
바닷구름 헤치고 옥 연꽃이 섰네.
넘실대는 신비한 빛 창해(滄海)를 닮은 듯,
꿈틀대는 아득한 기운 조화(造化)를 모았는 듯.
우뚝 솟은 산부리는 조도(鳥道)를 굽어보고,
맑고 깊숙한 골 안에는 신선의 자취 감추었네.
동국(東國)에 놀면서 절정에 올라서,
큰 바다 굽어보며 가슴 한 번 씻고저."
하고, 신경지리(新京地理)란 제목에 대하여,
"바다 나라 천년 만에 성명(聖明)하신 임금 만나,
우리 임금 귀부(歸附)하여 단성(丹誠)을 바칩니다.
백성을 기르라 하여 조선 국호 받았고,
집 지어서 새롭게 한양성 개척했네.
한 물줄기 남으로 둘러 있어 넘실거려 흐르고,
세 산이 북쪽을 눌러 우뚝하게 솟아 있소.
구구한 지리를 무얼 말씀하리.
길이 황은(皇恩)을 입어 태평을 즐기오리다."
하고, 진한(辰韓)이란 제목에 대하여,
"삼한(三韓) 옛적에 솥발처럼 분립하여,
천리가 병쟁(兵爭)에 피곤하였었소.
이기기도 지기도 힘이 서로 비등하여,
통합하기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왕공(王公)이 처음 의거 높이 드시니,
김씨(金氏)도 멀리 정성으로 귀화하여,
그로부터 오늘까지,
우리 백성 생업을 이루었습니다."
하고, 마한(馬韓)이란 제목에 대하여,
"작다란 마한[馬朝] 땅이,
구구하게 고래 노는 바닷가에 있었소.
세 방면을 처음에 분할하더니,
통일하려고 끝내는 화친하였소.
무기 날카롭던 천년 뒤에는,
뽕과 삼 네 들에 봄이 왔오.
하물며 지금은 성명한 시대 만나,
먼 백성 같은 인정(仁政) 입었습니다."
하고, 변한(弁韓)이란 제목에 대하여,
"동쪽 나라 셋으로 나뉘었을 때,
민생이 오래 편치 못했습니다.
분분한 만촉(蠻觸)013) 의 싸움,
시끄러운 변(弁)·진한(辰韓)이라 하였습니다.
옛 진터에 슬픈 바람이 일고,
거친 누대에는 흰 달이 차갑습니다.
통일을 이룬 뒤부터,
피차가 없어져 길이 기쁨을 나누옵니다."
하고, 신라(新羅)라는 제목에 대하여,
"그 옛날 혁거세왕(赫居世王),
오봉(五鳳)014) 년간에 개국했다 합니다.
대대로 전한 것이 천년이 되옵는데,
그대로 한 모퉁이를 보전하였소.
문득 계림(雞林) 땅을 가져다,
면면(緜緜)하던 삼성(三姓)의 종묘,
영영 끊어진 것 참으로 가련합니다."
하고, 탐라(耽羅)란 제목에 대하여,
"푸르르고 푸른 한 점의 한라산(漢羅山)이,
만경창파 아득한 속에 멀리 있네.
사람이 별[星芒]을 움직여 바다 나라에 왔었고,
말은 용의 씨를 낳아서 천한(天閑)에 들어갔다오.016)
땅은 궁벽되나 백성들이 업이 있어 살아가고,
바람이 편하면 장삿배가 겨우 오고가오.
성명의 시대에 직방(職方)에서 판적(版籍)을 꾸밀 때,
그 고장 누추하지만 부디 빠치지 마옵소서."
하고, 대동강(大同江)이란 제목에 대하여,
"기자(箕子)의 남긴 터 땅은 그대로 평야인데,
큰 강이 서쪽으로 꺾이며 외로운 성 싸 안았소.
연기 물결 아득하여 하늘에 닿은 듯 멀리 있고,
모래 물 맑고 밝아 밑바닥까지 청청합니다.
널리 일백 냇물[百州] 받아서 항상 좔좔 흐르고,
만상(萬像)이 비쳐서 다시 가득합니다.
힘차게 바다로 들어가 종주(宗主)에 모이는 뜻,
바로 우리 임금의 대국 섬기는 정성 그것입니다."
