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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 43권, 정조 19년 9월 29일 丁丑 6번째기사 1795년 청 건륭(乾隆) 60년

차대를 행하여 중국의 황제 즉위에 대해 논의하다

재실(齋室)에서 차대(次對)를 행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듣건대 내년에 새로운 황제가 즉위한다고 하니, 우리 나라 입장에서 행해야 할 절목들을 미리 강구해 두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직제학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건대, 호조 판서가 방물(方物)을 보내는 일과 관련하여 미리 강구해서 마련할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고 하였다는데 그 말이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문제는 그래도 내년 봄 이후의 일에 속하니, 지금부터 미리 강구해 둘 필요가 있겠는가.

황제 자리를 물려준다는 일에 대해서는 이미 확실하게 전해 온 기별이 있는데, 새 황제의 연호(年號)까지 벌써 정해졌다는 말이 들려온다. 이는 그야말로 대국(大國)에 있어 전에 없는 경사라 할 것이니, 별사(別使)를 보내어 경하하는 뜻을 보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전례(前例)가 일단 없는 만큼 이번에 보내는 사행(使行)을 정해진 기일보다 먼저 들여 보냄으로써 보통의 해와 조금 다르게 하는 뜻을 보여준다면 매우 좋을 것이다. 대국에서 만약 혹시라도 왜 사행이 보통 때보다 조금 일찍 들어왔느냐고 의문을 가질 경우 다른 해와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대답을 한다면 대국에서도 필시 그럴 듯하게 여길 것이다. 무릇 대국이 외국에 대해서 특별히 우대하는 은혜를 베풀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대(事大)하는 방도에 있어서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 본래 당연한 일인데, 더구나 지금의 황제가 우리 나라를 대하는 것을 생각하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니, 우의정 채제공(蔡濟恭)이 아뢰기를,

"황제가 우리 나라를 우대해 준 것이야말로 보통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생각건대 60년 동안 태평스러운 정사를 펼친 것은 진(秦)나라나 한(漢)나라 이래로 있지 않았던 일인데 필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1세(一世)265) 를 가운데 두고 모두가 60년의 태평시대를 향유하였는데, 강희(康熙)266) 에 비해 건륭(乾隆)267) 이 더욱 왕성하다고 하겠다. 즉위했을 때의 나이가 벌써 25세였는데 즉위한 지 회갑(回甲)이 되는 해에 황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되었으니 이는 과거 역사를 상고해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강희는 60년이었는데 건륭은 앞으로 또 몇 년이나 더 향유할지 모를 일이다. 옛날 한(漢) 무제(武帝)가 가장 오랫동안 나라를 향유했다고 일컬어져 오지만 그것도 54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밖에 양(梁) 무제(武帝)송(宋) 고종(高宗) 같은 경우야 말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하고, 또 상이 이르기를,

"사행(使行)을 기일에 앞서 들여보내는 일에 대해서는 여러 재신(宰臣)들에게 널리 물어보고 나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만약 여러 의논들이 일치될 경우에는 즉시 거조(擧條)를 낸 뒤에 거행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99면
  • 【분류】
    왕실(王室)

  • [註 265]
    1세(一世) : 청 세종(淸世宗)의 시대를 말함.
  • [註 266]
    강희(康熙) : 청 성조(淸聖祖).
  • [註 267]
    건륭(乾隆) : 청 고종(淸高宗).

○次對于齋室。 上曰: "聞明年新皇卽位, 在我國應行之節, 不可不備豫。 日昨聞二直提學言, 戶判以方物事, 謂合有預講經紀之道云。 此言果有理矣, 然此猶屬明春以後事。 目下無預講之事否? 傳位一節, 則已有傳來之的奇, 而聞新皇帝年號已定云。 此是大國無前之慶, 宜送別使, 以示慶賀之意, 而旣無前例, 今番使行, 若先期入送, 以示稍異常年之意, 則甚好矣。 大國若或以使行之稍早於常年, 有所疑問, 則當對以異於他年云爾, 則大國亦必以爲然矣。 大凡大國之於外國, 雖無優異之恩, 事大之節, 固當盡其誠, 而況今皇帝之於我國乎?" 右議政蔡濟恭曰: "皇帝之於我國, 其所優待者, 逈出尋常。 想其六十年治平, 以來所未有, 必有所以然而致之也。" 上曰: "間一世俱享六紀治平, 而乾隆康熙, 尤盛焉。 卽位之時, 已爲二十五歲, 且卽位回甲之年, 傳位於儲嗣者, 求之往牒, 亦未之見也。 康熙則六十年, 乾隆則又不知更享幾年。 古之 武帝, 稱享國最久, 猶不過五十四年。 至於 武帝 高宗, 何足道也?" 上曰: "使行進期一節, 不可不廣詢諸宰而處之。 如其諸議歸一, 則卽爲出擧條, 然後可以擧行矣。"


  • 【태백산사고본】 43책 43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599면
  • 【분류】
    왕실(王室)