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에서 《중용》을 강하다. 세손과 글의 뜻을 논의하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가 주강(晝講)하여 《중용(中庸)》을 강하였다. 이때에 세손(世孫)이 시좌(侍坐)하였는데, 임금이 묻기를,
"상(常)이란 무엇인가?"
하니, 세손이 대답하기를,
"응당의 뜻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나치게 먹고 지나치게 자는 것도 또한 상(常)이라고 하겠는가?"
하니, 세손이 대답하기를,
"먹을 때를 당하여 먹고 잘 때를 당하여 자야할 것이니, 지나치면 상도(常道)가 아닙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배가 고플 때에 어떻게 조절하고 혼미하여 넘어졌을 때에 어떻게 한계를 정하겠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마음에 항상 생각하여 스스로 지나치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천지의 사이에 태어나서 누가 능히 천성(天性)을 따르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사람마다 모두 천성이 있으니 모두가 따를 수 있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잘 대답하였다. 잘 대답한 것이 이보다 지나칠 수는 없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무엇으로서 교(敎)를 삼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수련(修鍊)하는 것이 곧 교(敎)가 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소학(小學)》〉 입교편(立敎篇)에 어찌하여 이것이 올라 있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초권(初卷)이기 때문에 올라 있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강관(講官)이 말하지 않았던가? 도(道)를 수련하는 것이 교(敎)가 되므로 여기에 올린 것이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하늘이 명한 바를 어찌하여 아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에 품부하여 얻은 것이 상도(常道)가 있기 때문에 명(命)이라 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네가 능히 성품을 따르겠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착한 것을 하면 따를 수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네가 능히 교화하겠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능히 착하게 하면 교화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유신(儒臣)에게 명하여 문의(文義)를 진달하게 하였다. 시독관 엄인(嚴璘)이 말하기를,
"《중용(中庸)》의 도는 또한 혼자 있을 때에 삼가하는 데에 있으니, 항상 마음을 속이지 않는 것으로써 힘써야 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유신(儒臣)이 진달한 바를 세손이 알아 듣겠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어떠한 일을 행하는데 남이 알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 곧 속이는 것이요, 이와 같지 않으면 속이지 않는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잘 대답하였다. 네가 거처하는 당호(堂號)는 무엇이라 하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근독합(謹獨閤)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근(謹)도 또한 신(愼) 자의 뜻이다. 너는 반드시 방심(放心)을 수습(收拾)하여라. 네가 만약 불선한 짓을 하고도 남에게 고하지 않는다면 이는 속이는 것이다."
하였다. 또 말하기를, "숨기는 것만큼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으며, 세미(細微)한 것만큼 더 잘 드러남이 없다고 하였다. 지극히 숨기는데 어떻게 해서 드러난다고 하며, 지극히 세미한데 어떻게 해서 나타난다고 하는가?"
하니, 세손이 말하기를,
"그 폐간(肺肝)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하는 것이 이에 가깝습니다."
하매, 임금이 말하기를,
"잘 대답하고 잘 인용하였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7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사상-유학(儒學)
○辛亥/上御景賢堂, 晝講《中庸》。 時, 世孫侍坐, 上, 問曰: "常者何也。" 世孫對曰: "應當之意也。" 上曰: "過食過眠, 亦常乎?" 世孫對曰: "當食而食, 當眠而眠, 過則非常也。" 上曰: "飢時何以節, 昏倒時何以限乎?" 世孫曰: "心常念之, 自不過矣。" 上曰: "生於天地之間, 誰能率性?" 世孫曰: "人皆有性, 皆可率也。" 上曰: "善對。 善對無過於此矣。" 又曰: "何以爲敎?" 世孫曰: "修之乃爲敎也。" 上曰: "《立敎》篇, 何以謄此?" 世孫曰: "初卷故書之矣。" 上曰: "講官不言乎? 修道之謂敎, 故謄之矣。" 又曰: "天之所命, 何以知之?" 世孫曰: "人之初生, 稟得有常, 故曰命也。" 上曰: "汝能率之乎?" 世孫曰: "爲善則率矣。" 上曰: "汝能敎乎?" 世孫曰: "能善則可以爲敎也。" 上命儒臣, 陳文義。 侍讀官嚴璘曰: "《中庸》之道, 亦在於愼獨, 常以不欺心, 勉之也。" 上曰: "儒臣所陳, 世孫知之乎?" 世孫曰: "行某事而不使人知之者, 是乃欺也, 不如是則不欺也。" 上曰: "善對善對。 汝所處堂號謂何?" 世孫曰: "謹獨閤。" 上曰: "謹亦愼字之義也。 汝須收拾放心焉。 汝若爲不善, 而不告於人, 則是欺也。" 又曰: "莫顯乎隱, 莫見乎微。 至隱而何謂顯, 至微而何謂見?" 世孫曰: "如見其肺肝云者, 近之矣。" 上曰: "善對善引矣。"
- 【태백산사고본】 67책 98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44책 7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사상-유학(儒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