하고, 청고가어내빈(聽高歌於來賓) 【내빈은 누(樓)의 이름.】 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만국(萬國)이 손으로 와서 옥경(玉京)에 모이니,
높은 누각 그대 위해 길가에 세워졌네.
술기운 훈훈하면 편한 생각 뼛속에 스며들고,
노랫가락 맑게 흘러 정서를 움직이네.
바람에 노리개 흔들리니 주옥(珠玉)이 부서지는 듯,
향기는 춤추는 소매에 나부껴 깁옷이 가벼웁다.
먼 곳 사람 놀며 관상함이 얼마나 되옵던가.
미신(微臣)의 이날 영광 같은 이 적으리라."
하고, 열영인어중역(閱伶人於重譯) 【중역은 누의 이름.】 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먼 곳 나그네 은총 입고 봉성(鳳城)에 나서니,
큰 거리 한낮에 말굽도 가볍도다.
누각에 올라 가장 좋은 것 마루가 넓직하고,
술 들고서 보고픈 것 기악(妓樂)이 흥청함일세.
웃으며 말하는 재담 참으로 유쾌하고,
허리와 사지 부드럽게 도는 것 더욱 놀랍구나.
이제는 배우들의 교묘한 것 구경하고서,
거나하니 취한 것 성상의 은정이어라."
하고, 인상남시명정이귀(引觴南市酩酊而歸) 【남시(南市)는 누의 이름.】 라는 제목에 대하여,
"1백 자 높은 누각 저자 위에 솟았는데,
노는 사람 올라 볼 제 흥취도 유연(悠然)하다.
긴 거리에 만 가지 물화는 분분하게 교역되고,
화려한 집 천(千) 지붕 멀리 서로 연하였네.
금잔에 가득 부어 들면서 묘한 춤 구경하고,
옥비파 또 다시 들으면서 새 시를 읊었도다.
황은(皇恩)이 그처럼 넓으시니 어찌 취하는 것 사양하리.
명정해서 돌아오니 달이 중천에 떠 있었소."
하고, 개회북시낙백이환(開懷北市落魄而還) 【북시(北市)는 누의 이름.】 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종부산(鐘阜山)앞에 북시루(北市樓) 서 있어서,
붉은 지붕 돌올하게 신성한 땅 자랑한다.
관광(觀光)하는 먼 데 사람 은총 받고 이르오니,
노래하는 예쁜 사람 술 권하며 붙들었소.
마음놓고 싫도록 마시오니 참으로 질탕(軼宕)하였는데,
정신 잃고 부축해 들어옴도 그 역시 멋이어라.
은택에 깊이 잠기옴은 전에는 없던 일,
감격한 마음 뼈를 가루하여 보답할 뿐입니다."
하고, 취선창음유목어강고(醉仙暢飮遊目於江皐) 【취선(醉仙)은 누의 이름.】 라는 제목에 대하여,
"좋은 날 관광하노라 취선루(醉仙樓)에 올라서,
난간에 의지하여 강 하늘 향해 보니,
바람·연기는 아득하게 서울 땅 밖으로 연해 있고,
구름·물 망망한 것 바다까지 접했도다.
좋은 술 명정하게 취함도 싫지 않은데,
진미에 향기롭고 신선한 것 배불렀네.
한 소리 맑은 노래 나그네 근심 사라져서,
황은(皇恩)에 깊은 것 감격하여 만년수 축원하오."
하고, 학명재좌문환패이산산(鶴鳴再坐聞環佩而珊珊)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학명루(鶴鳴樓) 위에서 오래 배회(徘徊)하니,
패물찬 각시 사뿐사뿐 걸어온다.
고운 노래 옥비파에 반주한 것 기뻤는데,
고운 손 금잔을 받들 줄 보올건가.
남쪽으로 임한 곳 제국의 산하(山河)도 장할시고.
북으로 대하오니 천문(天門)에 일월(日月)이 밝았어라.
내신(內臣)이 성은 전달함을 얻어서,
사흘이나 거리에 놀고서 취하여 돌아왔다네."
하였다. 황제가 아름답게 여겨 상을 주고, 문연각(文淵閣)에 종사(從仕)하게 하였다.
또 어제시(御製詩)를 주었으니, 대개 총이(寵異)하게 한 것이었다. 그 자문(咨文)의 하나는,
"성지(聖旨)를 받들어 금후로는 사신(使臣)을 보낼 때에는 한인(漢人)의 말을 통하는 사람을 보내고, 한인의 말을 통하지 못하는 사람은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하고, 또 하나는 이러하였다.
