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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 97권, 영조 37년 1월 5일 을사 2번째기사 1761년 청 건륭(乾隆) 26년

주강에서 왕세손과 공을 성취하는 것 등에 관하여 논의하다

임금이 경현당(景賢堂)에 나아가 주강(晝講)을 하며 왕세손에게 시좌(侍坐)하도록 명하고, 세손에게 하문하기를,

"공(功)을 성취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하자, 대답하기를,

"사업(事業)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떤 것이 사(事)가 되고, 어떤 것이 공(功)이 되며, 어떤 것이 업(業)이 되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사와 업은 모두 해야 할 도리인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오직 하늘의 도(道)만이 크고 오직 요(堯)임금만이 그것을 본받았다고 하는데, 대체로 하늘은 높은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본받았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요임금은 바로 성인(聖人)이며 성인으로서 극도의 경지에 나아갔기 때문에 하늘과 덕(德)이 합쳐졌으니, 스스로 그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열 살된 아이의 견해로는 〈이 정도 되기가〉 참으로 어렵다."

하고, 임금이 말하기를,

"아홉 사람이 있을 뿐인데, 부인(婦人)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자, 대답하기를,

"아홉 사람 및 부인은 무왕(武王)십란(十亂)011) 으로 무왕의 정치를 이루게 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가상히 여기며 감탄하기를,

"우리 나라가 거의 희망이 있다. 그리고 이른바 부인(婦人)에 대해서 마씨(馬氏)012)문모(文母)013) 라고 하고, 유 시독(劉侍讀)014) 은 자식이 어머니를 신하로 삼는 의리가 없으니 읍강(邑姜)015) 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말하였는데, 어느 학설이 옳은가?"

하자, 대답하기를,

"유 시독의 학설이 옳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많은 신하가 있은 뒤에야 정치를 할 수 있겠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신하가 비록 적더라도 임금이 훌륭하고 신하가 현명하면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부인(婦人)도 정치를 도울 수 있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부인이라 하더라도 만약 현명하다면 정치를 도울 수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인재(人才)를 얻기 어렵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자, 대답하기를,

"재능[才] 또한 덕(德)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재능이 덕보다 낫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자, 대답하기를,

"인재를 얻기 어렵다는 재(才)는 덕을 아울러서 말하는 것이고, 재능이 낫다는 재는 재능만 전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진 이를 불러오게 하는 일이 쉽겠는가 어렵겠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몸소 어진 덕(德)을 행하면서 어진 이를 오게 한다면 쉬울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순(舜)임금에게는 다섯 사람의 신하가 있었는데, 순임금의 성덕(聖德)으로 단지 다섯 사람만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자, 대답하기를,

"다섯 사람만 말한 것은 가장 어진 사람만 열거하여 말한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어진 사람이 늘 좌우에 있으면서 너에게 게을리하거나 하던 일을 버려두지 말라고 권면하면 고달프지 않겠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어진 이가 저로 하여금 어질게 하려고 하는데, 그의 말을 들어야만 보탬이 있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순임금과 무왕은 하늘처럼 높아서 미칠 수 없겠는가?"

하자, 대답하기를,

"비록 높다고 하더라도 힘써 행하면 이를 수 있습니다."

하니, 임금이 여러 강관(講官)에게 앞으로 나아오도록 명하고 말하기를,

"지금 세손(世孫)을 보니, 진실로 성취(成就)한 효과가 있다. 한없이 많은 일 가운데 이보다 나은 것은 없으니, 3백 년의 명맥(命脈)이 오직 세손에게 달려 있다."

하고, 이어서 면유(勉諭)하기를,

"기품(氣稟)을 잘 기르면서 감히 게을리하거나 하던 일을 버려두지 말고 거울 같은 마음을 더럽히지 말며 구슬처럼 맑은 자질을 더럽히지 말고서 내가 기대하고 소망하는 마음에 부응하도록 하라. 만약 오늘 주대(奏對)한 말을 저버린다면, 이는 바로 너의 할아버지를 저버리는 것이며 저 하늘을 저버리는 것이다."

