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가 안변에서 후에 개국 공신이 된 한충과 김인찬을 처음으로 만나다
9월, 태조가 동북면으로부터 이르렀다. 이번 행차에 태조가 돌아오다가 안변(安邊)에 이르니, 비둘기 두 마리가 밭 한가운데의 뽕나무에 모여 있는지라, 태조가 이를 쏘니 한 번에 비둘기 두 마리가 함께 떨어졌다. 길가에서 두 사람이 김을 매고 있었으니 한 사람은 한충(韓忠)이요, 한 사람은 김인찬(金仁贊)인데, 이를 보고 탄복하면서 말하기를,
"잘도 쏩니다. 도령(都領)의 활솜씨여!"
하니, 태조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나는 벌써 도령(都領)은 지났다."
하고는, 이내 두 사람에게 명하여 비둘기를 가져다가 먹게 하였다. 이에 두 사람이 조밥[粟飯]을 준비하여 바치니, 태조가 그 성의를 보아 조밥을 먹었다. 두 사람은 마침내 태조를 따라가 떠나지 않고서 모두 개국 공신(開國功臣)의 반열(班列)에 참여하였다. 태조의 활달하여 세상을 구제하는 도량과 인후(仁厚)하여 생명을 아끼는 덕은 천성(天性)에서 나왔으므로, 공훈(功勳)이 크게 빛났으나 더욱더 겸손하고 공손하였다. 또 본디부터 유술(儒術)을 존중했으므로 일찍이 가문(家門)에서 유학(儒學)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이 없음을 불만히 여겨, 전하(殿下)043) 로 하여금 스승에게 나아가서 학문을 배우게 하니, 전하께서도 날마다 부지런하여 글읽기를 게을리하지 아니하였다. 태조가 일찍이 이르기를,
"내 뜻을 성취할 사람은 반드시 너일 것이다."
하였다. 비(妃) 강씨(康氏)가 매양 전하의 글읽는 소리를 듣고 탄식하며 말하기를,
"어찌 내가 낳은 아들이 되지 않았는가?"
하였다. 이 해에 전하가 과거(科擧)에 급제하니, 태조가 대궐 뜰[闕庭]에 절하고는 매우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 후에 제학(提學)에 임명되니 태조가 매우 기뻐하여, 사람을 시켜 관교(官敎)044) 를 읽기를 두세 번에 이르렀다. 태조가 매양 빈객(賓客)과 연회할 적에 전하로 하여금 연귀(聯句)를 하게 하고 문득 이르기를,
"내가 손님과 함께 즐김에는 네 힘이 많이 있었다."
하였다. 전하께서 성덕(聖德)을 성취(成就)한 것은 비록 천성(天性)에서 출발하였지만, 실은 태조께서 학문을 권장함이 부지런하였기 때문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0면
- 【분류】인물(人物) / 왕실(王室) / 역사(歷史) / 인사(人事)
〔○〕九月, 太祖至自東北面。 是行, 太祖回至安邊, 有二鴿集于田中桑樹, 太祖射之, 一發二鴿俱落。 路邊有二人耘, 一韓忠、一金仁賛。 見之嘆曰: "善哉都領之射!" 太祖笑曰: "我已過都領矣。" 因命二人取食之。 於是二人備粟飯以進, 太祖爲之下箸。 二人遂從不去, 皆與開國功臣之列。 太祖(割)〔豁〕達濟時之量、仁厚好生之德, 出於天性, 勳庸燀赫, 愈益謙恭。 且素重儒術, 嘗以家門未有業儒者爲嫌, 令殿下就學。 殿下惟日孜孜, 讀書不倦, 太祖嘗謂曰: "成吾志者, 必汝也。" 妃康氏每聞殿下讀書聲, 嘆曰: "何不爲吾出乎!" 是年, 殿下登第, 太祖拜闕庭, 感極流涕。 及拜提學, 太祖甚喜, 令人讀官敎, 至于再三。 太祖每燕會賓客, 令殿下聯句, 輒謂曰: "我之與客懽娛, 汝力居多。" 殿下成就聖德, 雖自天性, 實由太祖勸學之勤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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