"예부 시랑(禮部侍郞) 장병(張炳) 등이 공경하여 성지(聖旨)를 받들었는데, ‘옛날부터 위로는 임금에 이르고, 다음은 분모(分茅) 조토(胙土)의 임금에 이르기까지, 나라를 열고 집을 이음에는 반드시 정인(正人) 군자(君子)를 얻어야 바야흐로 나라가 창성하니, 첫머리로 소인을 쓰면 반드시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지금 조선 국왕이 왕씨의 수가 다하고 하늘이 장차 운수를 고치려 함을 인하여, 인사(人事)는 아래에서 만들어지고 천도(天道)는 위에서 응하여 삼한(三韓)을 차지하고 나라 이름을 조선이라 하였으니, 백성들이 저자와 시골에 안돈되어 의례(儀禮)는 본 풍속을 인습하고 법은 옛 헌장을 지키니, 나라를 가지는 도가 온전하여졌도다. 〈그러나〉 어째서 깊은 꾀와 먼 생각을 힘써서 굳게 이웃과 친목하는 방도를 세우지 않고 좌우에 쓰는 것이 모두 경박한 소인이었는가. 비록 유사(儒士)라고 일컬으나, 실상은 옛사람들의 기부(肌膚)의 이치[理]만 표절하였으니 그 때문에 왕을 덕으로 돕지 못하는 것이고, 비록 작은 나라로 큰 나라를 섬긴다고 일컬으나 그 행문(行文)하는 것이 전장(典章)에 화를 만들기를 구하니, 실상은 삼한(三韓)에 병란의 앙화를 만드는 것이며, 조선 국왕을 몸둘 땅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무리들을 써서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우리 중국의 옛날 성신(聖臣)은, 임금이 군사를 좋아하는 자가 있으면 성신이 불가하다고 말하였다. 왜 그런가 하면, 대개 이웃나라가 서로 화목하지 못하게 되면 또 말을 닦고 글을 닦고 이름을 닦고 덕을 닦고 형벌을 닦아야 하고, 이웃나라가 착하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백성을 원방에 근로하게 하려 하지 않는다. 또 그 덕을 더 닦으면 어찌 감히 위로 천의(天意)를 어기고 아래로 산천의 영(靈)을 막아서 군사를 일으켜 선량한 백성에게 앙화를 끼칠 수 있겠는가? 지금 조선에서 매년 표전(表箋)을 짓는 자가 문사(文辭)로 화를 얽으니, 우리에게 있어서는 비록 반드시 그렇게 여기지 않지마는, 산천과 위아래의 신지(神祗)가 아는 것이 있다면, 화가 장차 올 날이 있어서 반드시 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 예부(禮部)는 조선 국왕에게 이문(移文)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요하게 헤아려서 짐(朕)의 말한 것을 알게 하라."
- 【태백산사고본】 3책 11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01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05]호리(蒿里) : 사람이 죽으면 혼백이 들어가 머문다는 곳.
- [註 006]
요나라의 정벌한 것 : 요(遼)에 정벌한 것이란 고려 때 소배압(蕭排押)이 10만 대군으로 침입하였으나 강감찬(姜邯贊) 장군에게 패한 사실을 말하는 것임.- [註 007]
