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좌찬성 강희맹의 졸기
의정부 좌찬성(議政府左贊成) 강희맹(姜希孟)이 졸(卒)하였다. 철조(輟朝)·철시(輟市)하고 부의(賻儀)를 내리고 조제(弔祭)하고 예장(禮葬)하기를 전례와 같이 하였다. 강희맹의 자(字)는 경순(景醇)이며 진주(晉州) 사람이고 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 강석덕(姜碩德)의 아들이다. 성품이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독서를 좋아하여 한 번 보면 곧 기억하곤 하였다. 나이 18세에 생원시(生員試)에 합격하였으며, 정통(正統)122) 정묘년123) 가을에 문과(文科)의 제 1등으로 뽑히어 종부 주부(宗簿主簿)에 임명되었다. 경태(景泰)124) 경오년125) 에 예조 좌랑(禮曹佐郞)에 전임, 돈녕 판관(敦寧判官)을 거쳐, 계유년126) 에 예조 정랑(禮曹正郞)으로 옮겼다가 을해년127) 에 직집현전(直集賢殿)에 제수되었다가 이내 병조 정랑(兵曹正郞)으로 옮겼으며, 병자년128) 에 동첨지돈녕부사(同僉知敦寧府事)로 승진하였다. 천순(天順)129) 정축년130) 에 판전농시사(判典農寺事)로 전임하였다가 무인년131) 에 판통례문사(判通禮門事)로 옮겼다. 얼마 후에 예조 참의(禮曹參議)에 올랐다가 이조 참의(吏曹參議)를 거쳐 중추원 부사(中樞院副使)에 올랐다. 예조 참판(禮曹參判)·세자 빈객(世子賓客)을 거쳐 예조 판서(禮曹判書)에 발탁되었다. 세조(世祖)가 발영 등준과(拔英登俊科)132) 를 설치하여 문신을 시취(試取)하였는데, 강희맹이 발영시 제3등, 등준시 제2등에 합격하였다. 세조가 일찍이 여러 신하들을 품제(品題)하여 이르기를,
"내게 제일의 신하 셋이 있는데, 한계희(韓繼禧)는 미묘(微妙)함이 제일이고 노사신(盧思愼)은 활달(豁達)함이 제일이고 강희맹은 강명(剛明)함이 제일이다."
하였다. 세조가 병환에 걸리자, 강희맹이 입시(入侍)하여 밤낮을 떠나지 않았는데, 임금의 병이 낫고는 총애하여 여러 번 물품을 내리었는데, 내탕 서대(內帑犀帶)를 내리었다. 이어 숭정 대부(崇政大夫)를 가자(加資)하고 얼마 안되어 형조 판서(刑曹判書)를 특별히 제수하였다. 성화(成化) 무자년133) 에 남이(南怡)가 죽음을 당하고 예종(睿宗)이 논공(論功)하며 유자광(柳子光) 등에게 익대 공신(翊戴功臣)의 호를 내렸는데, 강희맹은 처음에는 참여하지 못하였으나 글을 올려 스스로 그 공을 열거하므로 3등에 올리고 진산군(晉山君)에 봉하였다. 지금 임금이 즉위하고는 순성 명량 좌리 공신(純誠明亮佐理功臣)의 호를 내리었다. 얼마 안되어 병조 판서(兵曹判書)에 제수되고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이조 판서(吏曹判書)를 역임하였다. 임금의 신임이 매우 중하였으므로 그를 꺼리는 자가 있어 익명서(匿名書)를 지어 대내(大內)에 투입하여 오만가지로 〈그를〉 훼방하였으나, 임금이 어서(御書)로 돈독히 유시(諭示)하기를,
"나는 경을 의심하지 않고 경은 나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니, 강희맹이 받들어 읽고 감읍(感泣)하였다. 훼방을 받고부터 재삼 상서(上書)하여 사직하였으나 임금이 윤허하지 아니하였고, 신임이 더욱 더하여 누차 판돈녕(判敦寧)을 거쳐 좌찬성(左贊成)에 올랐다. 사람됨이 공손 근엄하고 신중 치밀하여 벼슬을 맡고 직책에 임함에 행동이 사의(事宜)에 합치하였다. 경사(經史)를 널리 열람하고 전고(典故)를 많이 알았다. 예제(禮制)를 참정(參定)할 때에 문장이 정밀하고 깊이가 있으며 속되지 않았는데, 종이를 잡기가 무섭게 곧 〈문장이〉 이루어졌다. 이에 이르러 병사(病死)하니, 향년(享年)이 60세이었다. 두 아들은 강귀손(姜龜孫)·강학손(姜鶴孫)인데, 강귀손은 기해년134) 과거에 합격했다. 임금이 강희맹의 문장을 소중히 여겨 그 시문을 차례로 엮어서 책을 만들기를 명하니, 《사숙재집(私淑齋集)》 약간 권이 세상에 전한다. 시호를 문량(文良)이라 하였으니, 학문을 부지런히 하고 묻기를 좋아함이 문(文)이고, 온순하고 늘 즐거워함이 양(良)이다.
