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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9권, 고종 9년 1월 5일 庚寅 1번째기사 1872년 조선 개국(開國) 481년

태조와 태종의 존호를 올린 것을 축하하며 대사령을 반포하다

근정전(勤政殿)에 나아가 사직단(社稷壇)의 기곡 대제(祈穀大祭) 때에 쓸 향축(香祝)을 친히 전하였다. 이어 태조(太祖)태종(太宗)에게 존호를 추상한 데 대한 하례를 받고 사령(赦令)을 반포하였다. 교문(敎文)에,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태조 대왕께서 새 왕조를 세운 임신년(1392)이 다시 돌아와서 옛날의 경사를 추억하게 되는데다가 지난해는 또 태종 대왕께서 즉위하신 해와 같은 신년(辛年)으로써 이 역시 기념할 만한 일이다. 역사가 이미 오래된 나라였지만 그때에 이르러 왕조를 새롭게 세웠으니, 그것은 모두 백성들의 소원대로 하늘에서 마련해 준 것이다.

생각하건대 우리 태조 대왕은 옛날의 어질고 훌륭했던 임금들보다도 훨씬 뛰어난 분이셨다. 처음에는 미미한 자리에서 시작하였으나 나중에는 커다란 업적을 세움으로써 왕조를 세우고 백성들을 잘 다스려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으며, 남으로 징벌하고 북으로 토벌하는 위엄을 보여 끊어진 왕조를 다시 이어주고 내쫓긴 왕을 도로 불러들였으며, 위태로운 세상을 태평한 천하로 만들어 놓으셨다.

왕조를 새로 세우는 일이 시종 정당하였기 때문에 명(明) 나라의 보살핌을 받았으며, 나라의 한복판인 한양(漢陽)에 도읍을 새로 정하여 후대에까지 더없이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중국(中國)에 태고(太古) 적의 복희씨(伏羲氏)니 신농씨(神農氏)니 하는 임금들이 있었듯이 우리나라에는 단군(檀君)이며 기자(箕子)며 하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나라 이름을 옛날에 부르던 조선(朝鮮)으로 정하였다.

훌륭하도다! 공적도 높고 덕화도 놀랍지 않은가? 빛나도다! 그 위령은 언제까지나 살아서 전하고 그 명성은 두고두고 전해갈 것이다.

배움에 부지런하고 백성을 사랑하며 제사를 지내는 데에는 정성스럽고 군사일에는 엄격하였으니, 그 모두가 효성과 우애를 근본으로 삼아왔다. 제도를 정하고 규율을 세우며 법조문을 엄격히 따지고 예절을 제정함에 있어서는 그 규모가 방대하였다.

또한 우리 공정 대왕(恭定大王)께서는 새 왕조를 세워가는 아버지 태조 대왕의 일을 극력 도우셨으며, 왕업을 이어받아 크게 빛내셨도다. 용맹과 지혜를 겸비하여 대통(大統)을 이어받은 것은 탕(湯) 임금과 무왕(武王)을 본받았고 태조 대왕의 뒤를 이어 덕화를 이룩함은 요(堯) 임금이나 순(舜) 임금과 짝할 만하였다.

어머니의 상사에 3년 거상을 채운 것은 부모의 은정을 못 잊은 까닭이며, 덕으로 왕위를 사양했던 것은 형제간에 우애하는 마음에서였도다. 중국 수도에 가서 예물을 바침에 있어서는 큰 나라에 대한 성의를 다하였고, 오랑캐를 잘 무마하여 와서 예물을 바치게까지 하였으니 교린(交隣)하는 데 도(道)가 있었도다. 아버지와 형의 뒤를 물려받아 왕위에 올라서는 온 나라를 태평천하로 만들어 놓으셨다. 자기 몸에 비추어 생각해서 백성들에게 요구했기 때문에 모든 이익이 아래 백성들에게 고루 돌아갔으니 역대의 임금들과 비교해보면 그 업적이 누구보다도 뛰어나도다.

이렇게 선대에서 다져놓은 국시(國是)를 이어받아 변변치 못한 내가 계승해 나가게 되었도다. 종묘(宗廟)에다 제사상을 차려놓고 제수(祭需)를 올림에 국그릇이나 담벽에 마치 조상들의 얼굴이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다스린 도는 서책(書冊)에 실려 있도다. 선왕들이 제정하신 법을 살펴 그대로 이어받아 그대로 전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선왕들께서 천하를 안정시킨 그 공을 따라만 나간다면 아름다움도 한이 없을 것이고 기쁨도 한이 없을 것이다.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서 궁궐을 새로 지은데다가 거대한 터전을 어루만져서 쌓아올렸다. 500년 동안의 신성한 옛터를 복구해 놓았으니 다른 무슨 일이 어떻게 그와 비교나 되겠는가? 더구나 13대를 이어내려오던 정전(正殿)이 중건되었으니 그 모습을 영원히 전하게 되었도다.

아! 60갑자(甲子)가 그동안 여러번 바뀌어 왕조를 새로 세운 때로부터 어느 덧 아홉 번째의 임신년(1872)을 맞이하게 되었다. 길한 조짐이 기미(箕尾)의 분야에 해당되는 우리나라로 되돌아옴에 명나라 태조 때의 성대한 모습을 상상케 하고, 세상의 운수가 건국한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감에 임신년(1392) 그 당시의 옛 갑자를 어루만지는도다.

왕조를 세워가지고 대를 물려온 그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할수록 추원 보본(追遠報本)하고자 하는 생각이 간절해질 뿐이다. 삼가 여덟 자의 존호를 두 임금에게 올려 큰 업적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존호의 글자 수가 많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역대의 규례를 상고한 것이고, 후대에 와서 글자를 더 보태는 것은 명릉(明陵)의 고사(古事)를 따른 것이다.