선장(仙杖) : 천자의 의장(儀仗).- [註 008]
학들[鶴野] : 학야(鶴野)란 요동 평야를 가리켜 말한 것임.- [註 009]
사마(駟馬) 기약한다고 다리 기둥에 어찌 쓸 수[題桂] 있으리.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서쪽으로 갈 때에 승선교(昇仙橋)를 지나다가 다리 기둥에 쓰기를 "고거사마(高車駟馬)를 타지 않으면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 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그렇게 하고 돌아왔다. 사마(駟馬)란 네 필의 말이 끄는 수레이다.- [註 010]
관문지기[關人] 기수(棄繻) : 수(繻)는 비단으로 만든 부신(符信)임. 한(漢)나라 종군(終軍)이 나이 18세에 박사 자제(博士子弟)로 뽑히어 관문(關門)을 들어가는데, 관리(關吏)가 종군에게 수(繻)를 주므로, 종군이 묻기를, "이것은 무엇하는 것인가." 하니, 관리가 말하기를 "다시 역마를 타고 돌아올 때에 합부(合符)해야 된다." 하였으나 종군이 이를 버리고 갔다. 뒤에 알자(謁者)가 되어서 절(節)을 세우고 나오니, 관리가 알아보고 "이 사자(使者)가 전에 수를 버리고 간 선비라." 하였다.- [註 011]
장사(壯士) : 한(漢)나라가 항우(項羽)를 멸(滅)하매, 전횡(田橫)이 그 무리 5백 인을 데리고 해도(海島) 속으로 들어갔다가, 한나라에서 부르니 전횡이 낙양(洛陽)으로 나오다가 30리를 남겨 놓고 자살하였으므로, 그 무리 5백 인도 전횡의 죽음을 듣고 모두 자살하였다.- [註 012]
삼도(三島) : 발해(渤海) 가운데에 있는 삼신산(三神山).- [註 013]
만촉(蠻觸) : 달팽이의 왼쪽 뿔 위에 있는 나라를 만(蠻), 오른쪽 뿔 위에 있는 나라를 촉(觸)이라 하는데, 지극히 하찮은 일로 서로 다투는 것을 말함.- [註 014]
오봉(五鳳) : 신라가 개국한 것이 한나라 선제(宣帝) 오봉 원년(五鳳元年)이었음.- [註 015]
곡령(鵠嶺) 임금에 조공하여, : 곡령(鵠嶺)은 송악산(松嶽山)을 말함이니, 신라가 고려에 항복하였다는 말임.- [註 016]
말은 용의 씨를 낳아서 천한(天閑)에 들어갔다오. : 황제의 마굿간. 제주도에서 말을 길러 그 중에서 뛰어난 말을 중국에 조공하였음.○辛酉/參贊門下府事安翊、同知中樞院事金希善、藝文春秋館學士權近齎擎皇帝勑慰詔書及宣諭聖旨、御製詩、禮部咨文二道, 回自京師。 其勑慰曰:
使者至, 聞王首妃康氏薨, 嗚呼甚矣哉! 王必晨昏眷戀, 不能自已。 爲何? 昔化家爲國, 勤勞內助, 母儀三韓, 非康氏者誰? 今也人亡迹在, 此非眷戀不能自已者乎? 況昔存時, 王當宵衣之際, 康氏數更而省之; 旰食勤勞, 康氏節之而以奉歲月; 視朝之時, 康氏率宮嬪以送; 日暮也, 康氏率宮嬪秉燭而迎, 以歸寢處。 今也康氏長往, 鸞臺之淸鏡不張。 王晨朝, 稀人而送; 暮歸寢處, 顧問杳然。 但目宮嬪侍兒撫棺唏噓, 淚之不已者, 傷如之何? 嗚呼! 殯葬之後, 歲月如流, 靑蕪蔓塚, 狐兔往來乎其間, 旁近喬木, 老幹崢嶸。 日將暮也, 飛者比翼而(捷)〔棲〕 于高柯, 樹因風而嗚嗚咽咽, 幽陰之澗水, 潺潺然而有聲。 人靜更深, 野郊寥寥然而寂寂, 蒿里之神, 遙歌於莽蒼。 當此時也, 首妃康氏神魂有知, 遙望宮闈, 寧不悽愴於窅漠之間? 若此, 王其懷之乎? 戀之乎? 康氏往矣, 王當自重。 故勑。