사신(史臣)이 논평하기를, "강희맹(姜希孟)은 책을 많이 보고 기억을 잘하며 문장이 우아하고 정밀하여 한때의 동년배[儕輩]들이 그보다 앞서는 자가 없었다. 다만 평생 임금의 뜻에 영합하여 은총을 희구(希求)하였다. 세조(世祖)가 금강산(金剛山)에 거둥하였을 때, 이상한 새가 있어 하늘가를 빙빙 돌며 춤추었다. 세조가 부처의 힘이 신묘하게 응한 것이라 하였는데, 강희맹이 서울에서 그 말을 듣고 드디어 《청학송(靑鶴頌)》을 지어 바치었다. 세조가 일찍이 술이 거나하여 좌우에게 희롱하여 말하기를, ‘나는 중토(中土)를 횡행(橫行)하고 싶다.’ 하였는데, 강희맹은 이를 사실로 여기고 이에 한 권의 책을 지어 바쳤다. 이름하여 《국세편(國勢篇)》이라 하였는데, 아첨하는 말이 많이 있었다. 세조가 보고 이르기를, ‘이것은 사람들에게 들려주어서는 안되겠다.’ 하고, 곧 돌려보냈다. 또 그 공(功)을 스스로 열거하여 공신(功臣)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이조 판서가 되어서는 비방을 받음이 또한 많았다. 비록 사조(詞藻)135) 의 아름다움이 있기는 하나, 무엇을 취하랴?"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151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34면
- 【분류】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 출판-서책(書冊)
- [註 122]정통(正統) : 명나라 영종(英宗)의 연호.
- [註 123]
정묘년 : 1447 세종 29년.- [註 124]
경태(景泰) : 명나라 대종(代宗)의 연호.- [註 125]
경오년 : 1450 세종 32년.- [註 126]
계유년 : 1453 단종 원년.- [註 127]
을해년 : 1455 단종 3년.- [註 128]
병자년 : 1456 세조 2년.- [註 129]
천순(天順) : 명나라 영종(英宗)의 연호.- [註 130]
정축년 : 1457 세조 3년.- [註 131]
무인년 : 1458 세조 4년.- [註 132]
발영 등준과(拔英登俊科) : 세조 12년(1466) 5월에 베푼 발영시(拔英試)와 동년(同年) 7월에 베푼 등준시(登俊試)를 말하는데, 이때 발영시에서는 중추부 지사(中樞府知事) 김수온(金守溫) 등 40인을 뽑고 등준시에서는 김수온 등 12인을 뽑았으며, 그 뒤 9월의 무과 등준시(武科登俊試)에서는 최적(崔適) 등 51인을 뽑았음. 대개 재상(宰相)이 시험해 나아간 것은 발영시로부터 비롯되었고, 종친(宗親)이 시험해 나아간 것은 등준시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함.- [註 133]
○議政府左贊成姜希孟卒。 輟朝市, 賜賻弔, 祭禮葬如例。 希孟, 字景醇, 晋州人。 知敦寧府事碩德之子。 性聰慧, 喜讀書, 一覽輒記。 年十八中生員試。 正統丁卯秋, 擢文科第一名, 拜宗簿主簿。 景泰庚午, 轉禮曹佐郞, 歷敦寧判官。 癸酉, 遷禮曹正郞。 乙亥, 拜直集賢殿, 俄遷兵曹正郞。 丙子, 陞同僉知敦寧府事。 天順丁丑, 轉判典農寺事。 戊寅, 遷判通禮門事, 頃之陞禮曹參議, 歷吏曹參議, 陞中樞院副使, 歷吏禮曹參判, 世子賓客, 擢禮曹判書。 世祖設拔英、登俊科, 以試文臣, 希孟中拔英第三、登俊第二。 世祖嘗品題諸臣曰: "予有臣三第一。 韓繼禧微妙第一, 盧思愼豁達第一, 姜希孟剛明第一也。 世祖不豫, 希孟入侍, 晝夜不離。 及上疾瘳, 寵錫便蕃, 賜內帑犀帶, 仍加崇政。 未幾, 特拜刑曹判書。 成化戊子, 南怡誅、睿廟論功, 賜柳子光等翊戴功臣號。 希孟初不與, 上書自列其功, 命錄三等, 封晋山君。 上卽位, 賜純誠明亮佐理功臣號。 未幾, 拜兵曹判書, 歷判中樞府事、吏曹判書。 倚任甚重, 有忌之者, 作匿名書, 投大內, 毁謗萬端。 上御書敦諭, 至有予不疑卿, 卿不疑我之言, 希孟奉閱感泣。 自遭毁謗, 再三上書辭職, 上不允。 委任益加, 累歷判敦寧, 陞左贊成。 爲人, 恭謹愼密, 當官莅職, 動合事宜。 博覽經史, 多識典故。 參定禮制, 爲文章, 精深雅古, 操紙立就。 至是以疾卒, 年六十, 有二子, 龜孫、鶴孫。 龜孫登己亥科。 上雅重希孟文章, 命撰次詩文, 有《私淑齋集》若干卷行于世。 諡文良, 勤學好問: ‘文;’ 溫良好樂: ‘良’。
【史臣曰: "希孟, 博覽强記, 爲文章, 典雅精絶, 一時儕輩, 無能出其右。 但平生迎合主旨, 以希恩寵。 世祖駕幸金剛山, 有異鳥, 盤舞空際。 世祖以爲: ‘佛力妙應,’ 希孟在都聞之, 遂撰《靑鶴頌》以進。 世祖嘗酒酣, 戲語左右曰: ‘吾欲橫行中土, 希孟以爲實然, 乃撰一書以進, 名曰《國勢篇》, 多有諛辭。 世祖見之曰: ‘此不可使聞於人也,’ 卽還之。 又自列其功, 得參功臣。 爲吏曹判書, 得謗亦多。 雖有詞藻之美, 何取?"】
- 【태백산사고본】 22책 151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0책 434면
- 【분류】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 출판-서책(書冊)
- [註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