아버지가 이룩하고 자식이 이어받음에 큰 계책과 큰 공렬을 징험할 수가 있고, 창업한 임금에게는 조(祖) 자 시호를 붙이고, 계승한 임금에게는 종(宗) 자 시호를 붙임에 소(昭)와 목(穆)의 위치에서 분명하게 나타나는도다. 두 분 성왕의 거룩한 모습을 헤아려 글로 나타내 푸른 옥돌에 금빛 글씨로 아로새기고, 두 분 성왕의 아름다운 소문을 드러내 음악으로 형상하여 붉은 방패와 옥으로 꾸민 도끼에 새겼도다.

그래서 이번 초나흗날에 태조 대왕(太祖大王)께는 ‘응천 조통 광훈 영명(應天肇統廣勳永命)’이라는 존호를 추상하는 동시에 태종 대왕(太宗大王)께는 ‘건천 체극 대정 계우(建天體極大正啓佑)’라는 존호를 추상하였다.

종묘에다 좋은 칭호를 추상한 다음에 다시 대궐뜰에서 해당하는 의식을 거행하였다. 이 의식은 선대의 조상을 높이는 데서 경의와 정성을 다하는 것이니, 이런 행사로 인연하여 응당 복이 내려 우리나라는 더욱 흥성하게 되고 번창하게 되리라. 해와 달이 밝게 임함에 임금이 앉아서 정사를 펴는 곳을 밝게 비쳐줄 것이려니와, 우레와 비가 내려 얼음을 녹여 줌에 허물을 용서해주고 때를 벗겨주는 은혜를 베푸는 바이다.

이달 초닷새날 이른 새벽 이전에 지은 죄 가운데 사형죄 이하의 잡범들은 다 용서해 주노라.

아! 대법(大法)을 따름에 온 천하에는 화목한 기운이 흘러들고 큰 은택이 베풀어짐에 따라 모든 사람들은 자기 본래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오복을 때에 따라 누리자면 맨 처음부터 잘해야 되는데 억만년 내려가면서 누리게 될 하늘의 복은 오늘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에 교시하는 바이니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하였다. 【대제학(大提學) 박규수(朴珪壽)가 지었다.】


  • 【원본】 13책 9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8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사(宗社)

    初五日。 詣勤政殿, 親傳社稷祈穀大祭香祝。 仍受追上太祖·太宗尊號, 陳賀, 頒赦。

    敎文若曰: 迓景運於涒灘, 追述先徽; 薦丕號於重光, 載摭彝典。 舊邦新命, 下天上施。 恭惟我太祖大王, 允邁古元后明辟。 啓先小後大之業, 建邦篤烈, 基迹成勳; 仗南征北伐之威, 繼絶擧廢, 持危治亂。 惟漢得天下爲正, 荷寵命於皇朝; 于洛服土中以治, 奠洪圖於永世。 其國則東方君子, 復之肇名。 若古有初頭聖人, 媲之立極。 大哉! 巍有功, 蕩有德! 允矣! 赫厥靈, 濯厥聲! 勤學愛民, 毖祀詰戎, 皆以孝弟爲本; 定章次律, 申法制禮, 況仍規模甚宏。 亦粤恭定王篤生, 克贊丕顯考受命。 錫勇智而集大統, 以之; 繼欽明而協重華, ·而已。 喪紀盡用情之義, 立愛惟親; 德讓推繼體之尊, 因心則友。 如京而執玉, 事大以誠; 徠淮夷而獻琛, 交隣有道。 誕受兩聖之付託, 遂致八方之乂安。 本諸身徵諸民, 利澤究下, 等百王由百世, 懿烈光前。 肆烈祖承啓佑之謨, 乃小子膺靈長之緖。 陳器薦食, 僾然宗廟之中, 慕牆見羹。 道在方冊之上。 監于成憲, 以是授以是傳, 率惟敉功, 無疆休無疆恤。 遵先蹟而迺立宮室, 拊宏基而其勤垣墉。 五百年神基克恢, 何修可比? 十三后正衙重建, 厥成永觀。 嗟, 寶曆甲子之屢更, 伊瑞莢壬申之九屆。 禎祥回箕尾之分, 想紅羅之盛時, 運會溯鼎革之初, 攬玄黓之舊紀。 永念創業垂統之美, 彌切追遠報本之忱。 謹將八字之大名, 庸闡兩室之懿德。 以多爲貴, 若稽歷代常規; 在後有增, 式追明陵故事。 父作子述, 丕謨丕烈之可徵, 祖武宗丈, 於穆於昭之是格。 拚耿光而蠡測翠珉金書, 颺義問而象成朱干玉戚。 乃於本年初四日, 追上太祖大王尊號曰‘應天肇統廣勳永命’, 太宗大王尊號曰‘建天體極大正啓佑。’ 晉洪稱於淸廟, 陳縟儀於大庭。 斯禮也, 歸美尊尊, 致敬致懿, 于時焉, 降福簡簡, 俾熾俾昌。 日月赫臨, 闢嚮明出治之所; 雷雨作解, 施蕩瑕滌垢之恩。 自本月初五日昧爽以前, 雜犯死罪以下, 咸宥除之。 於戲, 循大卞而一氣召和, 敷闡澤而群品遂性。 几五福斂時錫, 罔不在初, 萬億年敬天休, 自今伊始。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朴珪壽製】


    • 【원본】 13책 9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8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역사-고사(故事)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