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 자초와 여러 신하들의 의견을 들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다. 적성 광실원이 좋다는 의견도 나오다
임금이 〈남경 의〉 옛 궁궐터에 집터를 살피었는데, 산세를 관망(觀望)하다가 윤신달 등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떠냐?"
〈그가〉 대답하였다.
"우리 나라 경내에서는 송경이 제일 좋고 여기가 다음가나, 한되는 바는 건방(乾方)059) 이 낮아서 물과 샘물이 마른 것뿐입니다."
임금이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송경 인들 어찌 부족한 점이 없겠는가? 이제 이곳의 형세를 보니, 왕도가 될 만한 곳이다. 더욱이 조운하는 배가 통하고 〈사방의〉 이수도 고르니, 백성들에게도 편리할 것이다."
임금이 또 왕사(王師) 자초(自超)에게 물었다.
"어떠냐?"
자초가 대답하였다.
"여기는 사면이 높고 수려(秀麗)하며 중앙이 평평하니, 성을 쌓아 도읍을 정할 만합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의견을 따라서 결정하소서."
임금이 여러 재상들에게 분부하여 의논하게 하니, 모두 말하였다.
"꼭 도읍을 옮기려면 이곳이 좋습니다."
하윤이 홀로 말하였다.
"산세는 비록 볼 만한 것 같으나, 지리의 술법으로 말하면 좋지 못합니다."
임금이 여러 사람의 말로써 한양(漢陽)을 도읍으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전 전서 양원식(楊元植)이 나와서 말하였다.
"신이 가지고 있던 비결은 앞서 이미 명령을 받아서 올렸거니와, 적성(積城) 광실원(廣實院) 동쪽에 산이 있어 거기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계족산(雞足山)이라 하는데, 그 곳을 보니 비결에 쓰여 있는 것과 근사합니다."
이에 임금이 말하였다.
"조운할 배가 통할 수 없는데, 어찌 도읍 터가 되겠는가?"
원식(元植)이 대답하였다.
"임진강에서 장단까지는 물이 깊어서 배가 다닐 수 있습니다."
임금은 그만 연(輦)을 타고 종묘 지을 터를 보고서 노원역(盧原驛) 들판에 이르러 유숙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059]건방(乾方) : 서북쪽.
○庚辰/上相宅于舊闕之基, 觀望山勢, 問尹莘達等曰: "此地何如?" 對曰: "我國境內, 松京爲上, 此地爲次。 所可恨者, 乾方低下, 水泉枯涸而已。" 上悅曰: "松京亦豈無不足處乎? 今觀此地形勢, 可爲王都。 況漕運通道里均, 於人事亦有所便乎?" 上問王師自超: "此地如何?" 超對曰: "此地, 四面高秀, 中央平衍, 宜爲城邑。 然從衆議乃定。" 上令諸宰相議之, 僉曰: "必欲遷都, 此處爲可。" 河崙獨曰: "山勢雖似可觀, 然以地法論之則不可。" 上以衆人之言, 定都漢陽。 前典書楊元植進曰: "臣之所藏密書, 前者承命已進。 積城 廣實院東有山, 問其居人, 名曰雞足。 相其地, 密書所說, 似相近也。" 上曰: "漕運不通, 安敢爲都會之處乎?" 元植對曰: "自臨津至長湍, 水深可以行舟。" 上遂上輦, 相營宗廟之地, 次于盧原驛郊。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