宣諭聖旨曰:
朝鮮國王, 我上出氣力。 洪武二十一年, 爾小國軍馬到鴨綠江, 起將來打這中國。 那時節, 李諱一發回去。 如今得了王高麗國, 改號朝鮮, 自然天道。 朝鮮國王至誠, 如今兩國之間, 秀才每戲弄, 不直不正。 以小事大, 事事都要至誠直直正正。 日頭那里起那里落? 天下只是一箇日頭, 慢不得日頭。 爾那里使臣再來時, 漢兒話省的著他來, 一發不省的不要來。 我這裏孫兒, 朝鮮國王孫兒做親肯的時節, 著他漢兒話省得宰相來。 我這裏說歸他。 先來的四箇秀才裏頭權近看的老實, 放回去。 這話朝鮮國王說與他。 那三箇新來的一箇饒不得。 爾這幾箇都回去, 留下的四箇行力, 一發都將去。
御製詩曰:
鴨綠江淸界古封, 强無詐息樂時雄。 逋逃不納千年祚, 禮義咸修百世功。 漢代可稽明在冊, 遼征須考照遺蹤。 情懷造到天心處, 水勢無波戍不攻。 【右鴨綠江。】 遷遺井邑市荒涼, 莽蒼盈眸過客傷。 園苑有花蜂釀蜜, 殿臺無主兔爲鄕。 行商枉道從新郭, 坐賈移居慕舊坊。 此是昔時王氏業, 檀君逝久幾更張。 【右高麗故京。】 入境聞耕滿野謳, 罷兵耨種幾春秋? 樓懸邊鐸生銅綠, 堠集煙薪化土丘。 驛吏喜迎安遠至, 馹夫忻送穩長遊。 際天極地中華界, 禾黍盈疇歲歲收。 【右使經遼左。】
三篇, 帝賜權近。 初, 近入朝, 帝賜對, 知近有學識, 命題賦詩二十四篇, 近應製。
王京作古:
王氏作東藩, 維持五百年。 衰微終失道, 興廢實關天。 慘澹城猶是, 繁華國已遷。 我來增歎息, 喬木帶寒烟。
李氏異居:
東國方多難, 吾王功乃成。 撫民修惠政, 事大盡忠誠。 錫號承天寵, 遷居作邑城。 願言修職貢, 萬世奉皇明。
出使:
出使承嚴命, 辭親作遠遊。 載馳焉告瘁? 靡盬每懷憂。 蕩蕩天門闢, 行行驛路悠。 願陳忠款志, 萬一達宸旒。
奉朝鮮命至京:
聖主龍興撫萬方, 遠人來貢有梯航。 鬱葱佳氣皇居壯, 煥赫文章帝業昌。 曉霧收開仙仗日, 天風吹送御爐香。 小臣獲被恩榮渥, 入侍丹墀近耿光。
道經西京:
千載箕封枕海門, 八條遺俗至今存。 峨峨遠岫圍平野, 袞袞長江繞古村。 萬里梯航常入貢, 三韓疆域永爲藩。 慇懃爲與居民說, 得遂生生是聖恩。
度鴨綠:
塞邑蕭條樹老蒼, 長江一帶隔遼陽。 皇風不限華夷界, 地理何分彼此疆! 任見波濤掀小艇, 欣瞻天日照遐荒。 誰知此去怱怱意? 願奉恩綸報我王。
由遼左:
鶴野漫漫道路長, 名藩碁布摠雄强。 遠方慕義修朝聘, 諸將宣威拓土疆。 駟馬敢期題柱志, 關人休笑棄繻狂。 幸今四海同文軌, 最好遊觀上國光。
航萊州海:
十丈風帆萬斛船, 雲開蒼海渺無邊。 星垂雪浪相涵映, 水拍銀河共接連。 可向半洋悲壯士, 不須三島問群仙。 舟中偃仰堪乘興, 自是浮槎便上天。
始古開闢東夷主:
聞說鴻荒日, 檀君降樹邊。 位臨東國土, 時在帝堯天。 傳世不知幾, 歷年曾過千。 後來箕子代, 同是號朝鮮。
相望日本:
東望洪濤外, 倭奴稟性頑。 未嘗霑聖化, 常自肆兇奸。 剽竊侵隣境, 偸生寄海山。 願將天討去, 問罪凱歌還。
金剛山:
雪立亭亭千萬峰, 海雲開出玉芙蓉。 神光蕩漾滄溟近, 淑氣蜿蜒造化鍾。 突兀岡巒臨鳥道, 淸幽洞壑秘仙蹤。 東遊便欲凌高頂, 俯視鴻濛一盪胸。
新京地理:
海國千年遇聖明, 我王歸附貢丹誠。 牧民寵受朝鮮號, 作室新開漢邑城。 一水繞南流蕩漾, 三山鎭北聳崢嶸。 區區地理何須說? 永荷皇恩樂太平。
辰韓:
三韓曾鼎峙, 千里困兵爭。 勝負力相敵, 兼幷功未成。 王公初擧義, 金氏遠輸誠。 自此至今日, 吾民得遂生。
馬韓:
渺渺馬韓地, 區區鯨海濱。 三方初割據, 一統竟和親。 鋒鏑千年後, 桑麻四野春。 況今逢聖代, 遠俗被同仁!
