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전에 나아가 진하를 받고 사면을 반포하다
인정전(仁政殿)에 나아가 진하(陳賀)를 받고 사면(赦免)을 반포하였다. 교문(敎文)에,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월(中月)에 담제(禫祭)를 지내는 것은 선왕(先王)이 제정한 예법이니 감히 지나칠 수 없으며, 가을에 지내는 제사를 상(嘗)이라 하니 종묘(宗廟)의 체제(禘祭)와 부제(祔祭)가 순서 지어진 까닭이다.
삼가 생각건대, 명순 휘성 정원 수녕 경헌 장목 철인 왕후(明純徽聖正元粹寧敬獻莊穆哲仁王后)는 우리 영효 대왕(英孝大王)의 배필로서 순원 성모(純元聖母)의 뒤를 이었다. 조상 대대로 충정(忠貞)을 돈독히 하고 집안에서 시(詩)와 예(禮)를 전수받아 스승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도 아름다운 덕을 이루었으며 밖으로는 임금을 돕고 안으로는 곤덕(壼德)을 펼쳤으니, 삼가 부도(婦道)를 어기지 말라는 가르침에 유념하셨고 제향을 올릴 때에는 아름답게 도왔다. 왕궁에 있을 때에는 차분하고 공손하여 내칙을 경계로 삼았고 대비전을 받듦에는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웠다. 사람들의 방문이 많을수록 사사로운 청탁을 경계하셨고 임금의 총애가 지극할수록 정사를 게을리할까 걱정하셨다.
생각건대, 계해년(1863)에 운수가 기박하여 선왕께서 승하하시고 나 소자가 왕후의 보살핌에 힘없어 왕통을 이어받았다. 왕통을 잇는 일은 더없이 중대하니, 의리로는 어머니를 섬기는 일보다 더 중대하며, 선왕을 생각하라는 말로써 과인을 권면하셨는데, 성인이 되는 것은 인륜의 표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임금으로서 왕후를 잘 봉양하여 효성을 만 분의 일이라도 펴려 하였고 온 궁중이 존경하면서 모두 만수무강을 기원하였다. 다만 건강이 몇 해 동안 좋지 못하였지만 보령은 50살도 못 되었다. 아침 해가 돋는 듯이 환하던 그 모습이 어제 같은데 한밤중에 병환이 드셨다 하니 이 무슨 뜻밖의 소식이란 말인가? 무성(婺星)이 빛을 잃어 왕후께서 갑자기 돌아가시고, 패옥 소리가 잠잠해지자 왕궁에는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 전왕(前王)의 대를 잇기를 잊지 못했는데 어느덧 대상(大祥)과 담제(禫祭)도 끝났다. 아침저녁으로 쳐다볼 때 그래도 혼전(魂殿)을 가까이 모시는 것이 위로되더니 세월이 빨라서 장막을 선뜻 걷어치우는 것이 슬프다. 제사를 지냄에는 미리 희생을 마련했으며 이달에는 부제(祔祭)를 정중히 드렸다. 3년 간의 거상을 마치면 다시금 슬프고 허전하지만 7대의 덕을 볼 수 있으니 종묘에 신주를 높이 모시기 때문이다. 이달 7월 6일에 종묘에 제를 지냈으니, 감실(龕室)을 같이하는 것은 신령의 뜻에 맞는 것이어서 선왕의 영혼과 함께 언제나 오르내릴 것이며, 묘실에 들면 얼굴과 말소리를 보고 듣는 듯하니 소목(昭穆)도 정연하다. 금옥처럼 빛나는 생전의 자태는 왕후의 아름다운 덕을 생각게 하고 갖가지 보배로운 악기는 왕후의 훌륭한 덕을 노래하는 듯하다. 이에 첫가을에 태실(太室)에 협사(祫祀)를 지내고 좋은 날에 온 나라에 널리 고한다. 슬픔이 아직도 남아서 제물을 풍성하게 준비하지는 못했지만 하늘땅의 큰 덕이 만물을 살리는 뜻을 본받아 어찌 대사령(大赦令)의 은혜를 늦출 수 있겠는가? 사람들에게 끼쳐준 혜택은 깊어 당시에 그 혜택을 널리 누렸으며, 지극한 선을 죽은 뒤에도 잊을 수 없어 오늘날 감옥을 텅 비게 하였다.
7월 6일 동트기 전에 잡범(雜犯)으로서 사형에 해당하는 죄인을 제외하고 모두 용서하여 면제해주라.
아! 예식을 어기지 않았으니 내가 제사를 지내고 복을 받으리라. 축하하는 뜰에 악기를 벌여놓은 것은 한 달 후에 음악을 한다는 규례에 따른 것이고, 대사령 내리는 날을 높이 게시한 것은 다같이 하늘이 주는 복을 받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敎示)하노니, 잘 알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였다. 【예문관 제학(藝文館提學) 김재현(金在顯)이 지었다.】
- 【원본】 21책 17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1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왕실-비빈(妃嬪) / 왕실-국왕(國王)
御仁政殿, 受賀, 頒赦。 敎文若曰:
中月而禫, 先王制禮不敢過; 祭秋曰嘗, 宗廟禘祔所以序。 祇率彝獻, 用亶播修。 恭惟明純徽聖正元粹寧敬獻莊穆哲仁王后, 配體我英孝大王, 嗣徽于純元聖母。 世以篤忠貞, 家以傳詩禮, 婉娩不待姆敎; 外而毗陽化, 內而敷陰功, 儆戒無違婦道。 副幃薦豆, 在公宮而祁祁僮僮; 右箴施鞶, 奉長樂而洞洞屬屬。 流水其車游龍其馬, 每飭干恩之私; 永巷之簪蒼蠅之鷄, 恒寓存警之義。 粤惟癸降割于我, 予小子仰庇也深。 統序之繼莫嚴, 義則重於母事; 先君之思以勖, 聖之至於人倫。 千乘養隆, 粗伸萬一分誠敬; 六宮愛戴, 咸願九五福壽康。 第玉度已憊幾年, 而寶筭未享大衍。 旭朝呈瑞, 如昨盆虹之光; 半夜告祲, 何今雷雨之警。 婺星忽晦於軒舍, 眞遊遽催; 珩珮仍闃於椒塗, 徽範永閟。 於乎皇王序不忘, 居然祥禫制已終。 晨昏瞻依, 尙慰魂殿之邇奉; 日月征邁, 旋愴神幄之倏移。 其祭則宿戒夏衡, 是月也祗薦殷祔。 三年之體備具, 慨然廓然; 七世之德可觀, 旣右亦右。 以今七月初六日, 躋祔于廟。 同龕允協于神理, 配先哲而陟降洋洋; 入室如聞乎容聲, 享列祖而昭穆秩秩。 金昭玉粹, 想坤儀於含章; 寶瑟朱絃, 僾升歌於象德。 肆孟秋祫祀太室, 而穀朝誕誥多方。 以餘哀未盡之思, 匪遑豫亨之擧; 體大德曰生之意, 詎緩渙施之恩。 遺澤入人者深, 當年帡幪之覆; 至善沒世難忘, 今日囹圄之空。 自七月初六日昧爽以前, 雜犯死罪以下, 咸宥除之。 於戲, 式禮莫愆, 我祭受福。 賀庭設簴, 宜遵徙月樂之規; 赦日揭竿, 共享自天祐之吉。 故玆敎示, 想宜知悉。
【藝文提學金在顯製。】
- 【원본】 21책 17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17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왕실-비빈(妃嬪)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