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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 36권, 고종 34년 10월 13일 陽曆 2번째기사 1897년 대한 광무(光武) 1년

국호를 대한으로 하고 임금을 황제로 칭한다고 선포하다

반조문(頒詔文)에,

"봉천 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001) 는 다음과 같이 조령(詔令)을 내린다. 짐은 생각건대, 단군(檀君)기자(箕子) 이후로 강토가 분리되어 각각 한 지역을 차지하고는 서로 패권을 다투어 오다가 고려(高麗) 때에 이르러서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을 통합하였으니, 이것이 ‘삼한(三韓)’을 통합한 것이다.

우리 태조(太祖)가 왕위에 오른 초기에 국토 밖으로 영토를 더욱 넓혀 북쪽으로는 말갈(靺鞨)의 지경까지 이르러 상아, 가죽, 비단을 얻게 되었고, 남쪽으로는 탐라국(耽羅國)을 차지하여 귤, 유자, 해산물을 공납(貢納)으로 받게 되었다. 사천 리 강토에 하나의 통일된 왕업(王業)을 세웠으니, 예악(禮樂)과 법도는 당요(唐堯)우순(虞舜)을 이어받았고 국토는 공고히 다져져 우리 자손들에게 만대토록 길이 전할 반석같은 터전을 남겨 주었다.

짐이 덕이 없다 보니 어려운 시기를 만났으나 상제(上帝)가 돌봐주신 덕택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안정되었으며 독립의 터전을 세우고 자주의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다. 이에 여러 신하들과 백성들, 군사들과 장사꾼들이 한목소리로 대궐에 호소하면서 수십 차례나 상소를 올려 반드시 황제의 칭호를 올리려고 하였는데, 짐이 누차 사양하다가 끝내 사양할 수 없어서 올해 9월 17일 백악산(白嶽山)의 남쪽에서 천지(天地)에 고유제(告由祭)를 지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국호를 ‘대한(大韓)’으로 정하고 이해를 광무(光武) 원년(元年)으로 삼으며,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의 신위판(神位版)을 태사(太社)태직(太稷)으로 고쳐 썼다. 왕후(王后) 민씨(閔氏)를 황후(皇后)로 책봉하고 왕태자(王太子)를 황태자(皇太子)로 책봉하였다. 이리하여 밝은 명을 높이 받들어 큰 의식을 비로소 거행하였다. 이에 역대의 고사(故事)를 상고하여 특별히 대사령(大赦令)을 행하노라.

1. 조정에서 높은 벼슬과 후한 녹봉으로 신하들을 대우하는 것은 원래 그들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나라의 안위(安危)는 전적으로 관리들이 탐오한가 청렴한가 하는 데 달려 있다. 관리들이 간사하고 탐욕스러우면 뇌물이 판을 치게 되어 못나고 간악한 자들이 요행으로 등용되고 공로가 없는 자들이 마구 상을 받으며 이서(吏胥)들이 문건을 농간하므로 백성들이 해를 입는 등, 정사가 문란해지는 것이 실로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금년 10월 12일 이후부터 서울에 있는 크고 작은 아문(衙門)과 지방의 관찰사(觀察使), 부윤(府尹), 군수(郡守), 진위대(鎭衛隊) 장관들과 이서, 조역(皂役)으로서 단지 뇌물만을 탐내어 법을 어기고 백성들을 착취하는 자들은 법에 비추어 죄를 다스리되 대사령 이전의 것은 제외한다.

1. 조관(朝官)로서 나이 80세 이상과 사서인(士庶人)으로서 나이가 90세 이상인 사람들은 각각 한 자급씩 가자(加資)하라.

1. 지방에 나가 주둔하고 있는 군사들은 수고가 많은 만큼 그들의 집안에 대해서는 해부(該府)에서 후하게 돌봐 주라.

1. 재주를 갖고서도 벼슬하지 않고 숨어 사는 선비로서 현재 쓸 만한 사람과 무예와 지략이 출중하고 담력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은 대체로 그들이 있는 곳의 해당 관찰사가 사실대로 추천하고 해부(該部)에서 다시 조사해 보고 불러다가 적절히 뽑아 쓰라.