하였다. 시독관(侍讀官) 심이지(沈履之)가 말하기를,

"밤낮으로 길이 좁아서 위사(衛士)가 열(列)을 이룰 수 없으니, 이후로 대가(大駕)를 움직일 때에는 큰 길을 따라서 행차하심이 마땅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들으니, 지방 고을의 호장(戶長)을 잡아들이라는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전폐(殿陛) 사이에 전배(前排)를 자주 들어오게 하는 것은 아마도 후손을 넉넉하도록 하는 방법이 아닌 듯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마땅히 모두 깊이 유념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6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註 011]
    십란(十亂) : 주(周)나라 무왕(武王)의 어진 신하 열 사람을 말한 것으로, 여기에서 말한 아홉 사람은 주공 단(周公旦)·소공 석(召公奭)·태공 망(太公望)·필공(畢公)·영공(榮公)·태전(太顚)·굉요(閎夭)·산의생(散宜生)·남궁괄(南宮括)이고, 부인(婦人)은 문모(文母)라는 설(說)과 읍강(邑姜)이라는 설(說)이 있음.
  • [註 012]
    마씨(馬氏) : 한(漢)나라 때 학자 마융(馬融).
  • [註 013]
    문모(文母) : 주나라 문왕(文王) 비(妃) 태사(太姒).
  • [註 014]
    유 시독(劉侍讀) : 송(宋)나라 때 학자 유창(劉敞).
  • [註 015]
    읍강(邑姜) : 주나라 무왕의 후(后).

○上御景賢堂晝講, 命王世孫侍坐, 問于世孫曰: "成功者何意也?" 對曰: "事業也。" 上曰: "何者爲事, 何者爲功, 何者爲業?" 對曰: "事與業, 皆所爲之道也。" 上曰: "惟天爲大, 惟則之, 天蓋高矣, 何以則之耶?" 對曰: "是聖人, 造聖人之極處, 故與天合德, 自爲則之矣。" 上曰: "十歲之兒, 見解誠難矣。" 上曰: "九人而已, 有婦人何也?" 對曰: "九人及婦人, 爲武王十亂, 而成武王之治矣。" 上嘉歎曰: "吾國其庶幾乎。 所謂婦人馬氏以爲文母, 劉侍讀曰, 子無臣母之義, 邑姜是也, 何說爲是?" 對曰: "說是也。" 上曰: "有臣多然後可以爲治乎?" 對曰: "臣雖少, 君聖臣賢, 可以爲治矣。" 上曰: "婦人可以助治乎?" 對曰: "雖婦人, 若賢則可以助也。" 上曰: "何謂才難?" 對曰: "才亦入德矣。" 上曰: "才勝德何謂也?" 對曰: "才難之才, 竝言德也, 才勝之才, 專言才也。" 上曰: "招徠賢者易乎, 難乎?" 對曰: "躬行賢德, 以來賢者, 則可以易矣。" 上曰: "有臣五人, 以舜之聖德, 只有五人何也?" 對曰: "只言五人者, 擧其最賢者而言之矣。" 上曰: "賢者常在左右, 勸汝以怠勿荒, 則得無苦乎?" 對曰: "賢者使我欲賢, 聽其言可以有益矣。" 上曰: " , 如天之高, 而未可及耶?" 對曰: "雖高, 力行則可以至矣。" 上命諸講官進前曰: "今見世孫, 誠有成就之效。 悠悠萬事, 莫過於此, 三百年命脈, 惟在世孫。" 仍爲勉諭曰: "善養氣稟, 毋敢怠荒, 勿塵鏡勿泥珠, 以副予期望之心。 若負今日奏對之語, 是負乃祖也, 負彼蒼也。" 侍讀官沈履之曰: "夜晝介路挾, 衛士不能成列, 此後動駕, 宜遵大路而行。 昨聞有外邑戶長拿入之擧, 殿陛間頻入前排, 恐非裕昆之道也。" 上曰: "皆當體念。"


  • 【태백산사고본】 67책 97권 2장 A면【국편영인본】 44책 56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