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정에서 주강하고, 영의정·좌의정과 왕세자 보도에 대해 논하다
임금이 함인정(涵仁亭)에 나아가 주강(晝講)하여 《중용(中庸)》을 강하였다. 영의정 이천보(李天輔)가 말하기를,
"삼가 듣건대, 지난 밤에 성심(聖心)께서 밤새도록 번민하면서 지새웠다고 하는데, 이와 같이 하셨다면, 성상의 옥체를 손상함이 반드시 많았을 것입니다. 신 등이 밤낮으로 바라는 바는 ‘성궁(聖躬)을 보호한다.’[保護聖躬]는 네 글자입니다. 동궁(東宮)의 자질은 천고(千古)에 빼어나는데, 전하께서 진실로 능히 관대하게 그를 포용하여 그 개도(開導)하는 방도를 다하신다면 차질이 없이 덕성(德性)을 이룰 것이며, 저절로 털끝만한 잘못도 없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좌상(左相)이 명을 기다리는 것은 잘못이다. 몸이 사부(師傅)의 자리에 있으면서 능히 왕세자를 보도(輔導)하지 못하고, 나의 잘못이라고 하여 연달아 명을 기다리니, 내가 어찌 원통하지 아니하겠는가?"
하니, 이천보가 말하기를,
"좌상이 명을 기다리는 것은 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고, 성상의 하교를 부지 런히 받들다가 부득이 대명(待命)하는 것이니, 이것은 오로지 슬프고 괴롭고 속타고 쫓기는 심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 등은 언제나 내가 잘못되었다고 하여 지나친 조처로 돌리는데, 이것이 어찌 도리이겠는가?"
하니, 이천보가 울면서 말하기를,
"신이 진실로 죽을 죄가 있어서 이와 같은 하교(下敎)가 있기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원통하고 억울합니다. 아까 춘방(春坊) 요속(僚屬)들의 말을 들으니, 동궁(東宮)께서 양연(兩筵)238) 을 열고자 하나 황송(惶悚)하여 감히 실행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전하께서 특별히 양연을 여는 것을 허락하면 좋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춘방에서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인도하여 계달(啓達)하지 아니하고, 언제나 나의 뜻 때문에 계청(啓請)하니, 이것은 옳지 않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도 또한 대궐을 나가서는 명을 기다리려고 하는가?"
하니, 이천보가 울면서 말하기를,
"성상의 하교가 이와 같으시니, 삼가 마땅히 명을 기다리지 아니하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4책 92권 8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69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註 238]양연(兩筵) : 경연·서연.
○乙丑/上御涵仁亭, 晝講《中庸》。 領議政李天輔曰: "伏聞去夜聖心達宵煩惱以過云, 如此則聖體之損傷必多矣。 臣等日夜所望, 保護聖躬四字也。 東宮睿質, 卓越千古, 殿下誠能寬以容之, 盡其開導之方, 則渾然成德, 自無一毫之疪矣。" 上曰: "左相之胥命非矣。 身在師傅之位, 不能輔導, 以予爲非, 而連爲胥命, 予豈不冤乎?" 天輔曰: "左相之胥命, 非有他意, 以致勤聖敎, 不得已待命, 專出於悲苦煎迫之情也。" 上曰: "卿等每以予爲非, 歸於過擧, 此豈道理乎?" 天輔泣曰: "臣誠有死罪, 而至於此下敎, 則誠冤枉矣。 俄聞春坊僚屬之言, 則東宮欲開兩筵, 而惶悚不敢云。 殿下特許開筵則好矣。" 上曰: "春坊不以誠意導達, 每以予意請之, 此則不可。" 上曰: "卿亦出去欲爲胥命乎?" 天輔泣曰: "聖敎如此, 謹當不爲胥命矣。"
- 【태백산사고본】 64책 92권 8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695면
- 【분류】왕실-경연(經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