1. 은혜로운 조서(詔書)에 ‘묵은 땅은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장마와 가뭄의 피해를 입은 곳은 세금을 면제해주고 백성에게 부과된 일정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 있으니, 다시는 시일을 끄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간혹 이미 다 바쳤는데도 지방관이 별개의 항목으로 지출해서 쓰거나 혹은 개인적으로 착복함으로써 백성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누명을 쓰게 된 것은 모두 면제하라.

1. 각 처의 주인 없는 묵은 땅은 해당 지방관이 살펴보고 내용을 자세히 밝혀서 보고하면 관찰사(觀察使)가 다시 살펴보고 판단한 다음에 허위 날조한 것이 없으면 즉시 문서를 주어 돈과 곡식을 면제하여 주며, 그 땅은 백성들을 불러다가 개간하도록 하라.

1. 문관(文官), 음관(蔭官), 무관(武官)으로서 조관은 7품 이하에게 각각 한 품계씩 올려 주라.

1. 사람의 생명은 더없이 중하므로 역대로 모두 죄수를 세 번 심리하고 아뢰는 조목이 있었다. 죄보다 가볍게 잘못 처리한 형관(刑官)의 죄는 죄보다 무겁게 잘못 판결한 경우보다 가볍다. 대체로 형벌을 다루는 관리들은 제 의견만을 고집하지 말고 뇌물을 받거나 청탁을 따르지 말며 범죄의 실정을 캐내는 데 힘쓰라.

1. 모반(謀叛), 강도, 살인, 간통, 편재(騙財), 절도 등 여섯 가지 범죄를 제외하고는 각각 한 등급을 감하라.

1. 각도(各道)의 백성들 가운데 외롭고 가난하며 병든 사람들로서 돌보아 줄 사람이 없는 사람들은 해당 지방관이 유의하여 돌보아 주어 살 곳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라.

1. 큰 산과 큰 강의 묘우(廟宇) 가운데서 무너진 곳은 해당 지방관이 비용을 계산해서 해부(該部)에 보고하고 제때에 수리하며 공경하는 도리를 밝히라.

1. 각 도의 도로와 교량 가운데 파괴된 것이 있으면 해당 지방관이 잘 조사하여 수리함으로써 나그네들이 다니는 데 편리하게 하라.

1. 조서 안의 각 조목들에 대하여 해당 지방의 각 관리들은 요점을 갖추어서 마음을 다하여 행함으로써 되도록 은택이 백성들에게 미치도록 힘써서 백성들을 가엾게 생각하는 짐의 지극한 뜻을 저버리지 말라. 만약 낡은 틀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한갓 겉치레로 책임이나 때우고 있는 데도 해당 관찰사가 잘 살펴보지도 않고 되는 대로 보고한다면 내부(內部)에서 일체 규찰하여 엄히 처리하라.

아! 애당초 임금이 된 것은 하늘의 도움을 받은 것이고, 황제의 칭호를 선포한 것은 온 나라 백성들의 마음에 부합한 것이다.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도모하며 교화를 시행하여 풍속을 아름답게 하려고 하니, 세상에 선포하여 모두 듣고 알게 하라."

하였다. 【홍문관 태학사(弘文館太學士) 김영수(金永壽)가 지었다.】


  • 【원본】 40책 36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0면
  • 【분류】
    어문학-문학(文學) / 왕실-비빈(妃嬪) / 왕실-국왕(國王) / 사법-법제(法制) / 인사-관리(管理) / 왕실-사급(賜給)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사법-행형(行刑) / 윤리-강상(綱常) / 인사-선발(選拔) / 사법-재판(裁判) / 구휼(救恤) / 교통-육운(陸運) / 왕실-종친(宗親)

  • [註 001]
    봉천 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 : 조서에 쓰는 황제의 자칭(自稱). 곧 천명(天命)에 따라 제운(帝運)을 계승했다는 뜻.

