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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 25권, 순조 22년 2월 28일 甲辰 1번째기사 1822년 청 도광(道光) 2년

은언군의 자녀들을 잘 보살피도록 하교하다

하교하기를,

"근년 이래로 매양 한번 시원스럽게 하유하려 하였으나 하지 못하였다. 한번 능원(陵園)을 참배한 뒤로 더욱 밤낮으로 잊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인(李䄄)023) 의 자녀에 대한 일이었다.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한쪽 해도(海島)에서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한단 말인가? 남녀간에 결혼을 의논하지도 못하니 인륜이 없어졌고, 비바람을 가리지도 못하니 남녀가 거의 뒤섞여 살고 있다. 죄수의 모습과 귀신의 형용으로 얼고 굶주려 울부짖어도 살래야 살 수 없고 죽을래야 죽지도 못하니, 차마 말할 수 있겠는가? 차마 말할 수 있겠는가? 아! 우리 선왕께서 우애에 독실하신 성덕으로 그 애비를 꼭 죽어야 할 처지에서 감싸주셨으니, 이게 일국의 신민들이 모두 추앙하였던 바이다. 돌이켜 보건대, 덕없는 내가 어린 나이에 대통을 이어받아 그들로 하여금 마침내 죄에 걸리게 하고 말았다. 더구나 사교(邪敎)의 옥사에 싸잡아 넣어 죽게 한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설사 관계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신만 벌을 받아도 족하다. 그런데 아무 상관도 없는 자녀들까지 아울러 구금하고 박해하여 그들로 하여금 죽는 것만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겠는가? 통틀어 말하자면 모두가 나의 부덕으로 인하여 잘 계술(繼述)하지 못한 탓이니, 어찌 두렵고 부끄럽지 않겠는가? 더구나 이해를 당하면 사모하는 일념이 나도 모르게 겹겹이 쌓인다. 나의 마음을 지금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면, 다시 어느 때를 기다리겠는가? 의금부로 하여금 이인(李䄄)의 자녀가 살고 있는 곳의 가시 울타리와 방비를 즉시 철거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반 백성처럼 편리한 대로 살게끔 하라. 그리고 남녀 혼사의 비용은 대내(大內)에서 챙겨 주고 종친부로 하여금 주관하여 혼사를 빨리 거행하게 하라. 아! 이번의 일은 실로 우리 선대왕의 돈독한 우애의 마음을 본받아 우리 만세 자손에게 보인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201면
  • 【분류】
    왕실(王室)

  • [註 023]
    이인(李䄄) : 사도 세자의 아들 은언군(恩彦君).

○甲辰/敎曰: "近年以來, 每欲一番洞諭而未果。 一自祗謁陵園, 益不勝耿耿者, 卽子女事也。 渠輩果何干犯, 一曲海島, 天日不見? 嫁娶不議, 而人倫廢矣, 風雨不庇, 而男女幾於混處矣。 囚首鬼形, 啼呼凍餒, 欲生而不得生, 欲死, 而不得死, 尙忍言哉? 尙忍言哉? 嗚呼! 我先王, 以篤友之聖德, 庇保其父於必死之日, 此一國臣庶之所共欽仰者。 顧予否德, 沖歲嗣緖, 竟使不免於罹辟。 而況其捏合於邪獄而殺之者, 又萬萬不近理者乎? 設有干涉, 罪止其身足矣。 竝其無干之支屬, 縶禁拘迫, 使其生不如死, 不亦甚乎? 摠而言之, 由予否德, 不能善繼而善述也, 寧不怵然悚恧乎? 矧當此年, 孺慕之懷, 自覺疊疊。 今不明示予心, 更待何日? 其令王府, 子女所居圍籬防守, 卽爲撤去, 俾其任便居住, 自同常人。 其男女婚娶之需, 自內備下, 亦令宗親府主管, 從速擧行。 嗚呼! 今玆之擧, 寔推本我先大王篤友之聖心, 而以示我萬世子孫也。"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5장 B면【국편영인본】 48책 201면
  • 【분류】
    왕실(王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