弁韓:
東國三分際, 民生久未安。 紛紛蠻觸戰, 擾擾弁、辰韓。 古壘悲風起, 荒臺澹月寒。 自從成統合, 彼此永交歡。
新羅:
伊昔赫居世, 開邦五鳳翠。 相傳千歲久, 粗保一偶偏。 却獻雞林土, 來朝鵠嶺天。 緜緜三姓祀, 永絶正堪憐。
耽羅:
蒼蒼一點漢羅山, 遠在洪濤浩渺間。 人動星芒來海國, 馬生龍種入天閑。 地偏民業猶生遂, 風便商帆僅往還。 聖代職方修版籍, 此邦雖陋不須刪。
大同江:
箕子遺墟地自平, 大江西折抱孤城。 烟波縹渺連天遠, 沙水澄明(澈)〔徹〕 底淸。 廣納百川常混混, 虛涵萬像更盈盈。 霈然入海朝宗意, 正似吾王事大誠。
聽高歌於來賓 【樓名。】 :
萬國來賓會玉京, 高樓爲向路傍營。 酒熏和氣淪肌骨, 歌咽淸聲感性情。 風動佩環珠玉碎, 香飄舞袖綺羅輕。 遠人遊賞知多少, 爭似微臣此日榮。
閱伶人於重譯 【樓名】 :
遠客承恩出鳳城, 天街白日馬蹄輕。 上樓最愛軒窓逈, 擧酒貪看技樂成。 笑語詼諧誠可喜, 腰肢孌轉更堪驚。 如今得閱伶才巧, 大醉陶然荷聖情。
引觴南市, 酩酊而歸 【南市樓名】 :
百尺高樓壓市廛, 遊人登眺興悠然。 長街萬貨紛交錯, 華屋千甍遠接連。 屢引金觴看妙舞, 更聞瑤瑟賦新篇。 皇恩旣渥那辭醉? 酩酊歸來月上天。
開懷北市落魄而還 【北市樓名】 :
鐘阜山前北巿樓, 朱甍突兀控神州。 觀光遠客承恩至, 度曲佳人勸酒留。 縱飮開懷眞軼宕, 扶歸落魄亦風流。 沈酣德澤曾無比, 感激唯思粉骨酬。
醉仙暢飮, 遊目於江皐。 【醉仙, 樓名】 :
勝日遊觀上醉仙, 欄干徙倚向江天。 風煙縹渺連圻外, 雲水微茫接海堧。 美酒不辭成酩酊, 珍羞且得飽芳鮮。 一聲淸唱羈愁盡, 深感皇恩祝萬年。
鶴鳴再坐聞環佩而珊珊:
鶴鳴樓上久徘徊, 環佩珊珊緩步來。 已喜淸歌和寶瑟, 況看纖手捧金杯! 南臨帝甸山河壯, 北對天門日月開。 得被內臣宣聖澤, 遊街三日醉扶回。
帝嘉賞之, 令從仕文淵閣, 且賜御製, 蓋寵之也。 咨文, 一曰:
奉聖旨: 今後差使臣來時, 要通漢人言語的來, 不通漢人言語的不許來。
一曰:
禮部左侍郞張炳等欽奉聖旨: "自古上至人君, 次至分茅胙土之君。 開國承家, 必得正人君子, 方乃國昌, 首用小人, 必亂邦也。 卽今朝鮮國王, 因王氏數終, 天將更運, 人事造於下, 天道應於上, 而有三韓, 國號朝鮮。 民妥於市鄕, 儀仍本俗, 法守舊章, 有國之道, 全矣。 奈何不務深謀遠慮, 固建睦隣之道, 左右所用, 皆輕薄小人? 雖稱儒士, 實剽竊古人肌膚之理, 所以不能以德助王, 雖稱以小事大, 其行文也, 搜求搆禍典章, 實造兵殃於三韓, 委朝鮮國王無置身之地。 此等之徒, 用之何益! 我中國古昔聖臣, 君有好兵者, 聖臣以爲不然。 云何? 蓋爲隣邦有不相和睦者, 且修言修文修名修德修刑。 隣邦不善, 尙未肯勤民於遠, 又增修其德。 安敢上違天意, 下阻山川之靈, 而乃興師以殃良善! 今朝鮮每歲措表箋者, 以文詞而搆禍。 在我雖不以爲必然, 山川上下神祇, 有所知覺, 禍將有日, 必不可逃。 爾禮部移文朝鮮國王, 深思靜慮, 知朕所言。"
- 【태백산사고본】 3책 11권 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01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