奉天承運皇帝詔曰: "朕惟以來, 疆土分張, 各據一隅, 互相爭雄, 及高麗時, 呑竝馬韓辰韓弁韓, 是謂統合三韓。 及我太祖龍興之初, 輿圖以外, 拓地益廣。 北盡靺鞨之界, 而齒革檿絲出焉, 南收耽羅之國, 而橘柚海錯貢焉。 幅員四千里, 建一統之業。 禮樂法度, 祖述, 山河鞏固, 垂裕我子孫萬世磐石之宗。 惟朕否德, 適丁艱會, 上帝眷顧, 轉危回安, 創獨立之基, 行自主之權。 群臣百姓, 軍伍市井, 一辭同聲, 叫閽齊籲, 章數十上, 必欲推尊帝號, 朕揖讓者屢, 無以辭, 於今年九月十七日, 告祭天地于白嶽之陽, 卽皇帝位。 定有天下之號曰‘大韓’, 以是年爲光武元年, 改題太社太稷, 冊王后閔氏爲皇后, 王太子爲皇太子。 惟玆丕釐耿命, 肇稱鉅典, 爰稽歷代故事, 另行大赦。 一, 朝廷高爵厚祿, 優養臣僚, 原欲其盡忠爲國。 國之安危, 全係官僚之貪廉。 官若奸貪, 則賄賂肆行, 庸惡倖進, 無功冒賞, 吏胥舞文, 小民被害, 政之紊亂, 實始于此。 自本年十月十二日以後, 在京大小各衙門及外觀察、府尹、郡守、鎭衛隊將官竝吏胥、皂役等, 但有貪賂枉法剝削小民者, 照例治罪, 不在赦前。 一, 朝官年八十以上, 士庶人年九十以上, 各加一資。 一, 出駐兵丁, 多有勞苦。 其家口着, 該部厚加存恤。 一, 懷琦抱璞隱逸之士, 堪爲時用, 及武略出衆, 膽力過人者, 凡所在該觀察據實擧薦, 該部覆核徵聘, 以便擢用。 一, 恩詔有免荒地, 有免水旱災傷, 有免民間額賦, 不可再有拖欠。 或輸納已完, 地方官別貢支用, 或侵入私橐, 以致小民虛受拕欠之名, 悉與豁免。 一, 各處無主荒地, 該地方官察明情報觀察, 再加察勘, 果無虛捏, 卽與題免錢糧, 其地仍招民開墾。 一, 文蔭武朝官七品以下, 各加一階。 一, 人命至重, 歷代皆有三覆奏之條, 而失出之罰, 輕於失入。 凡問刑官員, 毋執己見, 毋循賄囑, 務在得情。 一, 謀叛、强盜、殺人、通奸、騙財、竊盜六犯外, 各減一等。 一, 各道民人孤貧殘疾無人養贍者, 該地方官加意撫恤, 毋令失所。 一, 凡嶽瀆廟宇有傾頹者, 該地方官估計價直, 報告該部, 及時修葺, 以昭誠敬。 一, 各道道路橋梁有毁壞者, 着地方官査明修理, 以利行旅。 一, 詔內各款, 該地方各官俱要, 實心奉行, 務使恩澤及民, 不負朕憫念元元至意。 如沿習故套, 徒以虛文塞責, 該觀察不能覺察, 參奏着內部, 一倂糾參重處。 於戲, 初膺寶籙, 寔荷自天之祐, 渙斯大號, 式孚率土之心。 欲革舊而圖新, 化行而俗美, 布告天下, 咸使聞知。 【弘文館大學士金永壽製】


  • 【원본】 40책 36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3책 10면
  • 【분류】
    어문학-문학(文學) / 왕실-비빈(妃嬪) / 왕실-국왕(國王) / 사법-법제(法制) / 인사-관리(管理) / 왕실-사급(賜給) / 정론-정론(政論) / 왕실-종사(宗社) / 사법-행형(行刑) / 윤리-강상(綱常) / 인사-선발(選拔) / 사법-재판(裁判) / 구휼(救恤) / 교통-육운(陸運)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